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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베어 더 뮤지컬’ 고상호, 킹카의 연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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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더 뮤지컬 배우 고상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학교 킹카 역할이 가장 큰 부담이었어요. 킹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주로 꽃미남 이미지가 강하잖아요(웃음)”

그야말로 킹카다. 훤칠하고 시원시원하다. 무엇보다 겸손하다. 햇수로 11년차 배우인 고상호를 아우를 수 있는 말은 ‘킹카’가 가장 적합할 듯싶다.

고상호는 스타들의 등용문 ‘베어 더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작품의 중심이 되는 교내 킹카 제이슨 역할이다. 연령제한이 있는 오디션이었지만 그는 당당히 기회를 잡았다.

“이 작품을 알기 전부터 음악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음악이 너무 좋아서 OST를 따라 부르고 그랬죠. 노래에 흠뻑 빠져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됐어요.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비중도 상당한 역할이었죠. 배역 비중이 높을수록 기분이 좋잖아요. 다만 역할 면에서 관객 분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에 대해서는 고민이었죠”

고상호가 연기한 제이슨은 동성연인을 둔 청소년이다. 제이슨은 커밍아웃하려는 상대 피터를 만류하다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 인물이다. 자칫 배역 자체가 민감한 사회문제를 거론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어 설득이나 공감적인 부분에서 더 조심스럽게 연기할 수밖에 없다.

“대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연기하는 게 그다지 어렵진 않았어요. 오히려 상대역이 여배우일 경우에는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워지고 과감해지지 못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동성 간에는 친근함 때문에 더 과감해지고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사실 동료배우들이 대체적으로 연령층도 젊어 좋은 에너지를 전달받곤 하죠. 예전엔 ‘나도 저렇게 했었지’하며 열정을 되새기기도 하고요. 즐거운 가운데 함께 호흡하다 보니 몰입도 더 잘 됐어요”

■ 제이슨, 사랑의 본질을 말하다

‘베어 더 뮤지컬’은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10대들의 성장통과 진실한 사랑을 그려낸다. 작품의 중심에는 피터와 제이슨으로 분해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이 있다. 그들은 꿀 떨어지는 남남배우 케미를 자랑한다. 어느새 작품에 녹아든 관객들도 이들의 사랑에 매료되고 만다.

“제이슨에게는 다양한 매력이 있어요. 외형적으로 보이는 킹카의 모습도 있지만 중심은 성장통을 겪어가는 한 아이의 사랑이에요. 제이슨이 가진 사랑이 가장 큰 매력이죠. 작품 안에서는 제이슨이 행하는 모든 사랑의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지거든요. 이런 모습을 관객 분들이 봐주셨으면 해서 이를 표현해내는데 집중했어요. 물론 전체 장면과 작품 흐름을 살리기 위해 사교성 좋고 외향적인 부분도 부각시켜야 했죠. 훨씬 더 매력적인 제이슨의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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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더 뮤지컬 배우 고상호


고상호의 열연은 ‘베어 더 뮤지컬’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작품의 매력을 한층 극대화한 만큼 팬덤도 두텁다. 그 일등공신이 바로 절절함을 보여준 제이슨이다. 그는 제이슨 연기를 펼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넘버 두 가지를 꼽았다.

“혼자 남겨진 제이슨이 피터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슬퍼하는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과 제이슨이 피터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베어(Bare)’라는 두 곡을 꼽고 싶어요. 한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과 고백이 드러나는 넘버인데요. 결국 작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라는 거죠.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무언가를 강조하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사랑이요. 학생들의 성장통을 빌려 순수한 정서를 표현한 중요한 대목이라 생각해요”

■ 정체성 고민… 결국 우리의 이야기

고상호는 사랑에 대한 관념이 확고하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어떠한 선입견도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그 자체가 아름답다. 결국 ‘베어 더 뮤지컬’은 청소년기를 보낸 모든 이들의 사랑이야기다.

“작품에 대한 포커스는 사랑이에요. 아이들의 이야기고 그 시절에는 누구나 많은 선택과 실패를 경험하는 시기잖아요. 이런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죠. 누구나 청소년기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고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잖아요. 소재로 차용된 부분이 사회적인 부분과 결부돼 조금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는 있겠지만, 동성애와 이성애를 굳이 나누고 싶지 않아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비슷하죠. 개인의 잣대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게 가장 좋다고 봐요. ‘베어 더 뮤지컬’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열람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요”

그 또한 작품 속 인물들과 비슷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대다수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평범한 학창시절을 겪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내가 뭐가 되고 싶을까’하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당시엔 ‘커서 뭐가 돼야 할까’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뭘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기였죠. 그러다 우연히 배우의 길을 발견하게 됐어요. 성격이 활발하고 외향적이었거든요. 어디서든 나서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는 운동도 해보고 춤도 춰보고 연극부와 밴드까지 두루 해봤어요. 그러다 이걸 다 같이 할 수 있는 장르를 찾아냈죠. 바로 뮤지컬이었어요. 고3 때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자연스럽게 꿈의 길로 이어졌어요.”

그에게 뮤지컬에 대해 물으니 열변을 토한다. 그는 뮤지컬이 ‘너무 좋다’고 한다. 그래서 더 연기에 대해 고민한다. 매번 무대를 마치고 난 뒤에도 더 나은 연기를 이뤄보겠다는 그의 마음이 엿보인다.

“이번 작품에서 무대를 마치고 나올 때마다 관객 분들이 ‘제이슨이 이해가 된다’는 말을 해주면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 그래도 잘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마찬가지로 누가 작품을 보든 좋은 연기를 통해 저 둘의 순수한 사랑이 잘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잘 보고 나왔다’는 말이면 충분히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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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더 뮤지컬 배우 고상호


■ “열일하는 배우가 돼있을 것 같아요”

그는 연기에 앞서 배역의 삶에 초점을 맞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진중한 배우다. 사회적인 고민도 자연스럽게 녹여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처주려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정중동. 그의 사려 깊은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평소 연습을 많이 해요. 막상 공연에 들어가면 헷갈리지 않죠. 배역과 상대배역, 무대 등 모든 환경이 달라서 착각할 일이 거의 없거든요. 물론 가장 기억에 남는 실수는 있어요. 2015년 ‘명동로망스’라는 작품이었죠. 극중 캐릭터 이름이 장선호인데 고상호와 왠지 비슷하잖아요. 배역끼리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온 장선호’라고 해야 하는데,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온 고상..’까지 말해버리는 바람에 등골이 서늘해졌어요. 바로 대처하기도 하고 관객 분들이 웃어주셔서 잘 넘어갔지만 무대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였죠. 다만 이 작품을 통해 많이 배우기도 하고 용기도 얻게 돼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해요.”

그는 선배 최민식의 압도적인 연기를 보고 ‘어떻게 하면 저렇게 깊은 연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또 자기관리에 투철한 노력파 선배 남경주를 통해서도 끈기와 열정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연기 욕심이 있어서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카메라 안에서 펼치는 디테일한 연기에 욕심이 나죠. 물론 뮤지컬에 투자한 시간만큼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니까 장기적으로 보고 있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스텝 분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연기파 배우가 되기 위해 더 많이 준비해야겠죠. 아마 10년 후에는 뮤지컬과 영화를 병행하며 열일하는 배우가 돼있을 것 같아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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