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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이준호 “자극제는 늘 2PM, 오래 불타오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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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활기찬 인사를 건네며 들어온 이 배우는 이준호일까, 아니면 이강두일까. 이준호가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보여준 이강두는 너무도 현실적이고 처절해서 현실 같았다. 정확히는 ‘현실이었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작품에서 이준호가 보여준 연기는 어디엔가 존재하는 이강두의 삶 그 자체였다. 모두의 아픔을 대변한 이준호의 연기 탓에, 작품이 끝난 후에도 이준호를 보면 여전히 마음이 저릿하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어린 시절 붕괴사고를 겪은 이강두와 하문수(원진아)가 서로를 만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강두는 트라우마로 인해 일상을 내팽개친 채 살아간다. 상처가 쓰릴 때마다 일부러 두들겨 맞고, 환청과 환각에 시달린다. 이준호는 이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감히 다른 이들의 상처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그저 버티고 그냥 사랑하며 이강두를 담아내는 것뿐이었다.

■ 감히 이해하지 않았고, 기꺼이 버텼다

“작품하는 동안 어느 공식석상에 가도 적응을 잘 못 했어요. 부산에서 촬영하다가 서울 올라와서 앨범과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낯설더라고요. 촬영장에서 웃음을 지우고 살았거든요. 늘 예민했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중반부에 문수와 사랑에 빠질 때가 돼서야 대기시간에 차 안에서 노래도 듣고 했어요. 그 전에는 노래도 안 들었어요”

드라마 종영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주한 이준호와 작품을 마치고 눈앞에 있는 이준호의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기자간담회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준호는 검은색 옷을 입고 조용히 앉아 차분하게 대답만 할 뿐이었다. 이제야 비밀이 풀렸다. 이준호는 전작 ‘김과장’에서 악역 서율을 연기할 때 그랬던 것처럼 아예 그 캐릭터가 되어 사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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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삶의 무게가 무거운 인물이다 보니 최대한 몰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또 분명히 강두 같은 분들이 현실에 있을 테니 더 자연스럽게, 가볍지 않게 그 인물이 되고 싶었죠. 진짜 아픔을 가진 분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았고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머리도 많이 빠졌어요. 심지어 흰 코털도 났다니까요? 보여드릴 수도 없고 (웃음) 그만큼 몰입을 했어요. 후반부 간이 안 좋아졌을 때는 진짜로 아프기도 하고, 어떤 신을 찍어도 눈물이 나왔어요. 그렇게 만들어낸 캐릭터이기에 소중하고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거예요”

이준호는 “내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쉽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게 바로 그가 이강두를, 그리고 작품을 대하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이준호는 자신을 가두는 방법까지 택했다. ‘사고,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했다. 서로 사랑하며 행복해지자는 또 다른 울림 역시 마찬가지다.

“강두가 문수 손을 잡고 ‘행복 별 거 없네’라고 했던 대사가 와 닿았어요. 작품을 하고 행복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원래는 행복에 대해 공허하다고 느꼈거든요. 무언가를 해서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것만으로도 살아있음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햇살이 좋아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건강하게 잘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뒤돌아보는 것, 이게 작품을 하며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에요”

