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VIEW] ‘럭키’ 유해진,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미지중앙

사진=쇼박스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1999년 개봉한 ‘주유소 습격사건’이 극장가를 휩쓸었던 기억이 난다. 엄청난 배우들과 상상을 초월한 스토리 그리고 콘셉트는 지금 생각해도 ‘기상천외’란 말 이외에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 정말 기괴한 느낌의 한 사람이 기억을 붙잡고 있었다. 영화 흥행 당시 연출을 맡은 김상진 감독이 실제 깡패를 섭외해 출연시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는 배우의 비주얼이 아니었다. 그리고 17년이 흘렀다. 실제 깡패를 연상케 할 정도의 강렬한 인상이 무기인 그는 女心과 男心 모두를 휘어잡는, 장르를 불문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유한, 흥행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대체 불가의 배우가 됐다. 유해진은 그렇게 누구나 부러움을 살 수 밖에 없는 결과물을 얻었다. 물론 그도 처음에는 결코 그렇지 못했다. 영화 ‘럭키’ 속 윤재성(이준)이 딱 자신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끌렸다고.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특유의 아재 개그와 함께 진지와 유머를 넘나드는 여유로움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럭키13’(Lucky 13)이라고 쓰여진 모자를 쓰고 현장에 나왔다. 영화 제작사 혹은 홍보팀 그것도 아니면 소속사에서 준비한 아이템인줄 알았다. 파안대소하며 손사래를 쳤다. 자기도 모르던 소장용 모자라고,

“제가 그렇게 계산적이지는 못해요. 하하하. 근데 이번 영화가 좀 잘되려나 봐요. 김칫국 먼저 마시는 것 아닌지 몰라요(웃음). 오늘 오기 전에 목욕탕 들려서 광 좀 내고 왔거든요. 하하하. 그리고 머리 만지기도 뭐해서 모자 하나 쓰고 나가자 했는데 집에 이게 있는거에요. 되게 신기하데요. ‘럭키’ 개봉일이 13일이거든요. 이거 ‘럭키’ 상영 동안에는 저한테 부적입니다.”

이미지중앙

사진=쇼박스


유해진은 연기 패턴이 사실상 끝과 끝에 치우쳐진 배우다. 물론 그것은 배우 스스로가 선택한 부분은 아니다. 배우는 작품이 혹은 감독이 선택을 해야 쓰임새가 결정되는 도구이기에. 그 역시 지금까지 자신의 쓰임새가 하드코어 수준의 강력한 액션 및 장르 영화 그리고 코미디가 넘치는 가벼운 터치의 영화 두 편으로 나뉜단 점을 알았다. 그런 점에서 ‘럭키’의 선택은 적절했으면서 의외였다.

“캐릭터를 통해 연기 변신을 하고 작품의 본질에 대한 메시지가 좋아서 출연했다고 하면 사실 안 믿으시겠죠(웃음). 네 맞아요. 그냥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 뿐이었요. 굳이 의미를 대자면 형욱이란 킬러가 기억을 잃고 무명 배우로 살아가는 데 그게 제가 경험한 얘기잖아요. 그건 저 외에는 몰라요. 하하하. 예전에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을 때 선배들이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하찮은 배우는 있어도, 하찮은 배역은 없다’고. ‘럭키’가 딱 그 부분을 건드리더라구요. 절 유지시켜 준 선배들의 말을 작품에서 보니 해야겠단 생각만 들었죠.”

‘럭키’는 사실 창작 시나리오가 아니다. 일본 우치다 켄지 감독이 연출한 ‘열쇠 도둑의 방법’을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한 영화다. 킬러 형욱(유해진)이 목욕탕 키(Key) 때문에 무명배우 재성(이준)으로 운명이 바뀌면서 펼쳐지는 반전 코미디다. 원작이 있기에 그 영하를 바탕으로 이번 영화 속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을 듯하다.

이미지중앙

사진=쇼박스


“딱 한 번 봤어요.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지는 않았어요. 그냥 즐기듯 기억에서 지운 감상 정도랄까. 우선은 원작이 있으니 어떤 작품이었는지는 봐야 할 것 같았죠. 하지만 기억에 남겨두면 내가 움직여야 할 폭이 많이 좁아질 듯했어요. 그 영화는 그 영화고 ‘럭키’는 ‘럭키’ 이니까요. 특별하게 중심을 두고 만들어 간 점도 없어요. 굳이 언급하자면 경계는 있어야 겠다 정도? 원작과 ‘럭키’는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죠.”

