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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윤하 "나를 찾는 과정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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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5년 5개월. 가수 윤하가 다시 한 번 정규앨범을 들고 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종의 성장통이었다. 윤하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외로움을 견뎠다. 자처한 길이기도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이렇게 걷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하는 고민한 흔적을 어딘가에 내뱉을 겨를도 없이 자기 자신에게 모든 여력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오롯이 터널을 지나다 보니 조금씩 생각에 빛이 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환한 세상이 윤하를 반겼다. 그랬더니 이제야 보였다.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내가 누구인가’라는 고민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사실이.

■ ‘레스큐’, 한바탕 울었기에 느낄 수 있는 후련함

“무조건 정규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어요. 욕심 때문에 앨범이 늦어진 거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찾으려고 했는데 그런 건 없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그때그때 표현하고 싶은 걸 드러냈으면 좋았을 걸 생각도 들고요. 이왕 앨범을 냈으니 이제부터라도 무거운 작업들을 줄이고 가볍게 조금씩 곡을 발표하려고 해요. 윤하라는 가수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윤하가 최근 발매한 정규 5집 앨범 ‘레스큐(RescuE)’는 긴 터널을 지나온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앨범이다. 타이틀곡 ‘퍼레이드(Parade)’는 그 끝에서 마주한 희망을 투영한 곡이다. 윤하의 말마따나 울고 난 뒤 드는 후련함이 가득 묻어난다. 뮤직비디오와 콘서트에서 선공개했던 퍼포먼스에서도 경쾌한 색채와 밝은 표정이 두드러진다.

“감사하게도 팬들이 워낙 나를 지지해주고 있어서 대중에게 잊혀졌다고는 크게 생각 안 해요. 그런 것보다 아직 보여줄 게 많다는 아쉬움이 클 뿐이에요. 10년 넘게 가수활동 했지만, 프로듀서로 크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면서 시도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이제야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아직 어떻게 해야 할 지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쉬지 않고 계속 활동해야겠다고는 생각해요”

그 결과 ‘레스큐’는 기존의 스타일을 벗어나 색다른 옷을 입었다. 윤하는 앨범을 통해 ‘이런 게 윤하다’라는 느낌보다 ‘이런 나도 있어요’라고 말한다. 가장 큰 시도를 했던 트랙은 몽환적이고 조금은 끈적한 느낌이 가미된 ‘가’다. 그는 “이런 스타일은 이번에 해봤으니 된 것 같다”면서 웃었다. ‘종이비행기’를 부르면서는 “내가 왜 피처링으로 자주 불리는지 알겠다”면서 간단한 멜로디에 잘 달라붙는 자신의 보컬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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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 어둠 속에서 윤하를 구출한 그들

무엇보다 요즘 힙합신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주목 받는 프로듀싱팀 그루비룸이 총괄 지휘를 했다는 점이 가장 의외다. 두 팀이 주로 해오던 음악을 봤을 때, 이 조합은 선뜻 상상이 되지 않는다. 발라더 혹은 밴드 사운드를 추구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좀 더 트렌디함을 불어 넣고 싶은 윤하의 의도로도 읽힌다.

“그루비룸과 인연은 이전에 몸담고 있던 위얼라이브에서 시작됐어요. 프로듀서 준비하는 친구들을 내가 발탁했었거든요. 처음부터 이번 앨범에 그루비룸과 함께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들이 이런 저런 음악과 조언을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총괄 프로듀싱을 하게 됐죠. 워낙 감이 있는 친구들이라 그루비룸에게 맡겨놨어요. 난 오히려 너무 많은 것들을 해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고 있었거든요”

그루비룸은 처음부터 타이틀곡을 ‘퍼레이드’로 잡고 작업을 진행했다. 환하게 웃는, 시각적으로 경쾌하게 보일 수 있는 이미지로 기존의 윤하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루비룸은 우울한 분위기로 만들어 놓은 곡이 60곡이 넘는다는 윤하를 암울의 늪에서 끌어 올렸다.

“그루비룸도 그렇고 보이콜드, 다비 등부터 비주얼 팀 등 스태프 분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기운을 줬어요. 내가 구조됐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끼리는 서로의 우울을 꺼내놓기보다, 이런 게 요즘 핫하더라. 요즘 네게 재밌는 건 뭐야?’의 식으로 자기만이 갖고 있는 새로움이나 비전을 공유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냈어요. 내가 대답을 잘 못하니까 ‘그럼 다음 주까지 생각해와’ 숙제를 내주더라고요. 당연한 건데 지금에야 알았어요. 혼자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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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 윤하가 재미를 찾으려는 이유

윤하의 첫 인상은 장난기 넘치고 발랄하다기보다 차분하고 진지했다. 깊은 감정을 강한 힘으로 풍성하게 노래하는 가수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윤하에게서는 재밌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때로는 가볍게 흘러갈 때도 필요하다는 걸 실천하고 있었다.

“원래 까부는 것도 좋아하는데 쉬면서 교류를 안 하다 보니 쑥스러움도 많아지고 차분해진 것 같아요. 프로듀서들이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죠. 지금은 많이 돌아오려고 하고 있고 지금은 그 중간 단계인 것 같아요. 앨범 작업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많은 희망을 얻었어요. 가지고 있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그래도 윤하는 윤하지’라고 말해주는데 큰 힘이 됐어요”

‘그래도 윤하는 윤하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음악적 장르로서 윤하를 말하는 것일까, 윤하가 품고 있는 본연의 색채를 뜻하는 걸까. 팬들 사이에서도 윤하 음악에 대한 반응은 나뉜다. 기존의 밴드 사운드를 좋아하던 팬들도 있고, 새로운 모습도 좋아하는 새로운 팬들도 있다.

윤하는 “예전처럼 신나게 피아노를 쳐달라고 하는 분도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정말 나와 잘 어울리는 음악이서 그런 건지 고민된다”면서도 “그래도 피드백이 많은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웃었다.

“올해 31살, 이제 어른 행세를 해야 할 것 같은 나이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앨범에도 좋은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녹아있는 가사가 많아요. 답을 찾았다는 게 아니라, 나는 아직 나를 찾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나밖에 할 수 없는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작업자가 누구든 내가 뭘 원하고 어떤 것과 어울리는지 알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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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 2018년, 가벼운 날개 단 윤하의 의미 있는 비행

늘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떠오르듯 이번 앨범 역시 윤하에게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하의 ‘레스큐’가 빛나는 이유는 완벽 그 자체에 가치를 두기보다 그것을 찾아 떠나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 때문이다.

“아쉬움은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앨범 내놓고 ‘또 뭐하지?’만 생각했을 거거든요. 지금은 나에게 어떤 게 맞고 안 맞고 등을 생각하며 발판을 쌓고 있어요. ‘윤하가 다시 시작하는구나, 이런 모습도 있었네’라는 평가를 받으면 힘이 날 것 같아요”

이제 윤하는 ‘환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간 음악 하나만 보고 달려왔기에 얻을 수 있는 교훈이자 느낄 수 있는 가치다. ‘레스큐’를 1월이 아닌, 연말 시상식으로 정신없는 12월 말에 낸 이유도 명확하다. 오랜 기간 짊어지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각오다.

“지금까지의 나를 일단락 짓고 새로운 출발선상에 올려두는 느낌이에요. 올해에는 일도 즐겁게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해요. 요즘에는 취미를 찾으려고 노력하거든요. 좋아하는 걸 주제로 SNS 부계정도 만들고 싶고, 사진에 관심이 들어 필름카메라도 구입했고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포커스를 맞추려고요. 거기에서 나오는 진짜 내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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