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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게이션] ‘브링 홈; 아버지의 땅’, 돌아가고 싶은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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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티베트란 나라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달라이 라마로 대표되는 이 나라는 사실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국가다. 물론 그 이전까지는 엄연히 존재했다.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1951년 티베트는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브링홈: 아버지의 땅’은 모든 티베트인들의 염원이 담긴 그래서 아직도 진행 중이며 또한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꺾인 날개의 퍼덕임과도 같았다.

영화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실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란 하나의 표현 기법을 빌려왔지만 지금도 진행 중인 사실이다. 그 중심에 선 텐진 릭돌이란 아티스트도 미국에서 살고 있는 티베트 난민이다. 그는 자신의 소원이자 평생 고국 티베트를 그리워하다 미국에서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그것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600만 티베트 난민들의 소원이었다.

사실 그것은 소원이란 거창한 단어로 표현되기에는 그 안에 담긴 함의(含意)가 너무도 깊다. 너무도 간절하다. 그 간절함은 그저 단 한 가지였다. 누군가에겐 일상과 맞닿아 있는 아주 단순한 지점이다. 바로 ‘내 나라 땅을 밟아보는 것’이다. 그 단순하지만 의미가 깊은 행위가 누군가에겐 죽을 때까지 이뤄질 수 없는 특별함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목숨을 담보로 한 세상과의 마지막 작별이 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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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위해 텐진 릭돌은 한 가지 일생의 대사건을 기획한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티베트인들에게 나라를 되찾아 주기로 한 것이다. 고향땅 티베트의 흙 20톤을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로 가져오는 퍼포먼스다. 사실 말이 쉬운 일이지 과정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당초 예상은 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티베트 독립에 초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시간은 무려 17개월로 늘어났다. 20톤의 흙을 가져오는 과정 속에서 이들이 지난 국경만 2개다. 지나친 국경 검문소만 50개였다. 그들이 지나쳐 온 거리는 2000km가 넘었다.

죽음의 여정과도 같았던 이 과정은 고스란히 또 다른 티베트 난민 텐진 체탄 초클리의 카메라에 담겼다. 국적이 없는 감독의 눈과 또 이번 프로젝트를 계획한 나라 없는 국민 텐진 릭돌의 퍼포먼스는 그래서 진실하게 다가왔다. 아니 절절함이 묻어나 있었다.

이번 퍼포먼스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른바 ‘흙 밟기’였다. 인도의 한 지방 학교 운동장에 20톤의 흙은 펼쳐졌다. 그들의 잃어버린 조국 티베트가 펼쳐졌다. 펼쳐진 흙은 ‘OUR LAND, OUR PEOPLE’(우리 땅, 우리 민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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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주인공 두 명의 ‘텐진’은 혹시 모를 위협을 위해 퍼포먼스 전날 모든 것을 공개했다. 그렇게 입소문은 꺽인 날개를 타고 힘겹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약 6000명의 티베트 난민들이 그 운동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 든 6000명의 난민들은 그 흙은 밟고 만지고 느끼고 가슴에 담았다. 티베트의 주권 상실을 기억하는 1세대도 그 1세대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본 2세대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3세대들도 함께 했다. 그들은 그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게 느낄 수 없는 한 줌의 흙 위에서 국가를 찾게 됐다.

전 세계 뉴스로도 소개된 이날의 퍼포먼스는 저항이란 개념 안에서 설명될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를 남겨 주고 끝을 맺었다. 이유가 없는 폭력의 강렬함보단 분명한 이유를 갖고 행하여지는 비폭력의 힘이 더 강력한 무언가를 담고 있단 사실을 17개월의 고난 했던 시간으로 얘기했다.

티베트의 역사는 계속되고 티베트의 그리움은 계속된다. 우리네 역사의 한 켠에 분명히 자리했고 그래서 우리도 알고 있는 그것의 실체를 이 짧지만 결코 끝맺을 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간절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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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지만 영화가 아닌 ‘브링 홈; 아버지의 땅’은 그렇게 간절함을 남긴다. 오는 9월 1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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