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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박스>남자캐디라 교체해 달라니…
어떤 일의 시작점에서 느끼는 설렘과 걱정들….

남자 캐디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날도 이런 느낌들이 교차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배운다는 생각에 코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재미있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라운딩 경험이 쌓이면서 고객들이 남자 캐디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알게 됐습니다.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미스터 김! 프로야?”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초보 캐디였던 저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프로냐고 묻는 고객들의 질문에는 항상 “보기 플레이합니다”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답변도 초보 캐디의 어수룩함 때문에 언제나 들통 나고는 했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볼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볼을 치기 시작하면서 캐디로서의 진중함을 갖게 됐습니다. 또 고객들은 남자 캐디에게 로스트 볼이나 클럽 서브에 대해 더 많은 적극성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많이 뛰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이와 반대로 똑같은 서비스라도 남자 캐디가 한다면 고객들은 더 큰 친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남자 캐디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살가운 친절이 오히려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점! 거기에 캐디로서의 역할만 수행한다는 느낌보다는 조금 더 조력자로 라운딩을 함께한다는 느낌 또한 남자 캐디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이런 경험도 있었습니다. 남자 캐디가 백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고 남자 캐디는 싫다며 캐디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배치받은 고객들에게 인사도 못한 채 교체되는 경우였죠. 그때는 또 다른 남자 캐디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잘해야 되겠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어떤 일에나 장점과 단점은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남자 캐디의 장점에 초점이 맞춰 있어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 캐디로 사는 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직업이지만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캐디 일에 감사하며 삽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 캐디로 근무하는 모든 분,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파이팅!!

<까망늑대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ㆍ현 아리지 골프장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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