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View] '원라인' 진구 "주연 욕심 버리니 상처 받을 일도 없네요"
이미지중앙

배우 진구. (사진=NEW)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큰 성공을 거둔 뒤 배우 진구에게는 유독 응원의 목소리가 높았다. "잘 될 줄 알았다" "이제서야 빛을 보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등.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이후 그의 연기 행보는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문제는 욕심이었다. 주인공만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주연 자리에서 살짝 비켜나니 새로운 세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 '원라인'은 일명 '완구커플'로 불리는 임시완과 진구가 투톱을 나선 영화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상 임시완이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구조다. 정작 진구는 영화에서 출연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사실상 조연인 셈이다. 그럼에도 진구가 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데는 촬영 당시 상황이 한 몫 하고 있다. '원라인' 촬영 시기와 '태양의 후예' 촬영이 겹쳐 있었고, 드라마 종영 후에도 해외 일정 등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원라인'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태양의 후예' 그리스 촬영 중이라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든 때였어요. 그러다보니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죠. 원래 첫 장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얼마나 빨리 읽히느냐가 선정 기준인데 '원라인'은 잘 안 읽히더라고요. 그래서 고사를 했었죠. 하지만 감독님을 만나고 실존 인물들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분량도 많지 않아 가볍게 참여할 수 있었고 저에게 편안한 연기를 주문해 주셔서 저 역시 새로운 모습을 꺼내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미지중앙

배우 진구. (사진=NEW)


2005년 실제 발생했던 일명 '작업 대출'을 소재로 한 '원라인'에서 진구는 장과장 역을 맡았다. 장과장은 작업 대출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자로, 여유로운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범사치 않은 아우라를 발산하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능구렁이 같은 면모도 있다. 특히 극중에서는 민대리(임시완)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보고 그를 스카우트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장과장은 선도 악도 아닌 헷갈리는 인물이예요. 그런 인물을 연기하고 싶기도 했고 실제로 저에게 그런 면이 있기도 해요. 아마 저와 닮아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제 주변에서는 장과장 캐릭터를 보고 큰 차이를 못 느꼈을 거예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가치관이나 경제관이 변한 건 없지만 대출 사기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죠. '은행에서 돈 받게 도와주는 게 내 잡이야'라는 대사가 있는데 결국에는 스스로를 반성하는 캐릭터라 연기를 해도 되겠다 싶었죠."

올해로 연기 15년차인 진구는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스스로 말하길 인기 거품이 빠지는데는 채 보름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독기만 남은 그는 오디션에 참여했고 항상 주인공만 하려했지만 2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오디션에 합격하지 못했다. 그러던 2005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을 만났고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처음으로 주인공이 아닌 역을 연기한 진구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였다. 그 후로 그는 더 이상 오디션에 도전하지 않았다.

"그때 처음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서 선배들만 앉는 자리에 가서 같이 박수도 치고 좋은 옷도 입었어요.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연기자는 연기자구나, 욕심은 버릴 수록 좋은 거구나라는 걸 알았죠. 그래서 작품이 흥행이 안 되더라도 상처를 안 받는 편이고, 잘 되면 남들보다 3배 이상 기쁜 것 같아요."

이미지중앙

배우 진구. (사진=NEW)


연기를 시작한 뒤 힘들고 불만도 많았지만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놨다는 진구는 세상 사는 게 편해졌다고 했다. 큰 돈을 벌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고, 간혹 '태양의 후예'처럼 큰 사랑을 받는 작품도 생기니 말이다. 하지만 진구는 "그런 큰 사랑은 내 것이 아니라 조인성 송중기 원빈같은 남자 스타들을 위한 거죠. 저는 소소한 사랑을 받으며 늙어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살아온 인생들이 재밌었고 또 앞으로가 궁금해서 더 살아보고 싶은.."이라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내심 부러워 아직도 한국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는 진구는 "그래도 정우와 강하늘이 나오는 건 본다.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직 내 콤플렉스였던 여진구를 만나 본 적이 없는데 기회가 되면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다. 내가 봐도 멋있는 친구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미지중앙

배우 진구. (사진=NEW)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