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서 2000년대 생 선수들 활약 두드러져
다가오는 안세영, 여서정 경기도 주목
'반효진 선수 노트북에 붙은 쪽지'라는 제목으로 공유되고 있는 사진. 노트북 좌상단에 당찬 포부가 담긴 메모가 붙어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김민지 수습기자]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자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인 사격 국가대표 반효진(16·대구체고)이 남긴 메모다. 30일부터 각종 커뮤니티에 ‘반효진 노트북’이라는 제목으로 퍼진 이 사진에는 메모와 함께 사격 분석 창이 담겨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특히 2000년대 생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공기권총의 오예진 선수(19·IBK 기업은행)도 2005년생이다. 그외 유도의 허미미, 양궁의 김제덕과 남수현, 탁구 신유빈, 배드민턴 안세영 모두 ‘MZ 세대’를 대표하는 2000년대 생 선수들이다.
이들은 모두 덤덤하고 당차다. 경기의 중압감과 승리의 행복함이 공존하는 올림픽 무대임에도 늘 앞으로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이 세계 짱은 나” 메모로 강철 멘탈을 입증한 반효진은 우승 소감에서도 한결같았다. “‘쟤는 어디까지 성장할 생각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빨리 한국에 가서 피자, 떡볶이, 마라탕을 먹고 싶다”며 풋풋함도 잃지 않았다.
세계 랭킹 35위로 깜짝 금메달을 안긴 공기권총 오예진도 솔직한 매력이 두드러졌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더 성장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새콤달콤 레몬맛을 먹었다. (주머니에) 쓰레기 있다”고 웃었다. 이어 “원래 좋아했는데 먹고 경기에 나서면 뭔가 잘 되는 것 같아 그 뒤로 계속 먹게 됐다”고 특별한 루틴을 전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탁구 혼성 복식 파이널-동메달 결정전 한국 임종훈, 신유빈과 홍콩 웡춘팅, 두 호이켐의 경기 . 신유빈과 임종훈이 동메달 확정 후 하트를 만들며 미소짓고 있다. [파리=이상섭 기자] |
‘12년 만에 올림픽 탁구 메달’이라는 기록을 쓴 탁구 신유빈(20·대한항공)도 우승 후 인터뷰에서 “사실 경기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특별한 감정이 들지는 않더라. 오늘도 그냥 하던 대로 준비했다”며 특유의 덤덤함을 보였다.
그는 오히려 함께 혼합 복식 경기에 출전한 임종훈(27·한국거래소)에게 “오빠가 더 힘들었을 텐데 내색도 안 하고 잘 받아줘서 고맙다”라고 승리의 공을 돌리기도 했다.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한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막내 김제덕(20·예천군청)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연신 “파이팅”을 외친 김제덕은 더 듬직해졌다. 그는 슛 자세 도중 갑자기 벌이 오른 손등에 앉는 방해를 받기도 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10점을 쐈고 이 장면은 한층 성장한 집중력과 차분함으로 화제가 됐다.
파리 올림픽 한국 유도 첫 메달을 안긴 허미미(22·경북체육회)도 석연찮은 은메달이지만 오히려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를 기약했다.
2000년대 생 선수들의 활약은 이제 시작이다. 배드민턴 세계 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과 체조 여서정(22·제천시청)의 경기도 기다리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베테랑 선수의 노련함 못지않게 신예들의 풋풋함이 현재와 미래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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