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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 G동설, 타어강을 누르다!
20일 경기 결과 : 기아 타이거즈 2 - 3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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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기아전에서 8회말 역전 결승타를 때려낸 '미스터 LG' 박용택.

INTRO - 타어강과 G동설의 혈투
4강 한 자리를 놓고 피할 수 없는 두 팀이 만났다. 그것도 타어강과 G동설이라는 역대급 ‘기레발(기자들의 설레발)’의 무게를 등에 지고 말이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이야기지만 타어강의 전설은 2013년 5월 한 기자의 칼럼에서 시작됐다. ‘타이거즈는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나?’라는 기사였는데, 이 기사 이후 타이거즈는 거짓말처럼 순위가 곤두박질쳤고, 결국 신생팀 NC 다이노스에게도 밀리며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후 ‘따따불(다이너마이트, 다시 불씨를 댕기다)’과 ‘한마달(한화 마운드가 달라졌다)’ 등이 타어강의 뒤를 이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타어강이 남긴 족적이 그만큼 컸던 탓이다.

2014년, 마침내 타어강과 맞먹는 위력의 기레발이 등장했다. 7월 25일 LG가 롯데에 9대 1로 지고 있다가 비가 내리며 노 게임이 선언된 일이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한 기자가 ‘LG를 중심으로 우주의 기운이 돌고 있다’고 쓰면서 그 유명한 G동설이 시작된 것이다.

다행히(!) 타어강의 전설과 달리 트윈스는 G동설 이후에도 착실히 순위를 끌어 올리더니 21일 마침내 4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트윈스가 잘 했다기보다 남들이 못한 덕에 받은 성적표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우주의 기운이 LG를 중심으로 돌고 있을 리도 없고, 냉정히 말해 타이거즈도 별로 다시 강팀이 된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팀의 22일 승부가 정말 중요했다는 점이다. 이 시합 이전까지 두 팀의 승차는 고작 한 게임. 21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두 팀은 이날의 단판 승부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처지였다. 트윈스는 없는 우주의 기운이라도 빌려 이날 승리를 꼭 얻어야 했고, 타이거즈도 이날만큼은 ‘다시 강팀이 되어’ 4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이 운명의 단두대 매치에서 웃은 쪽은 트윈스였다. 우주의 기운 덕은 아니었겠지만 이날 트윈스는 꽤 짜임새 있는 시합을 펼쳤다. 경기 초반 잡은 몇 번의 찬스에서 희생 플라이 하나를 못 쳐 역투한 리오단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리오단은 홈런 하나 맞은 것 빼고 나무랄 데 없는 호투를 보여줬다.

타선이 다소 답답했지만 7회초 2점을 내 준 뒤 7회말에 바로 2점을 따라 붙은 것은 충분히 칭찬해 줄만하다. 안타를 두 개 내주긴 했지만 이동현은 여전히 7, 8회 중 한 회를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다. 제구가 다소 흔들렸지만 봉중근 역시 리그에서 톱을 다투는 마무리답게 경기를 잘 매조졌다. 잘 싸웠다. 트윈스! 트윈스의 선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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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기아 박기남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승리를 확정지은 LG 마무리 봉중근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최고의 순간 - 봉중근의 2루 송구
좋은 시합이었다. 기억하고픈 장면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7회말 스나이더의 2루타는 매우 의미 있었다. 잘 때린 타구는 아니었지만 스나이더는 확실히 공을 멀리 보내는 능력이 있는 타자였다. 땅볼보다 뜬공이 많아야, 그리고 뜬공도 멀리 보낼 수 있어야 좋은 타구가 나올 확률이 높다. 스나이더의 2루타는 행운이 곁들여진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공을 멀리 보낼 줄 아는 그의 능력이 만들어 낸 안타로 봐야 할 듯하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트윈스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타자인 오지환의 동점타도 인상 깊었다. 8회말 단타성 타구를 치고 수비의 허점을 노려 2루를 빼앗은 손주인의 근성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 그 상황에서 역전타를 때려낸 박용택은 역시 ‘미스터 LG’다웠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장면이라면 역전 직후 맞은 9회초 마지막 수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마운드에는 LG의 클로저 봉중근이 올랐다. 그런데 봉중근의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김민우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하나를 꽂아 넣지 못하고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여기서 중요했다. 타자는 8번 이성우. 예상치 못한 작전을 거의 걸지 않는 선동렬 감독의 특성상 번트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이성우의 번트 타구를 잡은 봉중근이 엄청난 강속구를 2루에 뿌려 주자를 잡았다. 뒤 이어 타자주자까지 1루에서 아웃시켜 번트를 병살로 이끌었다.

왜 트윈스의 마무리가 봉중근인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선발 투수보다 훨씬 자주 경기에 출전하는 마무리는 아무래도 컨디션이 나쁜 날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좋은 마무리는 컨디션이 안 좋아도 한 회를 막아내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

뛰어난 견제 능력과 22일 보여준 현명한 상황 판단, 그리고 베테랑다운 대담함. 올해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봉중근은 여전히 트윈스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빼어난 트윈스의 클로저였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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