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선거 등 굵직한 일정 마무리 후 수정안 확정
‘5%에 가까운 4%대 경제성장률, 4%에 미치지 않은 3%대 물가상승률.’
올해 거시경제지표 수정 방향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구상은 이렇게 요약된다. 작년 12월 발표했던 ‘2011년도 경제정책방향’의 내용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 현 상황 변화를 반영하려 하다보니 복잡한 수식이 나왔다.
재정부가 가장 깊게 고민하는 부분은 경제성장률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을 전년비 4.5%로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4.6%로 내다봤고, 다른 국내외 경제기관도 4%대 초ㆍ중반을 예상하고 있다. 5%대 성장률을 고수하는 곳은 한국정부 뿐이다. 고집을 꺾을 때가 됐다는 신호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 성장률도 선방’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경제당국의 움직임은 더 바빠졌다.
지난 21일 이 대통령은 “올해 성장 4%대도 지금 여건에선 매우 훌륭한 것이니 정부에서 잘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대책회의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현재 5%에 머물러 있는 정부의 경제성장 목표치 수정을 사실상 용인하는 발언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민간 경제전문가가 4% 초ㆍ중반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설명했고, 그에 대해 논평하면서 (4%대 선방)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안다”면서 “다른 기관처럼 4% 초ㆍ중반으로 경제전망 수정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작년 12월 2011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내세웠다. 경제성장률을 수정하되, 기존 발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4% 후반대로 수치를 미세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 전망은 성장률과 상황이 좀 다르다. 재정부는 물가 상승률 전망치 조정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지표 전망치 수정에 대해) 내부적으로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며 “물가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말 3% 수준으로 발표했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 후반으로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수정판은 물가에 초점이 맞춰져 짜여질 전망이다. 전년 동월비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 1월 4.1%, 2월 4.5%, 3월 4.7%로 상승 중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안정을 찾았지만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공공요금, 외식비 등 각종 서비스 물가도 불안 요인이다. 재정부가 경제정책운용방향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급등하는 물가 때문이다.
수정 경제정책방향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음달 일정을 놓고 재정부는 저울질 중이다. 재정부는 이달 말 한국은행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 발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 굵직굵직한 경제ㆍ정치 일정이 마무리된 후 경제정책방향 수정안의 내용과 발표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다.
조현숙 기자/newe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