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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능이 불편해] ①‘불패신화’ 육아 예능, 상대적 박탈감만 안기고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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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4포' '5포'를 넘어 'n포 세대'로까지 왔다. 내집마련에 인간관계 그리고 꿈과 희망까지 포기했다는 의미다. 암담한 현실에 처한 젊은 세대들. 무엇보다 이들을 더욱 무력하게 만드는 건 방송에서 그려지는 결혼과 육아에 대한 환상이다. 현실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방송과의 괴리를 짚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그 많던 TV 속 아기 스타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오기만 해도 터졌던 때는 지났다. 예능계 불패 신화였던 육아 예능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2017년 현재 지상파에서 방영되고 있는 육아예능은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 뿐이다. 케이블 채널까지 합치면 채널A의 ‘아빠본색’이 있지만 ‘아빠본색’은 상대적으로 자녀들의 나이가 어린 주영훈, 이한위를 제외하곤 육아 예능으로 볼 수 없다.

육아예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예능판을 주도했던 트렌드였다. 시초였던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는 최고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찍었고 그 해 MBC 연예대상의 대상까지 수상했다. 중국에 포맷을 수출하며 한류 예능으로도 떠올랐다.

‘아빠 어디가’가 인기를 얻자 타 방송사에서도 육아 예능을 런칭했다. KBS는 ‘슈퍼맨’, SBS는 ‘오 마이 베이비’라는 후속작은 선보였는데 프로그램 특성상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프로그램은 승승장구했다. 특히 ‘슈퍼맨’은 아류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했지만 개성 넘치는 아이들 덕분에 ‘아빠 어디가’를 시청률로 앞지르고 광고도 독식했다.

하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빠 어디가’는 한자릿수 시청률로 추락하며 종영했고 ‘오 마이 베이비’도 지난해 8월 막을 내렸다.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슈퍼맨’은 현재 10%대의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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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예능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 중 하나는 스타 2세들의 캐릭터에 있었다.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윤후, 추사랑, 삼둥이라는 캐릭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보는 것만으로 육아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육아 예능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익숙해진 캐릭터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그래서 제작진은 꾸준히 새로운 멤버를 투입하며 신선함을 주려고 노력했다. ‘슈퍼맨’도 현재 양동근, 오지호, 인교진의 공동 육아를 끝내고 고지용, 샘 해밍턴을 투입시키며 변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육아 예능이 더 이상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엔 현실과의 괴리감에 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연애부터 결혼, 육아까지 포기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TV 속 스타들의 화려한 육아는 공감대를 형성 못했다. 저택 같은 커다란 집에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는 TV 속 스타들과 달리 현실 속 부모들은 일에 치여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힘들다. 아이 하나만 낳아서 키우는 것도 요즘 세대들에겐 큰 부담인데 많은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스타들의 모습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발표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제2차 저출산인식 설문조사'(전국의 20∼50대 남녀 910명 기준)결과에 따르면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답한 국민이 63.7%에 달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80.2%가 출연자의 경제적인 여건이 현실과 동떨어지며 비현실적이라고 답했다. 암담한 현실을 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환상만 보여주다 보니 육아 예능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씁쓸하지만 당연한 결과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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