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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아베, 역사적 결단 뒤집으려는가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또다시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가 일본 정부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이 입은 심신의 고통에 대해 사과한 1983년의 ‘고노 담화’에 대해 “한국 정부와의 협의에 따른 것”이라는 검증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것.

아베 정부가 담화 문구 표현을 한국 정부의 요구대로 수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고노 담화가 한국 정부의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굴욕의 산물’이란 점을 낙인 찍고 사실상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노 담화가 주목받는 것은 일제가 한국인들의 인권을 가장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유린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통렬한 반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담화 작성을 주도한 이시하라 노부오 (石原信雄) 전 관방 부장관 역시 “담화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결단이었다”며 일본 정부 스스로 내린 역사적 결정임을 밝힌 바 있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담화에 대해 과거 일본이 역사 앞에 저지른 과오를 뼈에 되새겨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럼에도 아베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거짓말’로 호도하고 “한국 정부의 억지에 의해 강제로 작성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그간 역대 내각과 일본인들이 성실히 쌓아올린 역사에 대한 통찰과 윤리적 참회의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만행이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 중 어느 누구도 일본인들이 지난 과오에 파묻혀 죄책감에 시달리기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후 일본이 도덕적 측면에서 자신감을 되찾고 당당한 모습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피해자들의 가슴에 남은 아픈 응어리를 풀어낼 한 마디의 ‘솔직한 자기고백’과 ‘책임지는 행동’이 필요하다.

지난 봄 아베 정부는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 협의에 진지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날의 약속이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사탕발림‘이 아니길 빈다. 아베 총리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길은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법적 책임에 기반한 일본 정부의 배상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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