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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BIFF 리뷰]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우리의 이중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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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는 모순의 연속이다. 그 연속성이 만들어내는 위트는 센스 있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어 곱씹는 매력이 있다.

‘군산’은 군산으로 여행을 떠난 남녀가 그곳에서 마주치는 인물들과의 소소한 사건을 그려낸다. 줄거리만 보면 심플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다뤄지는 남녀의 감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친한 선배의 전처인 송현(문소리)과 군산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윤영(박해일). 두 사람의 관계는 ‘썸’을 연상케 하지만 군산에 도착한 송현이 민박집 주인에게 호감을 드러내면서 균열이 간다. 자폐증을 갖고 있는 민박집 주인의 딸은 윤영에게만 마음을 연다. 등장인물들이 은은한 페로몬이 느껴진다. 그리곤 중반부부턴 송현과 윤영이 재회하게 된 순간, 군산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인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간다.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은 많이 봐왔지만 ‘군산’처럼 중반부에 기준을 두고 시간을 역행하는 구조는 독특하다. 전반부에서 한일관계가 자주 언급됐다면 후반부에선 한중관계,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의 모순된 시각을 보여준다.

영화 ‘경주’ ‘춘몽’을 통해서 특정 지역, 장소를 다루는 데 탁월함을 보여준 장률 감독은 이번에 군산을 선택했다. ‘군산’은 겉보기와 다른 세상의 감춰진 형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군산이라는 장소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장소다. 군산은 아름다운 풍광과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곳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제의 잔재가 상당수 남아있는 장소다. 아름다우면서도 우리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는 곳이다. 일제의 잔재가 도시 곳곳에서 포착되는 한편 일본의 만행이 담긴 사진전이 길 위에서 열리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장소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도 이중성을 안고 있다. 재일 교포인 민박집 주인은 한국인인 송현과 윤영은 손님으로 받았으나 ‘방이 없다’는 거짓말로 일본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 송현은 윤동주 시인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한다.

연변 출신인 윤동주 시인이 현재까지 살아있다면 그는 조선족이다. 현 시대에서 그는 찬양을 받지만 후손인 조선족은 한국에서 차별을 받는다. 조선인 인권 문제에 앞장을 서던 송현은 조선족으로 오해를 받자 기분 나쁜 기색이다. 조선족 인권 보장을 위해 시위를 하는 이는 조선족 말 흉내를 내는 한국인이다. 그에게 시위는 돈을 모으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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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재중교포인 장률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군산’ 속 디테일한 모습을 만들어냈다. 조선족을 무시하는 한국인들, 그런 조선족이 윤동주 시인의 후손이라고 하자 바뀌는 태도, 늙어서까지 중국을 중공군으로 부르면서 아들은 화교 학교로 보낸 윤영의 아버지 등 장률 감독의 디테일한 설정이 시선을 모은다.

모순 덩어리인 세상 속에서 문소리와 박해일은 생생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냥 군산으로 여행을 떠난 송현, 윤영 그 자체로 보여 진다.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송현의 매력은 문소리를 만나 더욱 배가 됐고 장률 감독과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박해일의 생활 연기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두 사람 외에도 정진영, 박소담, 명계남, 한예리, 윤제문, 김희정, 정은채 등 화려한 카메오 군단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군산’이 공개된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장률 감독은 영화에 대한 상징성과 의미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제로도 등장하는 ‘거위’에 대해서도 긴 말을 하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해석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산’은 관객으로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이제 공은 관객에게 넘어갔다. 오는 11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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