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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대립군’, 진정한 군주는 누가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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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진정한 군주는 백성이 만든다”

‘대립군’은 한 나라의 세자이자 냉혈한 아버지를 둔 아들로서의 광해(여진구), 파천한 선조를 대신해 의병을 모으는 광해 일행의 여정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애당초 왕이 되고 싶지 않았던 이 유약한 소년은 억지로 책임을 떠안고 난세를 해쳐나간다. 그 과정을 통해 이 영화는 계속해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왕의 자질은 무엇이냐고.

정윤철 감독은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대립군’에 대해 “광해라는 소년과 대립군이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 만나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지, 나 자신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를 각기 깨우쳐 가는 이야기”라며 “가장 밑바닥에 있는 대립군, 즉 백성이 결국 왕을 만들어낸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대립군’은 기존의 광해라는 인물을 다뤘던 다른 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나 ‘명량’과는 달리 ‘대립군’은 위기의 상황에 처한 나라를 지키는 것은 왕이 아닌 민초들이었음을 부각한다. 영화의 제목도 그러하듯 대립군이라는 역사 속의 무명의 인물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안긴다.

토우(이정재), 곡수(김무열), 조승(박원상) 등 대립군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른다. 이들은 토우를 필두로 험난한 산을 오르고 또 오른다. “대립군은 허깨비”라는 관군들의 말처럼 이름도 사라진 이들이지만 대립군은 단 하나의 바람을 가지고 이 여정을 감내한다. 바로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일말의 희망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분명 500년 전 조선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작금의 대한민국 모습과 오버랩된다. 정규군이 되고 싶었던 대립군에게서는 비정규·계약직 노동자의 모습이 비춰진다. 또 유약한 광해를 진정한 군주로 만드는 대립군, 특히 토우의 모습은 촛불정국을 지나 온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광해를 연기한 여진구와 대립군 대장 토우를 연기한 이정재, 그의 동료 곡수를 연기한 김무열 등은 누구 하나 튀거나 부족함 없이 극의 균형을 이룬다. 특히 여진구는 뜻하지 않던 왕의 자리에 오른 것에 대한 혼란과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슬픔, 불안함을 적절히 섞어냈다. 이정재 역시 대립군 리더로서의 무게감을 잘 표현해냈고 김무열은 가장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연기로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쳐냈다.

또 다른 재미는 영상미다. 경주, 안동, 문경 등 전국을 다니면서 촬영한 만큼 사실적인 풍광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극에 달한다. 광해 일행의 여정도 그렇다. 산을 오르며 숨이 차오르던 배우들의 연기가 지극히 사실적이다. 러닝타임 130분. 15세 이상 관람가. 31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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