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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① 밴드 위아더나잇, 짙은 밤 ‘혼자’를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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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여행을 위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있는가. 어두워진 밤, 버스 혹은 기차에 몸을 싣는 순간 오롯한 나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시공간은 뒤틀리고 또 다른 터미널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그 어떤 것도 없다. 시끄러운 외부의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 고요한 이 시간이 바로 또 다른 여행이다.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에서 한 부인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가족들의 발자국에 침범 당한다. 결국 집에서 아주 멀고 허름한 호텔방을 찾지만 이마저도 남편에게 들키고 만다. 그러자 부인은 생각한다. “지난 1년간 난 매우 지저분한 한 호텔에서 낮 시간을 모두 보내왔어요. 그곳에 있으면 행복해요. 난 사실 그곳이 없이는 존재하지 않아요”라고.

혼자가 되기 위해 떠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사회’라는 이름의 실로 엉켜 있어서 언제든 예상치 못한 ‘방해’를 받을 수 있다. 내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이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착하기 위해 떠나는 용기를 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분명 밴드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의 노래를 좋아할 것이다.

■ 보컬 함병선이 혼자 여행을 떠난 이유
“심야버스를 타면 마음이 편해요.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앨범 작업을 하면 강박이 생기는데 버스 안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일상에 시달리는 것들을 놓는 유일한 순간이 버스에서에요. 여행을 간다기보다 도착지에 가기 위한 과정을 이번 앨범에 담고 싶었어요. 다만 안정적인 마음으로 갔더라도 앨범 작업하면서 느낀 감정들은 담고 싶어서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등 방식으로 강박적이었던 마음을 표현했어요(함병선)”

위아더나잇은 함병선, 함필립, 황성수, 정원중, 김보람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다. 최근 발매한 네 번째 스튜디오앨범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는 지난 앨범들과 결이 다르다. 한층 차분하고 짙다. 각 트랙은 혼자가 된 혹은 혼자로 남겨진 순간들을 담았다. 함병선은 늘 그래왔듯 앨범 소개글을 직접 적었다. 이번에는 통영으로 가는 마지막 심야버스에 올라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스친 생각들을 한 편의 소설처럼, 일기장처럼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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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쓴 것도 있고 상상을 보탠 부분도 있어요. 이 순간을 경험하면서 떠오르는 상황이나 감정들이 있으면 그걸 쓰는 거죠. 사실 앨범 소개글을 가사보다 더 신경 써요. 하하. 이번에도 한 달 정도 수정을 거쳤어요. 자료용으로 쓰는 글은 정형화된 단어들이잖아요. 밴드 사운드를 녹음하면 소리가 박제되는 것처럼요. 앨범소개도 그냥 쓰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서 저희의 언어로 쓰려고 해요(함병선)”

“함병선은 1년에 10번씩은 여행가는 것 같아요. 말도 안하고 그냥 가요. 앨범 소개글 쓰려고 여행 가는 것 같아요. 하하(함필립) 나도 새벽에 부산을 혼자 가본 적이 있는데 그 글에 공감이 됐어요(정원중) 이 소개 글이 짧은 책이 될 수도 있잖아요. 음악과 함께 들으면 이해도도 높아지고 상상을 할 수 있으니 좋죠. ‘녹색광선’ 때 글이 좋아서 여러 번 읽었는데 이번에는 좀 기네요 (웃음)(황성수)”

■ 흔들리는 것들 속, 희망을 노래하다
‘들뜬 마음 가라 앉히고’를 트랙순서대로 가사를 살피면 어느 정도 감정의 흐름이 읽힌다. 이를 두고 함병선은 “1년간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곡 사이 간격까지 신경 쓰는 위아더나잇이기에 이 서사는 중요하다. 첫 번째 트랙 ‘노 땡큐(No Thank you)’와 앨범 발매 전 처음으로 선공개했던 ‘깊은 우리 젊은 날’은 불안과 외로움, 부재 등을 다룬 마음의 시작이다. 타이틀곡 ‘있잖아’ ‘풍선껌’은 변곡점이 되어 ‘결국엔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시기가 그런 것 같아요. 나뿐만 아니라 직장 다니는 친구들도 불안이나 허무함 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더라고요(정원중) 특히 저희는 더 불안한 나이 대에요(함필립) 네, 그러면서도 각자 나이대에서 느끼는 다른 불안이 있는 거죠(황성수)”

“그래도 다들 결국 희망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타이틀곡 ‘풍선껌’처럼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가 터지기도 했다가, 반복하는 거죠. 긍정적인 생각만 있었다면 지금 저희의 음악 색이 나오지 않았을 거고, 긍정적인 것들이 없었다면 우울한 감정들을 가사로 옮길 수도 없었을 거예요. 누군가는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그래요(함병선)”

김보람은 “혼자라고 느껴질 때 굳이 그걸 이겨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아더나잇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로부터 탄생한 음악은 힘든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이들만의 방식이다.

“처음에는 타이틀곡엔 이런 색깔을 넣고 밸런스적으로 대조적인 부분도 두자,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었는데 좋다고 생각한 곡들을 모으다 보니 이런 분위기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힘을 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다만 이 앨범이 ‘우는 앨범’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엄청 신나지 않아도 되고, 세련돼 보일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했고요. 물론 저희는 강박적으로 좋은 음악을 위해 노력했지만, 듣는 분들은 이 강박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들었으면 좋겠어요(함병선)”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인터;View] ① 밴드 위아더나잇, 짙은 밤 ‘혼자’를 노래하다
[인터;View] ②위아더나잇이 묻는다 “음악을 믿나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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