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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규가 낮춰야 ‘남격’이 뜬다
이경규는 한때 위기였지만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재기했다. 지난 연말 KBS 예능대상을 받으며 재기의 정점을 찍었다.

이경규라는 존재는 ‘남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같은 시간대에 MBC ‘나는 가수다’가 편성(4월 한달 동안 중단 상태임)되면서 ‘남격’도 긴장해야 하는 상태다.

‘남격’은 잘 할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오디션 예능의 물결이 거세게 불고 있는 지금은 잘 못하다가는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 ‘남격’이 잘 될때와 잘 안될때 뚜렷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경규의 역할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경규가 전면에 나서면 프로그램 분위기가 약해지고, 이경규가 뒤로 빠지면 프로그램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경규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아이디어 제공 등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컨트롤하기 힘든 면이 있다. 이경규를 두고 “상전 모실 일 있냐”며 꺼리는 예능PD도 있다.


이경규는 가만 있어도 자기중심적으로 방송하게 되기 쉬운데, 조금이라도 나서면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이윤석 이정진 윤형빈은 이경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김국진 정도가 이경규에게 한마디 할 수 있는 상대다. 그렇게 되면 경로당 버라이어티의 분위기가 난다.

그 점에서 보면 김성민이 ‘남격’에 위계질서를 벗어나는 젊은 기운을 많이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경규는 약간 뒤에 위치하는 게 좋다. 지금은 고참인 김태원이 한없이 떠 있는 상태다. 이경규까지 나서면 안된다. 합창단편에서 이경규는 뒤로 빠져있었지만 큰 역할을 했음을 다들 알고 있다.

오히려 이경규가 예의를 지키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그러면서 하나하나 인생을 알아갈 때 ‘남격’이 살아난다. 이경규가 단축마라톤에 처음 도전해 완주할 때 그런 분위기가 나왔다. 이경규가 타인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할 때, 소소하고 따뜻한 기운을 줄때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이 힘을 받는다.

최근 ‘남자의 자격’에서 있었던 새 멤버 양준혁의 몰래카메라 신고식은 악의적인 느낌을 주었다. ‘너도 신고식 한번 호되게 치러봐라’는 융통성 없는 집단의 마초적 이미지다. 대중에 첫선을 보이면서 서스럼 없이 망가지는 것과 집단에서 보여주는 악의는 구분해야 한다.

‘남자의 자격’은 이경구가 전면에서 물러나면 전체적으로 어깨에 힘이 빠진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소소한 예능을 추구하면 된다.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변화하는 아저씨들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그것이 중년문화의 가능성이다.

서병기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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