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소희의 끌려서] ‘믿고 보는 재간둥이’ 양세형의 반전
이미지중앙

양세형(사진=MBC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앳되고 귀여운 얼굴, 아담한 체구, ‘깨발랄’한 끼. ‘개그맨 양세형’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올해로 34살, 2003년 데뷔해 웬만한 희극인들은 모두 후배인 16년차, 때로는 카리스마로 발현되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한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양세형과 동기인 희극인 리스트가 ‘그의 짬밥. 놀람 주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떠돌아다녔다. 그의 동기로는 76년생 정만호, 72년생 윤택, 75년생 이수근, 79년생 장동민 등이 있다. 80년대생으로 본다면 유세윤, 안영미, 안영미, 강유미, 김지민, 유민상, 신봉선, 윤형빈, 박나래, 장도연 등이 있다.

그간 양세형의 이미지가 ‘재롱’이라고 부를 만큼 귀엽고 방정맞은 모습 위주로 형성돼 있어서 그렇지, 사실 그는 후배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고참 개그맨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공채에 붙어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쥔 주인공이기도 하다. MBC ‘무한도전’에서도 “세형도 개그계에서는 나름 최고참”이라는 자막까지 따라붙었다. 멤버들에게 타박을 받던 양세형은 “놀림 받는 곳은 오직 여기”라며 웃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양세형의 위엄은 여기서 발현된다. 그의 경력은 흐르는 시간으로 저절로 쌓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양세형은 연차를 잊을 만큼 격 없고 신선한 개그감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다른 이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에도 개의치 않으며, 웃음에 필요한 치고 빠지기를 현명하게 파악한다.

이는 양세형이 시청자들의 별다른 이견 없이 ‘무한도전’에 합류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즉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양세형이 기를 폈던 게 아니라, 양세형이 어디로 가든 누구를 상대로 맞든 거기에 맞춰 스며들고 상황을 만들어낼 줄 알기 때문에 ‘무한도전’ 적격자로 통했다.

이미지중앙

양세형(사진=SBS 제공)



자신이 주도해나가는 그림도 어려운 일이지만, 적절히 치고 빠지며 누군가를 받쳐줄 수 있는 것 또한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더 나아가 특유의 빠른 눈치와 능청, 재기발랄한 애드리브로 전반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자신도 살아나게끔 하는 건 양세형의 독보적인 능력이다. 결코 자신만 돋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살리면서 역량을 발휘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프로그램에서 주어지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활용한다.

덕분에 양세형은 본인이 MC가 아닌 SBS ‘집사부일체’나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집밥 백선생’ 등에서도 빠질 수 없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집사부일체’가 초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프로그램의 색깔을 만들고 웃음을 이끈 사람도 양세형이다. 그는 오랜만에 복귀한 이승기, 예능이 낯선 이상윤, 조심스러운 태도의 육성재 사이에서 모두를 아우르며 중심을 잡았다. 또한 멤버들이 셀프캠에 대고 혼잣말을 해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도 사실 처음부터 웃겼던 건 아니다. 그런데 양세형이 이 그림을 맛깔나게 살리면서 프로그램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런 양세형의 특기를 살려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바로 ‘양세형의 숏터뷰’다. 인터뷰이가 누구든 그에게 맞출 수 있으며, 때로는 신선하고 때로는 당돌한 질문을 거리낌 없이 내뱉을 수 있는 양세형이 제격인 자리다. 생각해 보면 프로그램에 본인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면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양세형은 또 다른 리더의 전형이다.

그래서인지 양세형이 SBS ‘미운 우리 새끼’에 특별 출연해 동생 양세찬을 휘어잡으며 “꼴값 떨지 마라”고 말했을 때도 빵 터지긴 했지만 이질적이지는 않았다. 알고 보면 양세형에게는 방송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장착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이제는 ‘양세형이 나오는 예능이라면 어느 정도 재미는 보장하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양세형이 방송가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무서운 기세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