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진희 기자] 20년 연기의 내공 덕일까? 유해진이라는 사람이 가진 모양새가 그런 것일까? 영화 ‘공조’를 선 보인 유해진의 여유는 남달랐다. 작품의 특장점인 액션부터, 웃음코드, 명장면까지 그 모든 공을 후배인 현빈에게 오롯이 선사한 그는 영화계의 법정스님이라 불려도 무방할 만큼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공조’ 속 유해진이 연기한 생활형 형사 강진태는 욕심이 없다. 작은 바람이라면 아내(장영남)와 딸(박민하), 그리고 처제(임윤아)의 행복이다. 영화 ‘공조’를 내놓은 그를 만났다.

▲ 영화 어떻게 봤나?
말끔하게 본 것 같다. 무엇보다 강렬하게 남은 장면이 있다. 말미에 임철령(현빈)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지 않나. 나에게는 이 장면이 이 영화 이미지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렬하다. 영화의 트집을 잡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어차피 ‘공조’는 오락영화다. 오락영화에서 나오기 어려울 법한 장면이 나온 것 같아 그 장면이 강렬한 것 같다.

▲ 김성훈 감독은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공조’가 오락영화로서의 매력은 있다고 보나?
남과 북 얘기라는 묵직한 덩어리로 시작하지만 결국엔 두 사람으로 끝나는 이야기지 않나. 난 그게 좋다. 남과 북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 서로 피 떡이 돼서 앉아 있으면서도 인간적인 농담 툭툭하면서 교류할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감정, 그 마음이 좋았다. 그 과정에서 액션도 있고, 웃음도 있고, 여러 에피소드도 생기겠지만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과 훈훈한 정이 잘 그려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소하게 둘이 않아서 진솔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마음 속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좋았다. 처음부터 영화가 어떻게 나올 것 같다는 예상은 잘 못했다. 크게 그려져 있지만 과자종합선물세트같은 이미지였던 것 같다.

▲ 김정훈 감독과 호흡은 어땠나?
김정훈 감독은 처음에 대본 수정 할 때부터 많은 것을 받아주는 편이다. 배우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고 열려 있는 면이 좋은 감독이다. 또 촬영 현장을 너무 촘촘하게 하지 않아서 좋다. 긴장감을 풀어 줌으로써 현장에서의 사고 가능성을 현저히 줄여 준다. ‘공조’ 같은 경우 액션에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고가 나기 쉬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김정훈 감독의 여유가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좀 더 여유롭게 했기 때문에 사고 없이 완전하게 촬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현빈의 액션과 유해진의 개그가 양분화 됐다는 느낌이 적지 않다. 어떻게 생각하나?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나? 처음부터 두 장르의 밸런스가 잘 맞아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설정상 임철령은 과묵할 수밖에 없고 액션 위주로 갈 수 밖에 없는 캐릭터지 않나. 나 역시 그런 색깔을 같이 갖고 갈 수 없으니 그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까가 관건이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말이 많아졌다. 사실 처음엔 원래 더 많았는데 찍으면서 많이 다듬은 것이다.

▲ 과묵한 현빈, 그 안에서 상업성을 끌고 가는 게 유해진이다. 부담감은 없었나?
나는 그 상업성은 진태의 집 안에서 찾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집에서의 연기가 큰 축이기 때문이다. 가족적인 부분들 어떻게 그릴까도 균형을 잡아햐 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부담감은 없었다. 그냥 편안하고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다. 특히 아내 역인 장영남 씨와 호흡이 좋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장영남 씨와는 연극 때부터 친밀한 관계였기 때문에 그 티가 촬영 현장에서도 많이 났다고 한다.

▲ 집 안에서의 장면들이 세 여자 등살에 못 이기지만 또 세 여자 때문에 행복한 가장이다. 여성 출연자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진태의 가족들은 쉼표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장영남 씨와도 그랬지만 민하도 사랑스러웠고 임윤아 씨도 굉장히 열심히 하면서 자연스러웠다. 윤아 씨는 장영남 씨와 또 그렇게 잘 어울리더라. 그렇게 허물없이 지냈던 것들이 작품에 모두 반영이 된 것 같다. 아마도 진태의 집 모습이 지금의 가장 평범한 대한민국의 가정이지 않겠나?

▲ 현빈은 각 잡힌 연기를 했지만 유해진의 연기도 액션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현빈이 워낙 어려운 액션 했기 때문에 그 앞에서 내가 액션을 했다고 하기에는 창피하다. 내 액션이 영화를 통틀어서 전부였다면 액션이라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현빈이라는 배우가 그 액션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그 과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감히 내 연기를 액션이라고 말 할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빈은 액션을 하다가 조금 몸이 상해도 아프다는 얘기를 잘 안한다.

▲ ‘공조’의 공을 현빈에게 모두 넘기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연극을 할 때는 잘 나가는 배우들이 연예프로그램에 나와서 촬영하는데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면 정말 화났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까 알겠더라. 정말 힘들게 촬영한다. 그 고충을 몸소 체험하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니 이제야 알겠더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만큼 현빈의 노력은 대단했다.


▲ 코믹한 이미지의 연속, 악역으로 가긴 힘들지 않겠나?
사실 그런 고민이 좀 있다. 나의 본업은 배우인데 예능프로그램 때문에 지나치게 친숙한 이미지가 만들어 진 것도 사실이다. 고민 끝에 내린 답은 배우답게 노선을 정해야한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친숙해 진만큼 배우로서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대중들에 나의 이미지가 담겨져 있는데 그것을 뛰어 넘어서 악역을 하려고 하면 몇 배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 배우 유해진에게는 모나지 않는 아름다운 이미지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감하나?
가족 연기가 자연스러워지면서 더 그런 이미지가 심어지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아직까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예전과는 분명 시각이 달라졌다. 아내, 아이 역할에 대한 애정이 더 가는 것 같다. 이번에 딸로 나온 민하도 그렇다. 내 딸로 온 아이다.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지금보다 어릴 때보다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 전작 ‘럭키’가 잘 됐다. ‘공조’는 어떨 것 같나?
‘럭키’만큼 잘 됐으면 좋겠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않겠다. 사실 ‘럭키’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됐다. 잘 되면 300~400만 정도 들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또한 꿈이었는데 예상을 뛰어 넘어서 굉장히 잘 된 작품이었다.

▲ ‘공조’가 잘 된다면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티켓파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티켓파워라는 부담감은 이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차차 그런 부담감에서 조금씩 강해지겠지 생각한다. 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어쨌든 계속 안고 가게 될 것 같지만 스스로 자꾸 떨쳐 내려고 한다. 그런 부담을 갖고 계속 연기 할 수는 없지 않나.

▲ 새해다. 올해는 어떻게 살고 싶나?
그냥 신나게 살고 싶다. 다들 찌들어 있고 눌려 있고… 시국도 그렇고… 마음이라도 신나게 하루를 시작해 볼까 하는 그런 마음을 매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실제로 그런 마음을 자꾸 생각을 해버릇하면 파이팅을 다질 수 있게 된다. 나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효과도 있다. 개인적으로 예민할 때는 한 없이 예민하고, 나 자신에게 넉넉하지 못한 타입이기 때문에 그런 세뇌는 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