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으로 응징되는 악에 대한 스토리
히어로 무비 반대편에 있는 악당 영화는 사실 한 번도 상상 해본 적 없는 스토리다. 악은 그저 응징될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런 상상력을 전복시키는 쾌감을 준다. 악을 이용해 악을 응징하는 ‘손자병법’의 ‘이이제이’(以夷制夷)는 기존 대결 구도 개념을 뒤엎는 설정이기에 생소하고 또 흥미롭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슈퍼맨 사망 이후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 인사들이 조직한 ‘태스크 포스 X 프로젝트’다. 히어로들이 할 수 없는 특별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정부 비밀조직 국장 ‘아만다 월러’는 악당들로 구성된 특별한 팀을 만든다. DC코믹스 소속 대표 빌런 ‘데드샷’ ‘할리 퀸’ ‘캡틴 부메랑’ ‘엘 디아블로’ ‘킬러크록’ ‘슬립낫’ ‘인챈트리스’ ‘카타나’ 그리고 ‘조커’가 출연한다.
각각 멤버들은 각자 자신을 설득시킬 이유를 하나씩 찾아가며 팀에 합류한다. 악당 자체가 남의 명령을 통해 움직이는 개체가 아니기에 이들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반목한다. 이 모습은 일종의 역기능적 ‘가족’ 형태를 그린다. 실질적 리더 ‘데드샷’이 아빠 같은 이미지라면 ‘할리 퀸’은 말썽쟁이 딸 모습을 빼다 박았다. 악당 가족이기에 살기 넘치는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오해다. 각각 캐릭터가 악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 순수함이 강하다. 때문에 고민과 혼돈 자체가 없다. 오히려 유머가 넘친다. 눈에 보이는 상황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흡사 어린 아이의 그것을 닮아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리는 최대 약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사상 첫 시도인 ‘악당판 저스티스 리그’를 꿈꾸기 위해 어두운 분위기를 최대한 자제시킨 점은 장점이자 약점으로 남게 됐다.
그럼에도 특이한 지점은 ‘조커’의 해석이다. 조커는 이미 팀 버튼의 ‘배트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에서 등장한 ‘조커’와는 분명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팀 버튼 ‘배트맨’ 속 ‘조커’(잭 니콜슨)가 살인의 예술에 집착한 사이코패스라면 ‘다크 나이트’ 속 ‘조커’는 혼돈의 창시자를 자처하는 소시오패스의 모습 그대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조커’(자레드 레토)는 외모적인 지점에선 원작 코믹스 이미지를 가장 충실하게 표현한 느낌이다. 눈에 띄는 점은 연인 ‘할리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번 영화 속 ‘혼돈’의 지점은 ‘조커’에겐 ‘할리퀸’에 대한 집착으로 대변된다. 아쉬운 점은 ‘조커’ 분량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것.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출발을 끊은 DC코믹스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별책’ 느낌이 강하다. 악인 특유 강렬한 한 방이 의외로 부족한 느낌이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코믹스 마니아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지점은 충분하다. 그게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그리고 악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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