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View] ‘스플릿’ 유지태, 볼링보다 더 재미있던 연기의 맛
이미지중앙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30대 후반 혹은 40대 정도의 남자들이라면 그를 기억하는 방법은 아마도 두 가지 정도다. 물론 기억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먼저 그가 선보인 이후 또래 남자들에게 꽤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은발’ 헤어스타일이다. 2000년 개봉한 영화 ‘동감’에서 이 배우가 선보인 뒤 남자들에게 신드롬처럼 번진 트렌드다. 두 번째는 최고급 팬트하우스에서 사는 시니컬하고 미스터리하며 충격적인 사연을 가진 갑부다. 한 남자를 파멸로 몰아간 갑부는 결국 스스로의 파멸까지 이끌어 갔다. 전 세계 영화사에 기록될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다. 혹시 이 두 영화를 통해 떠오르는 배우가 있는가. 바로 유지태다. 모델로 시작해 배우로 전업 후 감독까지 이어졌다. 그는 스스로의 진화 과정 통해 지금도 성장 중이다. 그의 눈에 비친 도박 볼링 영화 ‘스플릿’이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목소리가 심하게 잠겨 있었다. 급격하게 쌀쌀해진 날씨 탓에 심하게 감기가 들었다고 했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거북스러워도 이해바란다’고 말한다. 사실 상업영화로선 꽤 오랜만에 언론과 만나는 유지태다. 감독 데뷔 이후 배우로서 스크린에 오랜만에 서는 그의 얼굴은 가라앉은 목소리와는 분명 대조적이었다.

“즐거울 수밖에 없어요. 우선 다행스럽게 언론시사회 후 기자분들의 평이 상당히 좋았고. 또 제가 느꼈던 그 재미를 기자분들 그리고 블라인드 시사회를 통해 본 일반 관객들이 함께 느낀 것 같아요. 너무 좋죠. 특히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중예산 영화의 흥행’이 중요한 시기라고 봐요. 대작 영화를 만드는 구조나 흥행은 많이 겪어봤고 시스템도 구축됐다고 봐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선 ‘스플릿’ 같은 중예산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지중앙
배우로서 감독까지 경험한 흔치 않은 케이스의 그가 말하는 지점은 분명 힘이 있었다. 물론 누구라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지점이다. 그것을 유지태는 감독으로서도 또 배우로서도 경험한 터였다. 그래서 유지태에겐 오랜만에 자신의 생각과 딱 맞아 떨어지는 ‘스플릿’의 시나리오가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전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니 구조가 상당히 탄탄하더라구요. 처음에는 ‘볼링’? 이랬죠. 볼링을 소재로 한 영화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몇 편 안돼요. 그게 나중에 알았는데 이유가 있더라구요. 스포츠이지만 영화적으로 다이나믹함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볼링을 소재로 한 도박? 더 감이 안왔죠. 그런데 ‘스플릿’은 하나가 더 있더라구요.”

‘스플릿’은 볼링영화이면서 도박을 소재로 한다. 이미 ‘타짜’ ‘신의 한수’와도 같은 걸출한 도박 영화가 존재한다. 관객들에겐 기대감과 동시에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전하기 마련이다. 이 지점에서 유지태와 연출과 시나리오를 직접 쓴 최국희 감독이 공통적으로 봤던 것이 드러난다. 그것을 인간미라고 해야 할까.

이미지중앙
“제가 연기한 ‘철종’과 다윗이가 연기한 ‘영훈’의 버디 무비라고 해야할까요. 도박 영화라고 하면 전 세계적으로 이미 많은 레퍼런스가 있잖아요. 특히 이들 영화가 거의 공통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갖고 가죠. 그 안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꽤 쎄요. 그런데 ‘스플릿’은 그것도 가져가면서 풀어가는 방식이 많이 달랐어요. 완벽하게 다른 스타일로 가는 게 너무 좋더라구요. 이런 작품이라면 안할 이유가 없었죠.”

공교롭게도 유지태는 스포츠에 대해선 사실 ‘몸치’라고 한다. 스스로가 ‘몸을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이니. 볼링 역시 이 영화를 준비하기 전까지 태어나서 ‘딱 한 번’ 가본 게 전부였다고. 하지만 사전 준비에 관해선 충무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유지태다. 지독히도 연습을 하고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볼링장에서 레슨을 받았다고.

“진짜로 조금 더 하면 저도 프로 도전을 해봐야하나 할 정도로 빠져들었어요. 하하하. 평생 볼링장 딱 한 번 가본 제가 지금은 ‘에버리지’가 180정도는 나와요. 촬영 중간 배우들과 내기를 할 때 최고가 240까지 냈으니깐. 7연속 스트라이크도 해봤어요(웃음). 그때 느끼겠더라구요. 영화 속에서 권해효 선배의 대사 있잖아요. ‘왜 볼링이 사람 미치게 하는지 알아? 다음에 꼭 스트라이크 칠 것 같거든’ 딱 이 말의 의미를 알겠더라구요.”

이미지중앙
볼링의 재미만큼 상대 배우들과의 케미도 유지태에겐 쏠쏠했던 작품이다. 이정현과의 호흡은 멜로의 기운을 드러냈지만 묘한 설레임을 주면서 관객들의 애간장을 녹일 예정이다. 이다윗과의 관계는 영화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모습을 떠올릴 정도로 강한 인간미를 더한다. 사실 가장 놀라웠던 지점은 유지태가 연기한 ‘철종’과 그 반대편에선 악역 ‘두꺼비’를 연기한 개그맨 출신의 뮤지컬 배우 정성화다.

“도박 영화의 경우 강력한 악역의 존재감이 사실 되게 중요하잖아요. 기자간담회 당시 정성화 형도 ‘내게 이런 역할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하셨고. 그런데 이 영화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분이 성화 형이에요. 그리고 개그맨 출신이라고 하지만 이미 뮤지컬 무대에선 초특급 스타이구요. 연기? 그 형한테 연기력을 묻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죠(웃음). 사실 전 성화형이 먼저 캐스팅됐단 말 듣고 이 영화 안하려 했어요. 하하하. 그 멋진 ‘레미제라블’이 악역이라고? 내 환상이 깨지는 게 너무 싫어서 거절하려고 했다니까요(웃음). 물론 농담인거 아시죠. 하하하.”

그가 ‘스플릿’로 배우로 나선 것도 분명 오랜만이다. 하지만 그는 그 동안 드라마로 대중들과 소통도 했다. 감독으로도 선을 보였다. 그럼에도 꽤 오랫동안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느낌이 강하다. 정확하게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4년부터 2년 간 스크린과 이별을 했었다. 연출 차기작이라고 해야할까.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했던 시간이다.

이미지중앙
“‘굿와이프’는 출연 중이었고, 간간히 영화 카메오도 있었지만 한 2년 동안은 스크린을 떠나 있었죠. 시나리오 제목은 ‘안까이’인데, 조선시대에 ‘아내’를 이르는 말이에요. 멜로에 가까운 내용인데 현재 투자를 위해 수정 중이에요. 다시 감독으로 돌아가느냐? 만약 그런 질문이라면 글쎄요. 제가 하는 여러 활동 중 하나라고 봐주시면 좋아요. 물론 전 배우란 직업에 대해선 죽을때까지 가져갈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 작품으로 차기작 연출을 하는 것도 맞게 될지 모르지만 연출에 대한 욕심도 당분간은 함께 가져갈 생각이에요. 물론 전 배우이구요.”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