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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우리 몸 필드의 벌레, 사면발이
골프를 비롯해 축구, 크리켓, 럭비 등 많은 스포츠의 고향은 영국이다. 그리고 영국에 실제로 가 보면 왜 영국이 그 많은 스포츠의 종주국인지 이해가 간다. 곳곳에 무성하게 우거진 잔디밭과 수풀이 넓게 펼쳐져 있으니 말이다. 자연환경이 좋다는 의미다.

요즘에는 수많은 비용을 들여야만 스포츠에 적합한 사계절 잔디를 유지할 수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그래서인지 골프도 축구나 야구처럼 인공적으로 필드를 조성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골프장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좀 더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다. 특히 골프장에는 각종 동물과 벌레들이 그대로 서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긴, 호주의 골프장에는 캥거루들이 돌아다니고, 미국과 아프리카에는 악어와 코끼리가 서식하는 골프장도 있다고 하니 말 다 했다.

그러나 이런 벌레들이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미있는 것은 우거진 수풀이 각종 생물체들이 은신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것처럼, 우리 몸에 기생하는 벌레들 역시 몸의 각종 털에 숨어 지내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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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에서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벌레로는 사면발이를 들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박멸되었다고 생각된 사면발이가 최근에는 다시 번성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사면발이는 성기 주변의 털인 음모에 주로 기생하는 벌레이다. 그리고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다. 그래서 사면발이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몸에서 벌레가 나왔다며 공포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사실 사면발이는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었기에 성병의 일부로 분류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유흥업소의 수건이나 옷 등을 통해서 전파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사면발이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성기와 음모 주변이 심하게 가려운 증상이다. 또한 피부의 반점과 발진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진단은 비교적 간단한데, 음모에 붙어 있는 벌레가 육안으로도 관찰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치료인 경우가 많다. 털에 붙어 있는 사면발이는 크림 형태의 약을 바름으로써 비교적 쉽게 치료가 된다. 그러나 사면발이는 의복이나 침구에도 기생할 수가 있다. 따라서 본인의 옷이나 침구류는 5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삶아 빠는 것이 좋다. 또한 같은 침대를 사용하거나 밀접하게 생활하는 동거인이나 가족 역시 같이 치료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면발이 환자들이 곤란스러워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효과적인 약물의 사용과 위생의 향상으로 한때는 감소 추세를 밟던 사면발이. 그러나 최근 성문화가 개방되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하였지만 유흥업소 등에서 의복이나 침구류로 전염되는 경우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 가장 좋은 예방책은 건전한 성문화를 향유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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