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보그맘’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관건은 비주얼이 열일하는 두 주연배우가 시청자의 심장을 간지럽힐 로맨스다.

MBC 새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가 6일 막을 올렸다. 올해 ‘군주’와 ‘역적’ 등 MBC 사극을 이끌었던 두 주역 유승호와 채수빈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이 작품은 첫 회부터 산만하지 않은 전개와 특유의 웃음 코드로 무장하며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 스토리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러지 때문에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자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KM금융 이사회 의장 김민규(유승호)는 인간 알러지 때문에 군대도 면제 받지만 연애 역시 해볼 수가 없는 남자. 조지아(채수빈)는 구매대행 전문 사업가로 김민규의 의뢰를 성공시키지만 상자에 묻은 소스로 인해 몸싸움을 벌이며 악연으로 엮인다. 조지아의 옛남친 홍백균(엄기준)은 조지아의 얼굴을 그대로 본따 만든 로봇 아지3로 김민규의 투자를 받을 기회를 얻지만 고장나고 만다. 부품은 도착하지 않고 단 하루, 김민규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홍백균은 조지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돈이 급했던 조지아는 결국 로봇인 척 김민규 앞에 선다.

■ 첫방 업&다운

UP: 역시 믿.보.배, 믿고 보는 배우들이다. 인간 알러지 때문인지 인간미마저 없는 김민규를 연기하는 유승호는 두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능청스럽게 아지3와 조지아를 오가는 채수빈은 작품을 거칠 때마다 성장세가 눈에 띄게 다르다. 로봇 연기는 물론이고 술에 취해 옛남친의 황당한 제의에 흰자를 보이는 디테일한 연기까지, 지켜보는 맛이 있는 배우다. 엄기준은 전작 ‘피고인’에서의 무게를 벗었지만 가벼움 속에서도 맛깔나는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여기에 더해 산타마리아 연구팀과 KM금융, 조지아 주변인들까지 구멍없이 잘 쌓아올린 테트리스를 보는 느낌을 선사한다.

DOWN: ‘보그맘’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보그맘’의 보그맘은 진짜 로봇이었기에 ‘로봇이 아니야’의 전개와 궤를 달리한다. 그럼에도 여러 설정과 상황들, 아지3의 모습들은 자연히 보그맘과 비교하게 만든다. ‘보그맘’은 예능드라마였는데 ‘로봇이 아니야’ 역시 첫회 분위기만 보면 예능드라마 못지않은 이른바 ‘병맛’코드다. 더욱이 ‘보그맘’은 지난 1일 종영했다. 5일 만에 똑같은 ‘로봇’ 소재의 드라마가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셈이다. 요일도 장르도 다르지만 ‘보그맘’이 남긴 잔상에 뒤덮이지 않기 위해선 로맨틱 코미디의 강점을 잘 살려 시청자를 쥐락펴락할 스토리와 장면들로 차별화를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시청자의 눈

첫방송 후 시청자들은 “진심으로 재밌다” “웃긴다” “연기 찰떡같이 잘한다”는 등 호평 일색 반응을 내놨다. 역시 ‘보그맘’이 떠오른다는 평도 많았다. 유치하게 보였던 설정을 배우들이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는 칭찬부터 주연부터 조연까지 발연기가 없어 집중이 잘 된다는 소감이 주를 이룬다. 특히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재밌다”는 반응이 눈길을 끈다. 제목이나 소재, 장르에서 별 기대가 없었지만 가벼울 것 같은 분위기, 배우에 대한 호감이 시청자들을 유입했고 믿고 볼만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낸 셈이다.

■ 흥행 가능성

두 주연배우가 만화를 찢고 나온 비주얼의 소유자들이기에 탄탄한 스토리 위에 로맨스가 펼쳐지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어울리는 로맨틱 코미디로 계절 복도 제대로 받았다. 옆집 KBS2의 ‘흑기사’가 순정파 남자의 사랑을 진하게 그려낼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유입이 용이하다. 다만 연기 잘하고 미모 되는 배우들을 내세웠으니 스토리가 관건인데 유승호 채수빈의 관계 발전을 비롯해 적대관계의 동업자, 옛 연인 등 첫회부터 뻔한 부분들이 엿보인다. 인물 간 갈등구조와 해결과정이 단순하거나 유치하게 진행되지 않아야 드라마가 더 잘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