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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 성폭행 논란’ 이현주 은퇴, 영화계에 남은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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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감독(사진=청룡영화상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동성 성폭행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현주 감독이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피해자의 폭로 이후 약 일주일만의 일이다.

8일 이현주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도 저는 저의 입장문을 통해 그것에 대해서 다시 이해받으려 했다. 하지만 제가 저의 아쉬움을 풀기위해 그리고 이해받기 위해 했던 지금의 행동들은 이미 벌어진 상황들에 대한 어떤 면죄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일로 상처를 받으셨고 그 상처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사과했다.

이어 “죄송합니다. 저는 그 날의 일에 대해 전하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그 날 이후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느꼈을 고통에 대해서 간과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저의 행동들은 너무도 커다란 상처를 줬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영화는 삶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이상 영화일을 하지 않겠다”고 은퇴를 밝혔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였던 여감독 A로부터 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현주 감독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실은 피해자 A가 SNS를 통해서 폭로하면서 공론화 됐다. 이에 이현주 감독은 지난 6일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며 “의도나 당시 가졌던 생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처벌을 받고 살아가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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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의 입장을 접한 성폭행 피해자 A는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내가 몹쓸 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고 대응했다.

이현주 감독의 입장 발표 후 사태는 더욱 커졌고 영화계에서도 나섰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이현주 감독을 조합에서 제명하기로 의결하고 여성영화인모임은 이현주 감독에게 지난해 12월 수여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영진위에서 설립한 영화 전문 교육기관이자 두 사람의 모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측은 진상조사팀을 꾸려 진실을 밝히고 후속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나섰고 이 감독의 영화 ‘연애담’을 배급한 인디플러스는 “배급사 전 직원은 현재 사건에 대해 거듭 논의 중이며, 이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과 반성을 공유하였습니다. 이에 피해자와 관객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연애담’의 블루레이를 기획 중이던 제작사도 블루레이 출시를 취소했다.

이현주 감독은 단편영화 ‘바캉스’ ‘디스턴스’ 등을 연출했고 지난해 개봉한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촉망 받던 여성 영화인이었지만 한순간에 성추문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깎아 먹었다. 최근 법조계, 문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성추행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피해자의 용기가 아니었으면 공론화되기 힘들었을 문제다. 영화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사후 조치 마련에 힘써야 될 것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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