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스포츠 타타라타]여자 프로골퍼의 겨울
#그럴듯한 우스갯소리 하나. 헬렌(helen)이라는 측정 단위가 있다. 기원은 추측대로 여자 이름에서 나왔다. 바로 <일리아드>에 나오는 헬렌(헬레나)에 기인한다. 영국 극작가 말로가 한 작품에서 헬렌을 두고 "이 얼굴이 전함 1,000척을 띄우고, 저 높은 트로이성을 불타게 한 얼굴이란 말인가?"라고 묘사한 것이 단초를 제공했단다.

이걸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수학자인 러시턴(W.A.H. Rushton)이 미(美)의 단위로 고안했으니 1헬렌은 1,000척의 배를 띄울 수 있는 미모이며, 1밀리헬렌은 1척의 배를 띄울 수 있는 미모가 된다. 단위가 너무 큰가? 이후 1피코헬렌도 나왔다. 피코는 조분의 1인이니까. 아주 하찮은 아름다움이다. ‘(물에 빠졌을 때)고무튜브를 풀에 던지는’ 정도다. 여기에 네거티브 헬렌도 있다. 배 1,000척을 가라 앉히거나, 다시 항구로 돌려 보내면 된다. 이쯤이면 장난이 심하다. 위키피디아도 이를 웃기는 측정단위 리스트에서 소개하고 있다. 아름다움은 측정할 수 없는 주관의 대상이다.

이미지중앙

영국여류화가 이블린 드 모건의 <트로이의 헬렌(Helen of Troy)>.(1898)


#한 선배 골프기자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다. 박세리가 ‘연못 맨발샷’ 등 막 신화를 쓰던 시절. 기자들과 함께 그린 옆에서 박세리가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던 부친 박준철 씨가 이렇게 말했다. “저 (튼실한)다리 좀 봐? 나는 미스코리아 다리보다 저 다리가 더 예뻐!” 다시 강조하지만 미는 주관적이다.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안선주는 한국기업으로부터 “성형수술하면 후원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 스폰서는 없다. 성형수술을 하지 않아서? 최근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해당 기사에 몹쓸 댓글이 잔득 붙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박인비의 결혼 기사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래서일까? 체육계 특히 여자골프 쪽은 실력보다 외모를 더 따지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뭐 골프도 잘하고, 외모도 빼어나면 ‘이왕이면 다홍치마’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 여자 프로골퍼 10명 중 8명이 성형수술을 고려한 적이 있고, 5명은 이미 성형 경험이 있다는 설문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여자 골프선수들에게 다이어트 약은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날씬한 선수들도 간식을 안 먹으려고 담배를 피운다. 하루에 2~3갑씩 피우는 선수들도 있단다. 전설의 육상스타 그리피스 조이너처럼 외국 여자선수들은 운동을 더 잘하기 위해 약을 복용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는데 한국의 여자골퍼들은 미를 위해 약을 먹는 것이다.

#여자선수들을 주로 가르치는 한 유명 레슨프로의 최근 전언은 더 충격적이다. “여자 주니어 선수 15명을 데리고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100%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안 피우면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고1 여고생 골퍼의 라커에서 담배 2보루가 발각되기도 했다. 미성년자는 담배를 구입할 수 없기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친구를 통해 담배를 사서 한 갑에 4000원씩 팔기도 한다고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의 2014년 시즌이 끝났다. 겨울은 여자골퍼들에게 동계훈련 시기이자 ‘성형의 계절’이다. 그래 인정한다, 외모지상주의. 이거 옳지 않다고 해봐야 공염불이다. 말은 맞을지 언정 그래도 예쁜 게 좋고, 예쁜 게 대접 받는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 조심했으면 한다. 부디 골프에 방해가 될 정도로 살을 빼거나, 약에 의존하지는 말자. 성형도 적당히 하자. 그리고 담배도 피우지 말자. 골프나 외모보다 건강이, 그리고 인생이 중요하니 말이다. 작년에 쓰러진 한 여자프로골퍼는 무리한 다이어트가 병마의 원인이 됐다는 소문이 있다. 레슨 프로로 살기 위해서는 실력보다 외모가 중요했고, 쓰러지기 전까지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등 엄청난 감량을 했다고 한다. 팬들도 골프선수들에게 미모를 구하지 말자. 걸그룹이 차고 넘친다. [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