앞서 언급했지만 유해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극중 자신이 연기한 무명배우의 삶이었다. 실제 자신의 모습이 똑같았다고. 연출을 맡은 이계벽 감독도 그 부분에선 유해진의 조언을 100%로 수용했을 정도란다. 그 지점은 감독이라도 당연히 모르는 점이다. 실제 경험을 했던 유해진만이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유해진이다.

“정말 영화 속 그 모습이 과거 유해진이에요. 아현동 굴레방다리 근처 옥탑방에서 살았어요. 볼펜 끼고 발음 연습하고 공원가서 뛰고 그랬죠. 진짜 분위기나 환경이 너무 비슷해요. 옛 생각도 정말 많이 나고. 그게 제 집도 아니에요. 친구 집에서 얹혀 살았으니(웃음). 그러다 15년 전 쯤 처음으로 독립했나? 배우 생활 초반에 매일 출근은 하는데 새벽에 들어오고 월세는 꼬박꼬박 내고. 주인집 할아버지가 ‘뭐하는 놈일까’ 되게 궁금해 하셨을 거에요. 그러다 그때 ‘무사’가 개봉하고 주인집 따님이 절 알아보셨죠. 하하하. 그게 참 도움도 되고 기억도 나고 그러내요.”

이미지중앙

사진=쇼박스

이번 영화를 통해 유해진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도 했다. 미모의 두 후배 여배우와 동시에 로맨스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두 후배 여배우와 키스신도 찍었다. 그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그분들께는 정말 죄송하다”고 농담까지 했다. 잘생긴 훈남 배우들도 못해 볼 경험을 그는 이번 ‘럭키’를 통해 동시에 이뤄냈으니 말이다. 흥행 보다 더한 경험이라고 농담을 건냈다.

“그래도 흥행이 먼저죠(버럭) 하하하. 아니 뭐랄까. 암튼 죄송해요. 두 분한테. 하하하. 전혜빈씨는 첫 날 첫 촬영이 저하고 키스신이었어요. 아휴 얼마나 죄송한지. 하하하. 조윤희씨하고는 정말 감정적인 멜로인데 그것도 부담이었고. 사실 그래요. 아직도 전 멜로가 좀 부담이에요. 거의 해본 적이 없으니 부담이고 걱정이죠. 물론 저한테 맞는 맞춤형 멜로라면 부담 없겠죠. 멜로? 그냥 장르적으로 드라마라고 보거든요. 오글거리는게 저한테 오겠어요(웃음) 그냥 상황적으로 멜로적인 드라마라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럭키’에서 1인 2역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유해진이다. 펜트하우스에 살면서 사람을 죽이는 전문 킬러와 소시민적인 생활과 무명 배우로서 자신의 삶에 열심인 한 남자의 모습은 유해진이란 배우를 통해 모두가 설득력을 갖추게 됐었다. 어떤 옷을 입어도 유해진을 위한 배역이었다. 두 가지 캐릭터를 한 작품에서 오고가며 느낀 감정이 궁금했다.

이미지중앙

사진=쇼박스


“킬러가 나한테 맞으면 큰일이죠. 하하하. 글쎄요. 무명배우인 재성의 삶이 저한테 맞죠. 아니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냥 나란 사람과 그런 소시민적인 삶의 모습이 어울리고 또 날 편안하게 해요. 물론 둘 다 연기지만 굳이 한 사람의 인생을 선택해야 한다면 전 무조건 재성의 삶이 좋아요. 김밥집에서 김밥 썰면서 가족들과 웃고 즐기는 모습. 좋잖아요.”

영화 속 실제 재성(이준)의 아버지를 만나 나누던 뭉클했던 감정적 장면이 갑자기 떠올랐다. 무명배우 시절 유해진의 아버지는 어땠을까. 자신의 아버지 역시 영화 속 재성의 아버지처럼 그랬을까.

이미지중앙

사진=쇼박스


“아마 그런 마음이지 않으셨을까요? 아버지들은 다들 비슷하시잖아요. 아셨겠죠. 아시지만 말씀은 안하시고 묵묵하게 바라봐 주시는 그런 것. 표현은 안하시지만 그런 든든한 마음. 아버지…그러셨을 거에요.”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