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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무카세’ 흔한 토크쇼와 요리프로의 어디쯤 위치할까[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토크쇼는 흔하다. 요리 프로그램도 흔하다. 지난 11일 1회가 공개된 ENA 오리지널 예능 ‘현무카세’는 이 두가지의 결합이다.

흔하디 흔한 두가지를 결합한다고 새로운 게 나올까? 퇴근길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진한 저녁'을 대접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현무카세'의 첫 회를 보면서 그 가능성을 봤다.

목요일 밤의 퇴근 푸드토크쇼 '현무카세'의 차별성은 당연하게도 전현무에게서 출발한다. 전현무는 지난 연말 고정 프로그램을 21개나 한다는 기사가 나간 적이 있을 정도로 다작(多作)을 하는 방송인이다.

현무의 예능 이미지는 뭔가 열심히 하는데 허당이다. 그런데 그냥 허당이 아니다. 제도권에서 써먹을 수 있는 허당이다. 그림을 엉성하게 그리는 것 같은데 무스키아 작가로 활동한다. '현무카세' 로고 디자인과 그림도 전현무가 직접 그렸다.

"초등학생이 그린듯 조악한 그림이다. 이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듯하다. 제 그림은 미술전공자들이 특히 좋아한다. 배운 적이 없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림이라. 로고 보고 '뭐 저런 걸 만들었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기존 문법을 파괴하는 다소 허접한 로고다. 일부러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는다. 허접해서 만족한다."

MBC에브리원 예능 ‘나 오늘 라베했어’는 골프 초보 전현무와 골프 고수 김국진을 만나 라베(라이프타임 베스트 스코어)를 수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골프예능이다. 일견 평범한 프로그램이지만 현무가 하면 달라진다. '백돌이' 전현무는 아이언샷을 토핑 아니면 뒷땅을 쳐 4~10m밖에 못날렸다.

그런데 그걸 보는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만약 전현무가 드라이브샷도 호쾌하게 날리고 아이언샷, 퍼팅까지 나무랄 데 없었다면 '현무가 얄미워서' 나는 더이상 '나 오늘 라베했어'를 보지 않을 것 같다.

전현무는 골프건, 그림이건, 요리건 그런 식으로 소비되는 부분이 있다. 첫회에서 ‘절친 형’ 김용만과 지석진을 초대해 웰컴티로 아이스레몬칡차와, 디저트로 야관문 빙수를 대접하면서도 뭔가 엉성하다.

주방보조 김지석이 전분을 다 씻어버려 전분 없이 감자전을 만든 전현무는 감자전을 태웠고, 김지석은 뜨거운 버너들 들다가 손을 데여 김용만-지석진은 “우리 갈게. 잘못 왔어”라고 하면서도, 잠시 후 감자전을 맛본 이들은 “이게 왜 맛있지?”라며 ‘반전 꿀맛’에 놀라워했다. 이런 식의 전개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음식을 만들어주고 손님과 나누는 허접한 대화는 '현무카세' 차별화의 중요한 요인이다. 사실 전현무가 진지한 토크도 한다. 하지만 시종 진지한 토크쇼를 사람들은 참지 못한다. 전현무는 진지한 토크쇼조차도 허접한 포장지속에 진지한 알맹이를 담고 있어 '진지와 허접 토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유튜브 시대에 방송 토크쇼의 한계를 안다. 현무카세는 찐 무(無)대본이다.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버린다. 해야 될 얘기를 못할 때도 있고, 너무 많이 할 때도 있다. 잘 짜여진 토크쇼가 아니고, 정해지지 않은 토크쇼다. 예상대로 가고 있다. 이게 방송이 될까? 전통적인 개념으로는 뭐가 안나온 것 같은데."(전현무)

"'수미네 반찬' 다음 작품을 할 사람을 찾아봤는데, 전현무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혼자 산다' 자체가 차별성이다. 우리는 유튜브처럼 꾸미자. 녹화가 회당 3시간을 넘지않는다. 제작진의 개입이 없고, 두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녹화는 날 것 그대로 잘되는데, 토크는 편집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 꾸미지 않고 날 것으로 내보내는 것도 재미 포인트다."(문태주 PD)

문 PD가 말했듯이 '현무카세'는 레시피를 전하는 '수미네 반찬'과 달리 토크가 중요하다. 전현무는 요리 순서가 틀려도 자유롭게 만드는 매력이 있고, 실수해도 당당하다.

요리 보조 김지석은 "현무 형 보고 방송 AI다, 영혼이 없다고들 하는데 요리에는 진심이다. 미리 직접 연습해보고 온다"면서 "세상이 잘 모르는 현무 형의 따뜻함과 인류애가 있다. 영화를 보면 로보트가 인간을 만나면서 감동하지 않나. 집 같은 느낌으로 정을 나누고 요리를 대접해 정서적 포만감 느끼게 해 줄 것이다"고 말했다.

전현무는 "토크는 무계획이지만 음식은 무계획이 아니다. 평가받고 수정해온다. 녹화중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배달하면 안되니?'였지만, 음식 욕심이 많다"면서 "나에게 음식을 해달라는 연예인이 적지 않다. 레시피도 제대로 없는데, 반응이 좋으니, 이게 콘텐츠가 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뻑멘트'지만 전현무가 하니 어울린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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