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이주우는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다.

이주우는 지난 17일 종영한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는 민수아를 통해 어딘가 허술하고 귀여운 면을 보여줬다. 반면 전작 MBC ‘돌아온 복단지’(2017)에서는 표독스러운 악녀 연기를 소화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 ‘눈길’(2017)에서는 위안소의 동생들을 살갑게 챙기는 소녀 아야코로 관객들을 울렸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이 다채로운 얼굴의 주인공이 이주우라는 사실을 널리 알렸다. 앞으로 더욱 왕성히 활동하며 “시청자와 관객에게 스며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주우를 만났다.

▲ 전작과 달리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는 비슷한 나잇대 배우들과 호흡했는데
“그래서 분위기가 방방 뜨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배울 게 많았어요. 다들 프로들이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 배우끼리의 호흡은 어땠나?
“첫날부터 케미가 좋았어요. 보통 첫 촬영은 아직 서로를 잘 모르니까 어색할 법도 한데 우리는 촬영 한 달 전부터 다 같이 모여서 리딩을 반복했거든요. PD님이 ‘너희 여섯 명이 실제로 친해져야 이 드라마가 잘 산다’면서 무조건 친해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또 PD님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을 부를 때 ‘우리 배우들’이라고 하셨는데, 소속감이 들더라고요. 덕분에 배우끼리 더욱 뭉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촬영장에서 애드리브가 자유로웠다던데.
“(이)이경 오빠가 정말 많이 했어요. 애드리브에서는 천재적인 오빠예요. 하하. 오빠는 촬영할 때 상대를 꼭 웃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더라고요. 난 주로 오빠의 표적이 됐죠. 웃느라 바빴어요”

▲ 자신과 수아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은?
“수아는 나름의 철학이 있는 아이예요. 남자를 대할 때도,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자신의 철학으로 대응하죠. ‘사이다 갑질’ 에피소드도 그랬기에 가능했어요. 철학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닙니다. 극 중 동구(김정현)와 수아가 헤어질 때, 수아가 ‘우리가 헤어지는 건 네 탓이 아니라 내 문제’라고 말해요. 대부분이 상대를 탓하겠지 생각하는데 수아는 그 예상을 벗어났죠. 나도 비슷한 것 같아요. 다른 점은 수아는 철학을 행동으로 옮기지만, 나는 생각만 해요. 하하. 그래서 수아가 갑질하는 사장님을 혼내주는 장면에서 스스로 뿌듯하고 통쾌함을 느꼈어요”


▲ 명장면을 꼽아보자면?
“‘으라차차 와이키키’ 전 스태프와 배우가 종방연에서 최종회를 같이 봤는데요. 그날 수아가 수면 내시경을 하는 장면이 나왔어요(수아는 수면 내시경 도중 마취약에 취해 두식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더라고요. 현장에서 모니터했을 때보다 편집을 더 재미있게 해주셔서요. 내가 나오는 장면 외에는 남자 셋이 경찰서 앞에서 스트립 쇼 하는 장면이요. 촬영하는 날 엄청 추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따뜻한 집에서 TV로 시청하면서 ‘고생하는구나’ 했죠”

▲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우선 이야기 자체가 나오는 데 감사하고,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려도 돼요. 무엇보다 업계 관계자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우리가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시즌1의 멤버들이 함께 한다면 함께 하고 싶어요. 시즌2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가 계속될 것 같아요. 여섯 명이 게스트하우스에 알콩달콩 오순도순 살면서요. 수아요? 이전에 준기(이이경)의 스타일리스트가 수아에게 ‘한국의 코코샤넬이 될 친구’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아마 그런 걸 보면 수아도 꿈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가 있을 거예요”

▲ 두식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남들보다 좀 더 느리게 진전될 거 같아요. ‘남사친’ ‘여사친’으로 시작한 관계잖아요. 사실 수아도 두식이만큼 연애에 서툰 친구거든요. 물론 실제의 나였다면 두식이와 시작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남자친구의 친구잖아요? 하하”

