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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김래원의 그 눈빛,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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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사진= n.CH 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이정도면 거의 ‘사기캐(사기캐릭터)’다. KBS2 드라마 ‘흑기사’ 속 김래원이 연기하는 문수호는 작품 제목처럼 흑기사이자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존재다.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인성이면 인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오히려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여서 별로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김래원이 대단한 지점은 여기다. 그는 직접적인 고백도 느끼하지 않게, 닭살 돋는 멘트도 오글거리지 않게 소화해낸다. 캐릭터의 성격과 노선을 확실히 정한 뒤 밀어 붙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래원은 어떻게 연기를 해야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배우다.

문수호는 과장된 리액션이 없다. 필요한 말과 행동만 하며 절제된 모습을 보인다. 문수호가 우연히 정해라(신세경)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10년 넘게 찾아 헤매던 첫사랑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다른 인물로 착각까지 했을 당시에도 문수호는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물 흐르듯 대처해나간다. 신세경이 천방지축인 정해라를 연기하며 극을 전개해나간다면, 김래원은 문수호로 차분하게 분위기를 누르며 중심을 잡는다.

자신이 어린 시절 함께 지내던 그 오빠라고 고백을 할 때도 문수호는 거침없다. 마음을 돌리고 화를 내는 정해라에게 매달리거나 위축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던 상황. 문수호는 흐트러지지 않은 채 당당하게 자신의 진심을 어필한다. 이렇게 철저히 계산된 듯한 행동을 김래원은 일상 연기처럼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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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사진= n.CH 엔터테인먼트)



문수호는 가만히 때를 기다리다가 한 방을 노릴 줄 아는, 타이밍을 잘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무렇지 않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울면 앞에 있는 남자의 가슴이 뛴다”와 같은 멘트를 툭 던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적극적인 사랑 고백은 수위조절이 탁월하기에 이런 말들이 결코 느끼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문수호는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로 다가가면서 상대가 점점 자신에게 빠져들게끔 만드는 이른바 고수다.

이런 행동들은 문수호의 자신감으로부터 나온다. 덕분에 그는 여유로우면서도 강단이 있다. 앙심을 품고 찾아온 김철민(김병옥)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그 에너지는 폭발한다. 자신을 날카롭게 노려보는 김철민의 눈을 피하지 않고 희미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시선을 맞받아치는 모습 또한 문수호다.

특히 김래원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김래원이 문수호를 연기할 때 눈빛은 다정하고도 차갑고, 냉정하면서도 따뜻하다. 흔들림 없이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너무도 떳떳해서 그만 부끄러워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김래원이기에 문수호의 매력은 극대화된다.

샤론(서지혜)과 장백희(장미희) 두 여자의 업보로 인해 길운을 타고난 문수호는 손대는 일마다 일사천리인 인물이다. 김래원은 문수호가 당당해질 수밖에 없는 이 배경을 파악하고 캐릭터의 성격을 형성한다. 여기에 겸손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더해 완벽에 가까운 흑기사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김래원은 자신만이 입을 수 있는 갑옷을 입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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