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공개됐다. 무려 140분에 걸친 시대극이었다. 하지만 스파이 장르를 표방한 밀도 높은 스토리와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완벽한 3박자를 갖춘 웰메이드 블록버스터였다.

25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밀정’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공유 한지민 신성록 엄태구가 참석했다.

이날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밀정’에 대해 자신의 첫 번째 색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영화와 인물이 가는 대로 만든 첫 번째 영화였다”면서 “서양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콜드 느와르’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영화를 만들다가 이상하게 점점 뜨거워졌다”면서 “내가 생각한 냉전시대와 실제 일제강점기는 전혀 다른 시대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밀정’은 차갑게 시작해서 무겁게 끝나고 벼랑 끝에서 실날 같은 희망을 얘기하는 영화다”고 자신이 생각한 ‘밀정’을 요약했다.

‘밀정’이란 제목 자체가 갖는 의미도 설명했다. ‘밀정’이란 단어 자체가 개인에 집중됐지만 실제로는 시대에 가까운 서사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시대인지에 따라서 개인이 입장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 “착오와 과오를 통해서 어지러운 시대에 자신의 진심을 찾아가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선 특별출연 형식으로 등장하지만 그 존재감이 만만치 않았던 배우 이병헌의 출연 섭외 배경도 전했다. 그는 “의열단 실제 단장이셨던 약산 김원봉 선생의 냉정함과 카리스마를 고려했다”면서 “병헌씨가 꼭 해주기를 바랐다. 실제로는 되게 바쁜 척을 하지만 그렇게 바쁜 배우는 아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중 조선인으로서 일제 경찰로 살아가는 이정출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는 ‘밀정’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그 시대를 살면서 누구나 밀정이 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삶의 모습을 달리 할 수 있었다”면서 “영화는 누가 밀정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밀정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의 모습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송강호와 함께 호흡을 맞춘 공유는 극중 의열단 단원 김우진을 연기했다. 그는 송강호로 인해 좌절하고 주눅이 들었던 경험을 전했다. 공유는 “첫 번째 시대극이어서 사실 너무 힘들었다”면서 “송강호 선배님 때문에 주눅 들때도 있었다. 그래서 자학도 많이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너무 좋고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극중 한 장면을 통해 특별한 의미도 부여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한지민의 손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나온다”면서 “실제로 한지민이 손이 너무 작다. 저렇게 작은 손 하나 지켜주지 못했단 것이 우리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지민도 고문 장면 촬영 당시의 느낀 점을 전했다. 그는 “실제가 아님에도 정말 공포감이 들었다”면서 “만약 내가 실제 인물이라면 고문을 버틸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영화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송강호 공유 한지민 신성록 엄태구 등이 출연한다. 다음 달 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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