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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리스마 새 패러다임’ 연 김태원의 리더십
리더십도 진화한다. 권력과 카리스마의 과거 패러다임에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작년 박칼린의 리더십이 조명받았다면, 요즘 주목받는 인물은 록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왼쪽 세번째>이다.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멘토로 삼고 싶은 인물을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김태원은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지지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리더십센터 김광웅 명예교수는 새 리더십을 ‘창의성(Creative leadership)’으로 제안하면서 “리더는 내일을 볼 줄 알아야 하고,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이) 아름다워야 하며, 닮고 싶어야 하고, 끌려야 하며, 끌릴 줄도 알아야 한다. 또 사람과 사회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김태원이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과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김태원은 ‘위대한 탄생’에서 심사위원과 멘토 역을 맡으면서 여러 차례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큰 수술을 받았지만 도중하차하거나 일정을 미루는 일 없이 끝까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멘티 선발 과정도 다른 멘토와 비교된다. 호명된 멘티 4명은 모두 ‘제2의 허각’이었다. 심사과정은 기성 가수의 의견을 존중해 객관성을 확보, 결과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탈락자를 게스트로 초대한 부활 콘서트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통과한 가수는 무대 뒤에서 펑펑 울었고, 관객은 도중하차한 가수 지망생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지난 22일 방송에서는 김태원의 멘티 3명이 모두 통과해 화제가 됐다. 김태원의 리더십과 ‘능력’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멘티의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발라드곡으로 고운 미성만을 들려줬던 백청강은 이날 지드래곤의 댄스곡 ‘하트브레이커’를 불러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고, ‘자이언트 허각’ 이태곤의 피아노 반주는 ‘반전’에 가까웠다. 패자부활전으로 올라온 손진영은 매번 업그레이드된 노래로 경쟁하고 있다.

김태원은 1986년 부활을 결성해 김종서ㆍ이승철 등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발굴한 경험이 있다. 인재 발굴의 눈썰미는 타고난 셈이다. 내공은 지난 25년간 험난한 음악인생으로 다져졌다. 보컬의 탈퇴와 죽음, 대마초 혐의 구속 등 어두운 과거와 재기 과정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위대한 탄생’에서 최후의 승자는 김태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태원은 멘토 역의 모범답안을 보여줬고, 시청자는 김태원을 재발견했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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