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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②위아더나잇이 묻는다 “음악을 믿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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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밴드 위아더나잇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는 유난히 힘든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이 앨범은 제작부터 유통, 홍보, 배송까지 소속사 없이 본인들의 힘으로만 낸 첫 결과물이다. 멤버들은 “우리의 최대치를 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자는 게 목표였다. 티 안 나면서 업그레이드됐다는, 뮤지션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운드 면에서도 공들인 건 마찬가지다. 작은 드럼소리 하나도 완벽을 기해 수십 번을 재녹음했고 소리의 질감을 생생하게 살렸다. 녹음 전날까지 원하는 곡을 찾아 헤맸다. ‘음악’ 자체에 집중했기에 가능한 디테일이다.

“예전에는 라이브도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었거든요. 이제는 라이브 연주나 신나는 거 생각안하고 음악, 표현하고자 하는 것만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음악을 음악적으로만 접근해서 힘을 뺄 수 있게 됐어요(황성수)”

“어쩌면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알맹이를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을 안 붙이고 이대로 가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포장하는 작업을 많이 줄이려고 했어요. 반면 너무 정교하게 다듬고 깎아도 본질적인 게 없어져요. 있는 그대로, 해왔던 색깔을 자연스럽게 들려드리려고 했어요. 힘을 뺀다는 게 쉽진 않지만 그렇게 들리게끔 하는 것도 어려워서 욕심을 줄여야 해요(함병선)”

보컬 역시 뭉개진 듯 몽환적이며 편안하게 다가오는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함병선은 데모를 작업할 때 휴대전화 이어폰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는데, 세게 부르다 보면 소리가 깨지기 때문에 속삭이듯 노래한다. 이펙트 없이 플랫하게 들어간 목소리가 좋아 실제 녹음 때도 이 목소리를 재현한다. 덕분에 라이브 무대에서도 별 다른 이펙트 없이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됐다.

■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밴드, 위아더나잇
쭉 보면 알 수 있듯 함병선이 가사나 앨범 주제 등 앨범의 전체적인 기둥을 잡으면 멤버들은 각자 자신만의 멜로디를 만들어나간다. 현재 갖고 있는 생각이 달라도 위아더나잇만의 조율을 통해 틈을 좁힌다.

“예를 들어 이번 앨범 만들 때 나는 우울하지 않고 밝은 기분이었다고 해도, 함병선의 가사에는 공감해요. 어떤 느낌을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에 맞춰 편곡을 할 수 있어요. 서로 타협점을 잘 찾는 거죠. 반대로, ‘할리데이’도 함병선이 처음 쓴 곡과 앨범에 실린 곡이 완전히 달라요. 그게 함병선의 의도와 다를 수는 있어도 타협이 없었다면 지금의 곡은 없었을 거예요(황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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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휴가를 떠났는데 당장 내일 외로운 노래를 녹음해야 한다 해도 괜찮아요. 사람들은 누구나 지금의 기분뿐만 아니라 여러 감정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잖아요. 또 저희가 워낙 오래된 사이다 보니 서로 축적된 데이터도 있고, 평소에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 밴드가 잘 유지될 수 있어요. 어느 사운드가 내 스타일이 아니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가사가 있어도 믿고 갈 수 있는 거예요(함병선)”

“만약 잘 모르겠는 감정이나 생각들이 있다면 따로 연락해서 물어봐요(정원중) ‘이번 앨범은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레퍼런스를 많이 보내줘요. 공감하고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책이나 영화 등을 추천해주죠(함필립)”

“제가 추상적으로 가사를 쓰는 편이라, 멤버들한테 단어 같은 걸 계속 세뇌시켜요. (웃음)(함병선) 지난해에는 ‘녹색광선’이 그 단어였죠(정원중) 멤버들한테 1년 내내 이야기하니까 음악이 나오더라고요(함병선)”

■ 당신은 음악을 믿고 있나요?
위아더나잇의 노래는 ‘뭐지?’ 싶은 의문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알 것 같기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한 여지는 오히려 더욱 진실하게 들린다. 황성수나 함필립 등 꾸준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밀고 있는 멤버들과 정원중처럼 트렌디한 요소를 팀에 잘 녹여내는 멤버들도 조화롭다. 각기 다른 멤버들의 개성이 하나의 매끄러운 음악이 되는 비결이다.

함병선의 앨범 소개글의 마지막, 이렇게 적었다. “당신은 음악을 믿고 있을까? 나는 아직 음악을 믿고 있다”라고. 이에 대해 함병선은 “늘 앨범을 낼 때마다 ‘내가 이 길을 왜 가고 있을까’하고 혼란스럽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그 생각이 세게 왔다. 내가 음악 하는 게 행복한지 의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춘기 같은 질문의 답은 곧 이번 앨범이라고 했다. 이미 흔들려봤기에 듣는 질문을 내던질 수 있었고, 결국 ‘음악을 믿는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들뜬 마음 가라 앉히고’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올해는 공연을 많이 하지 못해서 아쉽고 팬 분들에게도 죄송해요. 내년에는 더 많은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음악을 만들어서 발표하고 공연하는 거 잖아요. 또 올해 냈던 곡들을 다시 들어보니 그 당시보다 더 좋게 느껴지는 곡들이 많아요. 그런 음악을 계속하면 되지 않을까요? 내년에도 이 리듬을 유지하고 싶어요. 듣는 분들이 어떤 한 곡으로 저희에게 입문했을 때 다른 노래를 찾아보고 들으며 더 좋아질 수 있게끔 하는 거예요(함병선)

“어떤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파게 되거든요. 지금은 ‘열기구’나 ‘티라미수 케익’처럼 심플한 걸 못 만들겠어요. 내년에 새롭게 단어나 레퍼런스 등이 눈에 띄면 그거에 몰두할 듯 해요(황성수) 올해, 복잡하고 힘들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우리끼리 해냈어요. 내년에도 이렇게 가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도와주는 분들이 계셨으면 좋겠기도 하고 그러네요(함필립) 음원이 역주행했으면 좋겠어요(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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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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