▲ 손승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두식이와 수아가 레베카(준기의 차)를 타고 뱅글뱅글 도는 장면이 있었어요. 서너 시간 촬영한 것 같아요. 두식이는 실제로 차창에 손이 끼인 상태였고요. 날이 쌀쌀했을 때여서 손이 더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죽을 것 같다고 하면서 촬영했는데, 그 장면을 찍고 서로 좀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케미를 잘 살릴 수 있게 됐죠. 두식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하하”

▲ ‘으라차차 와이키키’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돌아온 복단지’가 할아버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데 비해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남동생의 지지를 얻었어요. 우리가 ‘현실 남매’여서 서로에게 관심이 없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누나, 나 드라마 잘 보고 있어’ 이러더라고요. ‘이이경 형, 사인받아줘’ 이러면서. 이경 오빠가 너무 좋대요. 아직 사인 안 받았어요. 안 받아줄 거예요. 하하”

▲ 자신에게 ‘으라차차 와이키키’란?
“선물이에요. 아주 큰 선물이요. 부피가 커서 뜯을 때 조금 힘들었지만, 소중한 선물이었죠. 촬영 일정이 강행군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 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아졌을 것 같은데
“조금씩요. 아직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팬이에요’라고 말하는 분은 없었어요. 하하. 지나가다 두 번 돌아보는 정도? 그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나를 알아봐 주다니! TV랑 실제의 내 모습이 같은가 보다… 하하. 화장 안 하고 다니면 아무도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알아보시니까 신기해요”

▲ 평소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혼자 놀 때는 주로 카페를 가요. 촬영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게 카페에 가서 책을 읽다가 뜨개질을 하다가, 다시 책을 읽다가 커피를 한잔 마시고… 그러다 집에 가는 거예요. 평소에 하는 거거든요. 뜨개질은 잡생각을 안 하게 돼서 좋아요. 오롯이 하나에만 집중해야 실수를 안 하거든요.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이어서요. 배우 자체가 물음표를 가져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생각을 잠시 멈춰야 할 때 뜨개질을 하죠”

▲ 주로 무슨 생각에 사로잡히나?
“촬영 현장에서 내가 잘 하고 있나 의문이 들 때, 혹은 지적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시작돼요. 데뷔 초에 많이 헤맸어요. 남들이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난 너무 못해’라며 자책하는 저를 발견하고 방법을 찾았어요. 스스로 상처 주지 말고 다독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요”

▲ 이런 고민은 주로 누구에게 털어놓나?
“KBS2 ‘다 잘될 거야’(2015~2016)에 함께 출연한 언니들이요. 크루가 있어요. 최윤영·엄현경·한보름 언니랑 저요. 언니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힘들다고 하는데 반응은 현실적이에요. ‘언니, 저 너무 힘들어요’ 하면 ‘아니야, 잘 하고 있어’ 이런 게 아니라 ‘원래 힘든 거야. 힘들면 포기해야지 뭐’ 쿨하게 말하거든요. 그럼 나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지’ 다시 의지를 불태우게 돼요”


▲ 데뷔 6년 차, 성장했다고 느낄 때는?
“‘돌아온 복단지’ 때만 해도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컸어요.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촬영하면서는 ‘나는 연기를 하고 있고, 이게 내 직업’이라는 책임감이 좀 더 커졌죠. 현장에서의 순간순간이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이전보다 강해졌어요”

▲ 배우여서 행복했던 순간?
“모든 순간이요. 내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물론이고, 카메라가 다른 배우를 찍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설레고 기분이 이상해요. 3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있던 현장인데, 잠깐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것도 굉장히 묘하더라고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자체가 엄청 행복한 것 같아요”

▲ 배우로서 지향점과 목표는?
“후회하지 말 것. 그리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연기가 됐든 뭐가 됐든지 간에요. 목표는 단기적으로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고,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활동하고 싶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이주우 때문에 이 드라마 보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라고 하죠? 이 별명을 얻기가 되게 힘들더라고요”

▲ 자신에게 청춘이란?
“‘으라차차 와이키키’ 20회의 타이틀이에요. 아프니까 으라차차. 딱 그 말인 것 같아요. 아플수록 더 힘을 내는, 그런 시기요”

▲ 지금 청춘인가?
“벌써 나이가 20대 후반이 됐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몰라요. 저는 여전히 스물넷 같거든요. 나이라는 건 그냥,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청춘이고, 앞으로 언제나 청춘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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