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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변호사의 TV 꼬리잡기] 드라마 출연료 분쟁
최근 연예인의 출연료와 관련된 몇 차례 주목할 만한 소송이 있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종영된 KBS 드라마 ‘도망자 플랜B‘ 제작사를 상대로 JYP 엔터테인먼트가 당초 지급키로 한 출연료 미지급분 3억6천만원대의 정산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이미 이전에 비(정지훈), 이나영이 역시 같은 제작사를 상대로 드라마 출연료 전부와 일부를 받지 못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최근 드라마 ‘싸인’을 성공시켰던 박신양도 2009년에 드라마 ‘쩐의 전쟁’ 제작사를 상대로 3억8천여 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습니다.

모든 출연료 분쟁이 같지는 않겠지만 주요 출연료 분쟁의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공통점은 초특급 연예인의 출연료 분쟁이라는 점이지요. 편당 정액의 거액 출연료 약정이 있었던 경우입니다.

출연료 분쟁의 근원적인 이유는 열악한 제작환경에 있습니다. 제작사는 넘쳐나고 한 편의 드라마라도 완성하여 방영을 시켜야 하는 것이 제작사들의 생존을 건 지상 과제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방영 및 수익의 측면에서 반드시 스타급 연기자를 캐스팅해야 하는 압박감은 무리일 수도 있는 거액의 출연료 약정을 해서라도 주연급 스타를 캐스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미국 등 엔터테인먼트 선진국처럼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될 수 없는 한국의 제작환경에서 주연배우의 출연료는 간혹 제작비에 큰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요. 가까스로 스타를 캐스팅하고 작품을 제작하면서 조연 연기자들의 출연료, 스텝 인건비, 기타 다른 제작비 등이 충분치 못하게 되면서 작품의 질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구나 어렵게 제작을 해서 방영이 되었는데, 광고수익이나 해외진출이 예상외로 부진한 경우에는 제작사의 자금사정이 매우 어려워지게 됩니다. 광고수익이나 해외진출이 예상대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주연급 연기자의 출연료를 제때에 제대로 챙겨주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애초에 무리를 한 계약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주연급 연기자의 출연료 잔금은 제작사 입장에서는 커다란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제작사는 드라마를 제작, 방영하고도 손해를 보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도 있습니다.

연기자와 제작자.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공동 생산자들입니다. 창조적 재능을 집중하여 이해와 협력으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에도 에너지가 부족한 마당에 이들 간의 분쟁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막대한 마이너스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분쟁을 방지하고, 연기자의 노력과 재능에 합당한 보상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주연급 연기자 출연료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또 한가지 이러한 소송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생각이 있네요. 그 책임이 제작사에 있든 무리한 출연료를 요구하는 연예인에게 있든 그나마 일류 연예인들은 소송도 잘 하는데...수없이 많은 연예인 지망생과 뜨지 못한 연예인들의 무형의 연기, 가창 등에 대한 댓가가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충분히 상상 가능합니다. 제작 환경 개선과 함께 특급 대우를 받지 못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처우 개선책도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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