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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껍데기는 스릴러지만”...장르적 정체성 상실한 ‘시간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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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영화 ‘시간위의 집’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모성애를 강조한 드라마적 요소가 더 진하게 묻어난다. 문제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강점도, 모성애를 통한 감동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평면적 캐릭터는 배우들의 호연으로도 덮기 어려운 인상이다.

1992년 11월 11일 미희(김윤진)는 피 칠갑을 한 채 난장판이 된 집에서 눈을 뜬다. 남편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고 어린 아들은 눈앞에서 지하실 창고의 문으로 빨려 들어가 듯 사라진다.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의 사건으로 미희는 재판에 넘겨지고 수감된다.

2017년 후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조기 출소한 미희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25년이라는 시간 탓에 이미 미희는 백발노인이 된 후였다.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는다. 유일하게 미희의 결백을 믿어주는 최신부(옥택연)는 당시 사건 관련 기록을 파헤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 전개에 속도를 붙인다.

영화의 주요 무대가 되는 ‘집’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판타지의 공간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은 그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집으로 설정됐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음습한 집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는 본능적인 불안감을 만들어낸다. 극의 중간에 수시로 공포감을 극대화 시키는 요소들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작품 초반 10여분과 곳곳에 배치된 찰나의 공포를 제외하고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잃어버린 자식을 찾기 위한, 그리고 그 아들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강렬한 모성애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김윤진의 연기는 달리 흠잡을 곳이 없다. 김윤진은 자신이 맡은 롤을 호연으로 충분히 이끌어갔다.

그럼에도 ‘시간위의 집’은 관객을 휘어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 설정도 한 몫 한다. 미희의 남편 철중(조재윤)은 알코올 중독자 증세를 보이며 의붓아들에 대한 일차원적인 분노를 드러낸다. 최신부도 마찬가지다. 신부를 넘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탐정 같은 모습을 담고 있지만 이 역시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시간 위의 집’은 결국 복합적인 장르에서 오는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음습한 집에서 풍기는 불안감을 오컬트적인 요소로 해석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이 흥미를 이끌어야 할 무언가는 빠져있다. 부실한 이음새와 평면적인 캐릭터 등의 연출은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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