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뷰] ‘리얼 고증’ 이준익 손에서 살아난 ‘박열’(종합)
이미지중앙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철저한 고증을 거쳐 이준익 감독의 손에서 박열이 생생하게 재탄생됐다.

13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영화 ‘박열’ 언론시사회에 이준익 감독, 이제훈, 최희서가 참석했다.

‘박열’은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퍼진 괴소문으로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되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관심을 돌릴 화젯거리가 필요했던 일본내각이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이제훈)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현장에서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은 ‘박열’에 담긴 메시지를 강조했다.

▲ 적은 예산비로 제작한 이유는?
"적은 예산으로 찍는 게 저의 목표였다. ‘동주’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실존인물을 최대한 고증을 거쳐서 찍고 모든 등장인물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선 화려한 볼거리나 과도한 제작비는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최소의 조건으로 찍어야 그들이 가진 진정성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준익)

▲ 실존 인물인 박열과의 공통점은?
“박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부끄럽지만 알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인물을 깊이 빠져들고 탐구했는데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삶과 박열이 가진 상황들이 큰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 자유와 평등이 있어야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제가 연기할 수 있는 것이다. 박열이라는 인물은 시대를 울분과 아픔이 있을텐데 단순히 개인적인 욕망에 대해 그치지 않고 조선인에게 희망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있지 않았나 싶다. 저 역시 관객들과 만날 때 공감하길 원하고 의미가 있길 원하는데 그게 저와 맞닿아 있다. 조금이나마 박열이라는 인물을 연기했을 때 제 마음이 투영돼서 관객들에게 전달되길 바랐다.”(이제훈)

이미지중앙

▲ 여성 캐릭터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비중이 큰데
“일본 사람이 쓴 후미코 평전 같은 책이 있는데 고증을 비교하면 90% 적용됐다. 후미코라는 존재는 박열과의 관계성 안에서 그 시대의 근대성을 보여준 여성이다. 90년 전에 후미코는 여성성의 근대성을 정확하게 표현해줬다. 이야기 속안에서 박열조차도 연인이기 이전에 동지로서, 여성 이전의 인간으로 봤던 인물이다. 그래서 후미코의 여성성을 부각할 수밖에 없다.”(이준익)

▲ 서로 호흡을 맞춘 소감
“감독님이 ‘20~30대 남배우 중에서 박열과 누구랑 어울릴 것 같냐’고 물어봤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제훈이라고 했다. ‘파수꾼’이나 ‘고지전’에서 볼수 있었던 날카로운 눈빛이 제 뇌리에 박혀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실제 사진을 봤을 때 이제훈이 완벽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훈이 아니었으면 박열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긴장을 많이 했다. 팬이기도 했고 선배이기도 했고 전 이번이 첫 주연작이다. 많이 부족하면 어떻하나 긴장했는데 박열을 연기할 땐 냉철하지만 카메라 뒤에선 선배로 조언을 해주고 본인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제가 리액션을 할 수 있도록 연기한다. 정말 태도도 본받고 싶은 선배다.”(최희서)

“최희서를 10년전 독립영화 작품을 통해 처음 봤다. 이런 보석같은 배우가 있었구나 싶었는데 ‘동주’를 통해 빛을 발하는구나 느꼈다. 이번에 함께 한다고 했을 때 정말 완벽하게 잘해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역시나 함께 호흡을 하면서 후미코 역할은 최희서 말고는 누가 해낼 수 있을까 싶다. ‘박열’이라는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분들은 최희서가 연기한 후미코를 더 기억하고 관심을 가질 거다.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 여배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이제훈)

▲박열이라는 캐릭터의 완급 조절은 어떻게 했는가?
“시나리오를 받기 전 이준익 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설렜다. 근데 시나리오 읽고 걱정됐다. 제 그릇에 어려운 역할이더라. 일본어도 많고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이런 역할로 연기력을 선보인다고 하기에는 이 영화의 가치가 크다. 그 시대에 박열이 뭘 보여주려고 했는지가 저에겐 가장 컸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게 저의 목표였다. 굉장히 매 신 신중하고 박열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도록 스스로 다스리는데 집중했다.”(이제훈)

▲일제강점기를 다뤘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 코드를 넣은 이유
“일제 강점기의 역사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게 현실이고 엄숙하고 진지하고 심각해야 한다는 관습이 있다. 하지만 박열이라는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서 보면 ‘일본의 제국주의는 하찮은 것’이라는 호기가 있다. 그 호기를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실천한다. 보통 일제 강점기 영화 하면 감정적 호소가 많았다면 ‘박열’에서만큼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제국주의의 모순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건 실제로 박열이 그랬으니까. 그 안에 조선인 특유의 해학과 익살을 표현하는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정서적 변화 말고는 실존 인물을 그대로 고증했다. 일본 내각에 나오는 인물들 이름부터 날짜도 다 고증한 거다. 일본 내각에서 벌어졌던 현상까지도 가능한 맞추려고 했다. 의미를 살리다보면 재미가 떨어져서 밝고 유쾌한 연출을 했다.”(이준익)

이미지중앙

▲ 영화 ‘동주’에 이어 또 다시 실존 인물을 다루게 됐는데
“실존인물이라도 시대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근현대 실존인물을 영화화 하는 건 조심스럽다. 미화하면 안 되고 폄하해서도 안 된다. 실존 인물의 후손들이 살아계신다.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노력했다.”(이준익)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영화의 흥행을 떠나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 박열이라는 인물 말고도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인물들이 많다. 그들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이제훈)

“이 영화는 반일 영화가 아니다. 보시면 이해하실 것이다. 영화 속에서 증명된다.”(이준익)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