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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신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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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동민 기자] 생명은 그 자체로서 존엄하다. 그 누구에게도 다른 이의 삶을 짓밟을 권리나 자격은 없다. 그건 다수의 생존을 위한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죄 없는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함부로 빼앗는 건, 아마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폭력일 것이다. 만약 그럴 수 있는 절대자가 있다면 그는 아마 우주 최강의 폭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빌런 타노스처럼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정말 신을 닮았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마블 사상 가장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이다. 전에 없이 강력한 악당이 등장하고, 믿음직했던 영웅들은 그의 칼끝 앞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영화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당 타노스를 중심에 두고, 그에게 맞서는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언맨와 닥터 스트레인지를 비롯한 지구의 영웅들을 넘어 아스가르드의 왕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 일행까지. 역대 최다 인원이 모인 연합전선은 시시각각 무대를 옮겨가며 사투를 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어쩔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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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피니티 워’라는 부제처럼 영화는 ‘무한대’로 힘을 키워가는 타노스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다.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모아 전지전능한 힘을 얻고, 이를 통해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의 절반을 없애버리는 게 그의 목표다. “행성들에 너무 많은 생명이 살고 있으니 이를 줄여 우주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신념은 흔한 악당들의 그것과도 닮아 있다. ‘균형’이란 미명 하에 자행되는 타노스의 학살은 일견 ‘최후의 심판’에 대한 성경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다분히 비인간적인 타노스의 정복전쟁은 바위처럼 차갑고 묵직한 태도, 그리고 어벤져스를 가볍게 무너뜨릴 정도의 강력한 힘 속에서 너무나도 무겁게 다가온다.

이에 대항하는 어벤져스의 사투는 영화 속 표현처럼 ‘리벤져스’의 복수 서사로서 강렬하게 각인된다. 특히 과거 타노스의 침략으로 부모를 잃은 가모라와 동족의 몰살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토르의 분노는 서사에 무게를 더한다. 영화가 후반부 잇따르는 희생 속에서 지리멸렬한 싸움을 이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통쾌하다기보다 아릿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업그레이드 된 슈트의 아이언맨과 새로운 망치로 더욱 강력해진 토르, 헐크버스터를 장착한 브루스의 액션 신들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지만, 시리즈 전작들처럼 마냥 감탄하며 보기에는 찝찝한 뒷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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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에 등장하는 스무 명이 족히 넘는 히어로들, 그리고 지구와 우주 곳곳의 행성들을 넘나드는 로케이션은 화려하지만 그만큼 산만한 것도 사실이다. 아이언맨과 닥터 스트레인저,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 토르와 스타로드, 이렇게 세 진영으로 나뉘어 벌어지는 산발적 전투 장면에서는 ‘어벤져스’ 특유의 팀워크가 다소 아쉽다. ‘어벤져스’ 1편의 뉴욕 맨하탄 전투 장면에 비해 몇 배는 더 커다란 스케일의 전투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지만, 정작 이들이 한데 모여 타노스와 싸우는 장면은 그에 비해 힘이 덜하다. 아이맥스 스크린조차 이들을 한 화면에 담아내기에는 다소 좁아 보인다.

결국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1년 후 개봉할 ‘어벤져스4’에 바통을 넘긴 채 열린 결말을 남긴다. 영화의 충격적 엔딩에 많은 마블 팬들이 멘붕에 빠질 수 있겠지만, 그나마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다음을 기약하게 한다. “It’s a End game”이란 극 중 닥터 스트레인저의 말대로, 마지막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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