솔로 가수들은 아이돌 가수, 특히 쏟아지는 걸그룹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요즘도 여전히 일부아이돌 그룹은 상위권에 있지만 솔로 가수들의 음원도 대거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스페셜 에디션 앨범의 타이틀곡 ‘러브송’으로 활동에 돌입한 빅뱅과 최근 신보를 낸 씨엔블루(‘직감’), 포미닛(‘거울아 거울아’), 걸스데이(‘반짝반짝’), 컴백곡 ‘피노키오’를 선공개한 f(x) 정도를 제외하면 상위권 노래들은 거의 솔로 가수의 곡이다. 최근 1~2년간 처음 접하는 현상이다,
상위권에 있는 솔로 가수 곡 중에는 MBC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노래들도 있지만 10년차 이상의 중견급 솔로 가수들의 신곡들이 대거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는 현상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솔로 가수로는 케이윌, 양파, 휘성, 김태우 등이 있다. 이들은 ‘뮤직뱅크’나 ‘음악중심’ ‘인기가요’에서는 최고참급이다.
케이윌은 최근 ‘인기가요’에서 ‘가슴이 뛴다’로 1위에 올랐다. 노래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처음 기록한 음악 프로그램 1위였다. ‘선물’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등 히트곡이 적지 않아 이미 1위를 하지 않았느냐고 다들 의아해했지만 상복이 없었다.
오랜 기간 가이드 보컬을 담당해 안정적인 가창력을 지닌 케이윌은 감정 과잉도 아니고 밋밋하지도 않게 발라드를 소화해내고 있다. 너무 짜내면 ‘오버’라고 하고 너무 밋밋해도 심심하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케이윌은 가사 내용 그대로 솔직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가슴이 뛴다’는 발라드면서 경쾌한 미디엄 템포 발라드다. ‘발댄스’를 추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애절한 발라드의 진부함을 탈피하면서 새롭게 다가왔다. 경쾌한 멜로디와 다이내믹한 사운드 위에 입힌 케이윌의 뛰어난 가창력은 첫사랑의 달콤한 설렘과 가슴 벅찬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15년차 가수 양파도 마이너 팝 발라드 ‘아파 아이야’로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떠나간 연인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는 여인의 감정은 양파의 목소리에 실리면 애절함이 금세 살아난다. 양파는 “내 목소리가 지닌 ‘뽕끼’를 인정하고 강점이자 무기로 삼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파는 요즘 불고 있는 세시봉 열풍과 ‘나는 가수다’에 대한 관심과 관련해 “시기적으로 맞춘 건 아니지만 옛날 가수들이 재평가받는다는 건 저에게도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만약 기회가 온다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좋은 선후배와 함께 정정당당히 경합을 펼쳐보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 지방 행사 도중 괴한에 의해 공격받은 휘성도 미디엄 템포 발라드 ‘가슴 시린 이야기’로 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처절하지 않고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며 중독성을 수반하는 노래다. 휘성의 파워풀한 발성은 여전히 돋보인다. 지난 10년간 많은 발라드를 불러왔지만 이제 경험과 연륜이 묻어나 그 감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해낸다.
김태우가 부른 ‘메아리’도 강세다. 아이돌그룹에서 솔로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정설을 ‘사랑비’라는 노래로 뒤집었다. 제대하면서도 가장 쉽게 연착륙한 가수이기도 하다. 소속사와의 분쟁이 있었지만 솔로 발라드 가수로서의 지분과 매력을 확실하게 갖추고 있어 안정적인 활동이 예상된다.
‘내꺼 중에 최고’로 솔로 가수로의 입지를 다진 이현은 방시혁이 작곡한 ‘다며’로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고, 작곡가 조영수가 프로듀서를 맡은 ‘슈퍼스타K 2’ 스타 김그림도 데뷔곡 ‘너밖엔 없더라’로 단시간에 주목받은 솔로 가수다. 실력파 보컬리스트 정인도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가수다’의 실력파 솔로 가수들도 장기간 음원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범수의 ‘제발’은 최근 한 주간 다운로드 수가 63만건을 넘어 ‘다운로드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주간 다운로드 건수가 60만건 이상 기록한 사례는 가온차트가 지난 3월부터 다운로드 집계량을 공개한 이후 처음이다. 백지영의 ‘약속’과 김건모의 ‘You Are My Lady’도 여전히 반응이 좋아 가창력 위주의 솔로 가수들의 재발견을 가속화시켰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