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연;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이미지중앙

(사진=오픈리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한 대목이다. 익히 돈키호테는 허황된 꿈을 좇는 이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요즘도 그렇겠지만 400년 전에도 돈키호테 같은 인물형은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었다. 으레 그렇듯 그런 이들은 꿈에 도취돼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거나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지상에 널린 돈키호테들은 스스로를 솔직하게 드러내질 못한다. 타인의 손가락질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눅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다. 바로 자신이 돈키호테의 기사라 착각하는 알론조 키하나다. ‘맨 오브 라만차’는 작가 세르반테스가 감옥에서 자신의 희곡 ‘돈키호테’를 죄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극중극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기서 괴짜 노인 알론조는 시종인 산초와 모험을 통해 우스꽝스런 기행을 벌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극중 인물뿐만이 아니다. 관객들은 모두 마음 안에 묵직한 무언가를 하나씩 안고 돌아가게 된다.

공연은 조금은 정적이고 연극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탄탄한 서사를 필두로 한 작품에 과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러면서도 재치 넘치는 대사와 갖가지 유머코드가 분위기를 늘어지지 않도록 꽉 부여잡는다. 특히 오만석의 꽉 찬 대사량은 무대를 압도해 관객 몰입도를 높인다. 이후 막이 내릴 즈음이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방점을 찍는다.

이미지중앙

(사진=오픈리뷰)


무대구성은 단순하지만 그 어느 공연보다도 리얼하다. 세밀한 배경이 작품의 개연성과 설득력을 높인다. 여기에 스페인 플라멩코 음악이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힘찬 기백을 명확하지만 풍부하게 표현해낸다. 피아노 선율 대신 기타를 통해 관객들의 귀를 적셔준 점도 신선하다.

이처럼 ‘맨 오브 라만차’는 서사와 무대와 음악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며 하나의 주제로 응집된다. 돈키호테는 꿈을 펼치고 싶은 이상주의자들의 정신사적 궤적을 가장 먼저 밟아나간 선구자다. 관객들은 비로소 불가능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깨닫는다. 공연을 보고 난 뒤에는 저마다 가슴 속에 별 하나를 얻고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손을 뻗으리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오는 6월 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