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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 틀을 깨다…예능에서 액션다큐까지
다큐멘터리의 진화가 눈부시다. 강한 메시지와 리얼한 감동 등 기존 문법에 갇혀있던 다큐가 틀을 깨고 있다. 경성 다큐에서 연성 다큐로 장르 내 스펙트럼을 넓힌데 이어, ‘예능’이나 ‘액션물’과 같은 다른 장르와 결합해 외연을 확장중이다.

SBS ‘짝’은 예능과 다큐가 결합된 포맷이다. 결혼적령기의 남녀들이 ‘애정촌’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모여, 짝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속마음이 낱낱이 공개된다. 온몸이 흠뻑 젖고, 갯벌에 진탕이 되가며 짝을 찾는 과정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준다. 2기의 남자 3호는 4호인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강아지풀을 꺾어다 바치며 사랑을 고백했다. “4호님이 저의 순두부가 돼주세요”라며 남자 3호가 고백하는 장면은 민망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주는 잔재미다.

‘짝’은 사실 예능인지 다큐인지 구분이 안되는 신종 장르다. 일반인의 실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는다는 점에선 다큐의 뿌리를 갖고 있고, ‘애정촌’이라는 공간 설정과 상황의 해석법은 예능의 요소를 가미했다. 남규홍 PD는 이 프로그램을 “다큐도 예능도 아닌 교양프로”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생이 한가지 성분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눈물도 웃음도 있고 모든 희로애락이 포함된다”며 “누군가가 짝을 찾아가는 과정, 사랑 앞에서 순수하고 따뜻해지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그 자체로 웃음과 감동이 있다. 오히려 포장이 안됐기에 재미있는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액션과 다큐의 결합도 등장했다. 22일 2회가 방송되는 tvN ‘익스트림 다큐-인간 VS 고래’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다큐에 스펙터클한 액션의 긴장감을 더했다. ‘액션 다큐멘터리스트’ 이정준 감독이 직접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담아온 화면은, 액션신 못지않은 박진감 넘치는 다큐로 탄생했다. tvN 교양국 관계자는 “방송 다큐멘터리가 할리우드 액션영화처럼 흥미진진한 모험과 활극으로 가득할 수는 없을까?’라는 실험적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처럼 케이블채널도 다큐에 눈을 돌리는 추세다. 그동안 예능, 드라마에만 집중하던 케이블은 케이블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가미한 새로운 형식의 다큐를 속속 내놓고 있다. tvN, 엠넷 등이 포함된 CJ E&M은 전략적으로 케이블 다큐의 새로운 장르를 공략중이다. 장르도 액션다큐부터 휴먼다큐, 팩션다큐까지 다양하다.

팩션 다큐 ‘사냥꾼 이대우’는 사실과 픽션(허구)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다큐로 신선함을 줬다. 이 프로그램은 범죄 사냥꾼으로 불리는 이대우 반장이 범죄를 소탕한다는 실화에 픽션을 가미했다. 오는 5월에는 ‘슈퍼스타K2’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다큐 ‘별을 노래하다’가 방송된다. 박용우가 출연하고 송일곤 감독이 만든 다큐도 제작중이다. 이중 완성도 높은 다큐는 극장 상영으로 콘텐츠를 재활용할 방침이다.

최병화 CJ E&M 방송사업부문 교양국장은 “다큐하면 떠오르는 프레임이 있는데, 고정된 틀을 벗어나서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중”이라며 “지상파 방송 리얼버라이어티(1박2일이나 무한도전 등)에도 등장하는 다큐 화법은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좋은 매개”라고 설명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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