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김인문, 이내 방광암을 앓으며 투병 중이었던 그는 25일 길고도 짧은 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향년 72세였다.
김인문은 지난해 4월 방광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최근 며칠 사이 병세가 악화된 것이 세상을 등진 이유로 전해졌다.
뇌경색에 이어 방광암까지 연이는 건강 악화는 삶의 희망을 꺾을 법도 했지만 김인문에게는 배우로서의 열망이 늘 함께 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의사로부터 걷기 힘들 것이라는 판정까지 받았지만 그는 영화 촬영장으로 향했다. 당시 촬영했던 영화는 바로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이었다. 연기를 향한 열정은 청춘들 못지 않았다. 이후 2008년에는 연극 ‘날개 없는 천사들’을 통해 무대에 올랐고 지난해 3월부터는 영화 ‘독 짓는 늙은이’의 주인공 송노인 역을 맡았다. 오롯이 배우로 무대 위에서 살아온 한평생이었다.
▶ ‘천생 배우’ 김인문의 삶의 여정=김인문은 1939년 드넓은 평야의 고장 김포에서 태어났다. 동국대에서 농업학 학사를 받은 뒤 고향으로 돌아가 공무원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았지만, 그의 꿈은 배우였다.
1968년 TBC 특채탤런트로 방송에 입문해 마침내 꿈을 펼치기 시작한 김인문은 이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인생의 1막을 연다. ‘형’ ‘나비야 청산가자’ ‘가시나무 꽃’ 등의 드라마와 ‘물보라’ ‘젊은 시계탑’ ‘나는 할렐루야 아줌마였다’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달마야 놀자’ ‘재밌는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 ‘바람난 가족’ 등의 영화를 통해 그가 보여준 것은 사람냄새 그득한 서민들의 모습, 우리의 일상이었다.
김인문에게도 긴 시간 함께 했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는 특별하다. 그에게 ‘서민배우’라는 호칭을 붙여준 드라마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김인문는 ‘백구두 신사’를 연기하며 무려 17년동안 시청자와 함께 호흡했다. 1990년 드라마가 시작해 2007년 막을 내릴 때까지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에도 김인문의 배우로서의 삶은 계속 됐다. 그는 지난 2009년 1월 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를 설립해 장애를 가진 배우들을 트레이닝했다. 이후 그가 직접 연출을 맡은 연극 무대엔 그의 장애배우 제자들이 하나둘 무대에 오랐다. 그들은 브라운관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뇌경색으로 후천적 장애를 얻은 김인문은 자연스럽게 장애를 가진 배우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던 것이다.
무대 위에서는 한평생 배우로 무대 밖에서는 후학을 양성하는 지도자로 활동했던 그는 지난 2009년부터 경남 마산 창신대 연극영화과 명예학과장을 지내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3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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