■ 이준호와 이강두, 그냥 사랑하는 사이

이준호가 강두와 같은 아픔을 지니지는 않았다. 하지만 험난한 연예계 생활을 겪어온 이준호 역시 비슷하게 자신만의 고충이 따랐을 터다. 회사와 2PM 멤버들에게까지 숨길 정도로 힘든 일이 닥쳤을 때도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힘든 걸 잘 티내지 않고 살았어요. 특히 예전에 크게 다쳐 일주일 동안 입원해 있을 때 많은 생각을 했어요. 단순히 혼자 앓는다고 낫는 게 아니고, 마음의 병이든 신체의 병이든 표현을 하고 서로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어렸을 때는 내가 아프다고 하면 약점으로 볼 것 같고, 일을 더 안 시켜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입 닫고 살다보니 병이 커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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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일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이준호다. 그는 최근까지만 해도 ‘김과장’이 끝난 뒤 바로 일본 활동에 돌입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촬영할 때도 해외 활동을 병행했고, 종영한 지금 역시 이 인터뷰를 비롯해 수많은 일정을 해내고 있다. 새삼 대단함을 넘어서서 대체 이준호에게 쉴 틈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 10년간 활동을 하면서 암흑기도 있었고, 특기인 아크로바틱을 못 하기도 했고요. 혹은... 뭐랄까, 열심히 활동하고 싶었으나 못하게 된 상황도 있었고요. 그래서 좀 더 일을 소중하게 느끼고 더 잘 하고 싶고 많이 하고 싶었어요. 원래 욕심도 많았지만 급한 것도 있었죠. 이제야 조금씩 흐름에 맡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를 찍으면서 급할 때 돌아간다든지, 쉴 때는 쉬어야 한다든지 이런 것들을 생각했어요. 원래는 ‘마음 먹은 대로 하면 되지 뭐’ 그런 편이었거든요. 강두를 연기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오니 나를 위해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구나 생각했어요”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던진 돌은 이준호에게도 도달해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강두가 하문수와 관계를 형성하며 위로를 받았듯, 이준호 역시 이강두와 밀착해 지내며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게 되는, 모난 부분이 꺾이게 되는 면들이 생겨난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활동을 해야 하니까 좋은 곡이 나와야 해’같은 식의 압박을 받았다면, 지금은 좋은 곡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생각이죠. 작품도 마찬가지로 ‘난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스타일을 해야 돼’ 그런 게 아니라, 작품 조율 과정 중 잘 안 맞아서 불발이 돼도 ‘아쉽네’ 정도의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너무 활활 타올라 금방 꺼지는 게 아니라 오래 불타고 있는 모습을 꿈꾸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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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이준호와 2PM 이준호로 살아가는 법

이준호는 이강두 그 자체로 살아온 만큼 ‘와, 끝났다!’ 하는 생각을 갖지 못했다. 일본 투어를 하다가도 한국에 가면 다시 촬영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차를 타면 촬영지인 부산에 가야할 것만 같았단다. 그는 억지로 그 옷을 벗어 던지려 하지 않았다. 촬영을 하면서 “우리는 ‘토목’드라마에 멜로가 곁들여진 거다” “체험 삶의 현장이다” “아니다. 인간극장이다”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촬영도 고됐지만 말이다.

“노래 하나를 만들 때 많은 고뇌를 하기 때문에, 누가 좋다고 하든 말든 곡이 나오면 일단 그것만으로 기분이 좋거든요. 연기도 그런 느낌이에요. 책 대본을 진열해 놓고 A4용지 복사본을 분량만큼 들고 다니는데, 종이를 한 장 한 장 뽑을 때마다 ‘조금씩 줄어드는구나, 이야~’하고 쾌감을 느껴요. 방영 전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거죠”

이준호는 질문을 했을 때 A라는 의도를 파악해 A부터 Z까지 먼저 꺼내 보이는 영리한 사람이다.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내기도 한다. 평소 해오던 고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여유다. 연기와 노래, 그리고 2PM 멤버들과 JYP엔터테인먼트까지 대하는 태도에는 진심이 묻어나서 믿게 만든다.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게 목표”라면서 멤버들의 칭찬을 늘어놓을 때는 지금까지 이준호가 했던 말이 퍼즐이 맞춰지듯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자극을 주는 사람들은 늘 멤버들이에요. ‘어떻게 저렇게 피곤한데 먼저 일어나서 준비하지?’ 싶은 거죠. 장우영이 그렇거든요. 보면서 참 대단하다 싶고 배우게 돼요. 찬성이가 먼저 나서서 고기를 잘 굽는 걸 보고 배우면서 난 그 옆에 앉죠. (웃음) 택연이도 우직하고 강단 있게 멤버들을 이끌고요. 쿤이 형은 천사에요. 높이 날 수 있는 사람임에도 멤버들 옆에 꾸준히 있어주고 배려해주거든요. 사랑 받아 마땅해요. 민준이(준케이)도 메신저 창 분위기 좋게 하려고 열심히 대화를 걸고요. 멤버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미리 배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거름 삼아 개인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반대로 내가 그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할 때 예전에는 없었으니까, 인사할 때 ‘2PM 이준호입니다’라고 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2PM 이준호로 더 열심히 인사 드리려고 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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