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장경작 사장 등 임직원 11명이 4일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추모차 북한 금강산을 방문한 가운데, 북한이 미국에서 새 금강산 사업자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한국계 무역회사인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는 북측과 금강산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지난달 25일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양해각서는 이 회사가 미주지역에서 금강산 관광 선전과 투자유치, 관광객 모집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회사 박일우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부와 현대아산 간의 독점 계약 문제와 관련,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므로 내가 논평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지구의 독점계약권을 갖고 있는 현대아산 측에 사전공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날 오전 고성군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CIQ)를 떠나기에 앞서 “타 기업과의 MOU 체결은 처음 듣는 얘기다. 현재로선 입장이나 대책을 내놓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관계자와의 협의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추모일정 외에는 잡혀있는 게 없다. 일단 들어가서 상황을 봐야한다”고 전했다. 현대아산은 북측과의 협의에 대비해 금강산 문제를 담당하는 김영현 관광경협본부장을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독자적인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제정과 그에 따른 현대그룹의 독점권 제한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이번 북한과 타기업 간 MOU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대와 투자보장합의서까지 무시한 북한에게 MOU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이번 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해 20만명에 달했던 남측 관광객 유입이 차단된 가운데 해외 관광객만으로는 금강산 내 수익창출이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번 계약이 실효적인 의미를 갖기보다는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에 대한 북측의 압박으로 해석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