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아마 배우 변요한 본인도 몰랐을 거다. 자신이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출연할 줄은. 군대에서 우연히 읽었던 소설이 영화화되고, 그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과연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처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시놉시스가 전해졌을 때 변요한은 자신이 읽었던 바로 그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시놉시스를 읽으면서 변요한은 기시감을 느꼈다. 익숙한 내용이 등장하면서 자신이 군 시절 읽었던 책을 떠올렸다. 변요한은 "너무 신기했다. 원작을 읽었을 때도 너무나 신선한 소재였고 흥미롭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막상 내가 주인공이 돼 연기를 하려니까 막막하더라"고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변요한은 과거의 수현으로 등장해 김윤석과 2인 1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하나의 캐릭터를 두 사람이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기대작에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이 변요한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라 분명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관객 분들이 보셨을 때 공감대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홍지영 감독님과의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제가 독립영화를 하면서 여성 감독님과 촬영을 많이해서 그런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물음표를 던져주시면 저는 그걸 해석하고 풀어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아니다 싶으면 다시 물음표를 주셨어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무리해서라도 촬영에 들어가기도 하고 그랬죠."

감독과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현'이라는 한 캐릭터를 함께 연기해야 하는 선배 배우 김윤석과의 호흡이었다. 30년이라는 세월의 '갭'이 존재하지만 분명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을만한 공통점이 존재해야 했다. 이 때문에 변요한은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내가 김윤석 선배님과 닮았나? 무엇이 닮아야 할까? 무엇을 닮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했다.

"분장, 의상 등 여러가지를 고려했어요. 또 30년 후의 수현과 만나면 과연 어떤 감정일까를 상상하기도 했죠. 담배를 피우는 것도 너무 비슷하게 피우면 좀 이상할 것 같아서 본질적인 마음을 닮아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리허설 할 때 분명 아무 얘기 없이 연기를 하지만 저도 모르게 2인 1역에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정작 슛이 들어가면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거라든지, 엇박자가 들어간다든지, 자세에 변형을 주는 것 같은 작은 행동들에서 비슷하게 보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30년 후의 수현이 과거로 와야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었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변요한이 연기한 수현은 연인인 연아(채서진)와의 애달픈 로맨스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실제 연인을 방불케 하는 두 사람의 연기는 제법 농도짙은 스킨십이 더해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설렘 지수를 높인다. 연아 역의 채서진과 대학 동문인 변요한은 그러나 이번 작품을 통해 채서진과 처음 만났다. 변요한은 "채서진은 작게 표현해도 에너지가 큰 배우다. 연아와도 잘 맞더라. 건강한 후배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들과 정말 잘 어울리더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독립영화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장르를 오가며 남다른 연기력을 자랑하는 변요한이지만 그 역시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접한 연극이 오로지 연기에 대한 목표만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줬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래서 일찍 군대를 다녀왔지만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덕분에 이제는 어엿한 배우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일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미생' '욕룡이 나르샤' 등을 통해 흥행성을 입증했지만 영화에서는 아직 흥행이라고 부를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변요한에게 과연 욕심은 없을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흥행을 바라지 않냐고 묻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흥행을 위해 연기를 시작한 건 아니예요. 연극할 때도 관객 없이 연기를 했었어요. 저에게는 사실 흥행이라는 말이 생소해요. 그 보다는 진심으로 작품에 임하느 태도를 봐주셨으면 좋겠고,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해가 지나도 한 번씩 찾아볼 수 있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8월의 크리스마스' '노트북' '어바웃타임'처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해가 지나면서 느끼는 바가 다른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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