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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의 영(映)터리] 영화 속 ‘멀티캐스팅’…“득일까 실일까”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이미 멀티캐스팅은 대세란 말로도 설명하기가 부족하다. 오히려 단독 주연 혹은 원톱 투톱 영화가 사라진 현실에서 일반적인 개념으로 자리하게 됐다. 때문에 충무로에서 기획되는 또 제작되고 개봉 대기 중인 영화 모두가 ‘멀티캐스팅’ 범주안에서 해석된다. 장단점은 분명하다. 호불호가 나뉘는 세대별 배우 선호도를 모두 끌어 안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스토리의 전달력에서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다는 지적도 크다. 그럼에도 ‘멀티캐스팅’은 제작자나 연출자 입장에선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악마의 캐스팅’으로도 불리는 ‘멀티의 세계’는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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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도 유혹할 멀티 라인업


오는 28일 개봉하는 ‘아수라’는 이미 충무로에선 ‘미친’ 혹은 ‘악마도 유혹할’ 멀티 캐스팅으로 유명하다. ‘신세계’ ‘베테랑’ ‘국제시장’ ‘히말라야’ ‘검사외전’ ‘곡성’ 등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 폭발을 터트리는 황정민 그리고 출연 자체만으로도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정우성, 여기에 ‘곡성’을 통해 새로운 ‘흥행 치트키’로 떠오른 곽도원, 또래 배우 중 가장 강력한 성격파 연기를 펼치는 주지훈, 강력한 악역 조연 정만식까지. 여기에 남성 영화에 특화된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영화는 악인들이 판을 치는 현실 세계의 지독함은 아수라 지옥에 빗대어 끔찍한 상황의 굴레를 그린다고 한다. 한 번 발을 내딛으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악의 굴레는 이들 배우들의 초강력 존재감과 함께 수컷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데 강한 조율을 보이는 김성수 감독이 지휘하면서 전례 없을 멀티 캐스팅 특화의 스토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는 7일 개봉하는 ‘밀정’ ‘고산자, 대동여지도’ 역시 강력한 멀티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한다. ‘밀정’은 송강호 공유란 걸출한 투톱 라인업 속에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 그리고 일본의 명배우 츠루미 신고와 이병헌 박희순의 특별 출연까지 더한다. 김지운 감독의 내밀한 세공력이 표현하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는 ‘밀정’의 ‘멀티 라인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화면 하나하나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각각의 스토리는 눈을 때기 힘들 정도다. 이미 ‘괴물’ ‘변호인’을 통해 1000만 관객을 연이어 넘어선 송강호의 명불허전과 ‘부산행’으로 데뷔 첫 1000만을 경험한 공유의 존재감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가 압권이다. 그 외의 조연급 배우들 특히 이병헌 박희순의 특별 출연은 문자 그대로 특별함을 더한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차승원 유준상 김인권 쓰리톱 라인에 남지현 신동미 남경읍 태인호 등 확실한 조연급 배우들의 받치는 라인업이 돋보인다. 1000만 원조 ‘실미도’를 만든 강우석 감독의 뚝심이 돋보이는 연출 스타일이 화면을 장식한다.

지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대동여지도에 담긴 지도꾼 김정호의 일대기는 CG를 거부한 채 실사로 진행된 전국 8도의 사계절 모습이 오롯이 화면을 장식한다. 백두산 천지와 함께 실제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보물 ‘대동여지도 목판본’이 화면에 공개되는 장면에선 가슴을 울리기까지 한다.

이외에도 2012년 1000만 관객을 넘어선 ‘도둑들’ 2013년 여름 성수기를 책임진 ‘감시자들’ 2014년 여름 시즌을 장식한 한국영화 ‘빅4’(명량, 군도, 해적, 해무), 지난해 '베테랑' '암살'도 멀티 캐스팅 성공 사례들이다.

이 같은 멀티 캐스팅은 관객들에게 영화 자체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효과가 크다. 또한 여러 배우들을 활용한 플롯 자체의 풍부한 활용도 역시 기대케 한다. 한마디로 볼거리 차원에서 다양성을 중요시하겠단 의지가 깔린다.

한 영화 관계자는 헤럴드경제 문화팀과 전화통화에서 “여러 배우들을 출연시키는 ‘멀티 캐스팅’은 이른바 리스크 분산 효과가 크다”면서 “타깃 관객층을 겨냥하기 보단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란 포장 느낌도 줄 수 있다. 특히 스토리가 뻔하게 흐르지 않게 할 요소가 많아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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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점만큼 두드러진 단점


하지만 강력한 장점과 함께 멀티캐스팅은 분명한 단점도 드러난다. 단독 주연을 통해 강한 뼈대의 줄거리를 전달해 영화 자체가 주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힘이 떨어질 수 있게 된다. 일부 멀티 캐스팅 영화의 경우 무리한 캐릭터 출연으로 관객들의 몰입감 마저 분산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캐릭터가 많아지면서 각각의 인물에 대한 서사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러닝타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인물의 앞뒤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반대로 제작비가 엄청나게 상승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최근 들어선 명확한 개념의 멀티캐스팅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원톱 혹은 투톱 주연을 내세우고 이를 뒤에서 받치는 다수의 조연을 내세우는 방식이다. ‘멀티캐스팅’을 가장한 사실상의 원톱 영화다.

결국에는 복합적인 캐스팅 라인업이 등장하게 된다. ‘단독 주연이냐 멀티 주연이냐’란 선택의 문제에서 이른바 절충점이 생긴 것이다. 올해 개봉해 성공한 ‘터널’과 ‘덕혜옹주’의 경우 확실한 캐릭터 하나를 두고 그 주변을 여러 인물들이 애워싼 형태로 스토리가 구성됐다. 흥행에서도 성공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배우들도 자신의 몫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큰 문제를 삼지 않는다. 오히려 멀티 캐스팅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다”면서 “보는 관객이나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같은 지점일 것 같다. 결론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다. 작품의 완성도나 탄탄함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완성된 이야기를 전달하느냐가 원톱이냐 멀티냐의 개념을 구분 짖지 않는 요소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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