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황현철의 링딩동] 골로프킨의 다음 상대는 메이웨더?
지난 5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잉글우드 포럼에서 벌어진 WBA(슈퍼), WBC(잠정) 미들급 세계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겐나디 골로프킨(카자흐스탄)이 도전자 윌리 몬로 주니어(미국)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세 번의 다운을 빼앗고 6회 TKO승을 거뒀다. 몬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들급의 기대주로 평가 받는, 나름대로 까다로운 테크닉을 갖춘 도전자였지만 챔피언의 러싱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세계타이틀 14차 방어(WBC는 2차)에 성공한 골로프킨은 본인이 치른 15번의 세계타이틀전을 모두 KO승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하며 20연속 KO승을 기록했다. 총 전적은 33전 33승(30KO)

이미지중앙

WBC 타이틀을 획득할 때의 골로프킨. 사진=<인디펜던트>지

세계타이틀전 15연속 KO승 - 복싱 역사상 최초의 대기록


골로프킨은 이날 승리로 세계타이틀매치 15연속 KO승이라는 복싱 역사상 최초의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의 기록은 전 3체급 세계챔피언 윌프레도 고메스(푸에르토리코)와 전 WBO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다리우스 미하엘조우스키(폴란드)가 가지고 있던 14연속 KO승이었다. 또한 골로프킨은 프로데뷔 후 현재까지 치른 모든 세계타이틀매치에서 KO승을 거뒀는데 이 역시 윌프레도 고메스의 14KO승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물론 고메스가 활동하던 당시와 지금의 복싱계를 단순하게 수치상으로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음에도 골로프킨의 기록이 범상치 않은 울림으로 와 닿는 것은 그가 보여준 경기력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고메스는 1977년 5월 염동균에게 12회 KO승을 거두고 WBC 슈퍼밴텀급 타이틀을 거머쥔 뒤 17연속 KO방어에 성공한 후 타이틀을 반납하고 페더급과 Jr.라이트급을 차례로 석권한 1980년대의 KO왕이다. 그러나 고메스는 13차 방어 뒤 1981년 8월 한 체급 위인 WBC 페더급 챔피언 살바도르 산체스(멕시코)에게 도전했다 8회TKO로 무너졌고 다시 자신의 체급으로 돌아와 네 번의 방어전을 KO승으로 추가한 바 있다. 슈퍼밴텀급에서의 고메스는 공포 그 자체였다.

다리우스 미하엘조우스키는 독일을 주무대로 활동한 폴란드 출신의 챔피언으로 1994년 9월 리온저 바바(미국)을 판정으로 꺾고 WBO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미하엘조우스키는 이후 무려 24번의 방어에 성공하는데 1997년 6월에는 버질 힐(미국)과의 통합전에서 승리, WBA와 IBF 타이틀까지 통합하기도 했다. 통합챔피언이 되자마자 WBA와 IBF 타이틀을 반납한 미하엘조우스키는 같은 해 10월의 11차 방어전부터 2003년 3월의 24차 방어전까지 14번의 방어전에서 연속 KO승을 거뒀다. 미하엘조우스키는 25차 방어전에서 훌리오 세자르 곤잘레스(멕시코)에게 판정패, 연승을 48에서 마감한 채 첫 패배를 기록했다. 24차 방어 및 14연속 KO방어 등 대단한 기록을 세웠지만 모국인 폴란드에서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든 타이틀매치를 독일에서 치렀기 때문에 안방챔피언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세계타이틀 14연속 KO방어는 역대 2위

세계타이틀매치에서 한 번이라도 승리한다는 것, 즉 세계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복서로서는 최고의 영광이고 국가의 경사이며, 그 이름은 영원히 기록으로 새겨진다. 더욱이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도전자를 KO로 눕히는 일은 훨씬 어렵다. 역대 세계챔피언 중 세계타이틀전에서 KO승이 없는 챔피언들도 상당히 많을 정도니 세계타이틀 방어전에서 연속 KO승을 거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겐나디 골로프킨의 14연속 KO 방어는 어느 정도의 기록일까? 역대 세계타이틀 방어전의 연속 KO승 기록은 다음과 같다.

이미지중앙


프로복싱 역사상 역대 1위는 위에서 언급한 윌프레도 고메스의 17연속 KO방어고 2위는 겐나디 골로프킨과 다리우스 미하엘 조우스키가 ‘14’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4위는 파나마의 돌주먹 로베르토 두란의 10연속 KO승이 차지하고 있다. 1972년 6월 켄 부캐넌(영국)을 13회KO로 누르고 WBA 라이트급 타이틀을 획득한 두란은 1977년 1월까지 열 번의 방어전을 모두 KO로 끝낸 바 있다. 헨리 암스트롱의 9연속 KO방어 기록을 37년 만에 경신한 두란은 현재까지도 라이트급 역대 최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전 WBO 페더급 챔피언 나심 하메드도 10연속 KO방어를 기록했다.

이미지중앙

슈퍼밴텀급 시절의 윌프레도 고메스. 사진출처=efemeridesundiacomohoy.blogspot.com)

6위에 해당하는 9연속 KO방어는 4명의 챔피언이 기록했다. 1930년대에 3체급을 석권한 불세출의 복서 헨리 암스트롱은 웰터급 재임 시절 9연속 KO방어를 기록했는데 1939년 10월에만 세 차례의 방어전을 포함 다섯 차례의 경기를 가지기도 했다. 멕시코의 KO왕 카를로스 사라테, 라이트헤비급 시절의 마이클 무어러, 웰터급 시절의 펠릭스 트리니다드 등 시대를 대표하던 하드펀처들이 동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0위인 8연속 KO방어를 기록한 챔피언은 8명이다. 동양권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카오사이 갤럭시(태국), 168Cm의 단신으로 헤비급을 지배했다고 알려진 토미 반즈 등이 눈에 띈다. 리카르도 로페스는 오광수, 이경연과의 방어전을 위하여 두 차례 내한하기도 했고, 고메스(염동균), 프라이어(김상현) 등은 국내 선수와 경기를 가진 바 있다.

국내의 경우 IBF Jr.밴텀급 초대 챔피언 전주도의 5연속 KO방어가 연속 KO방어 기록이며, 세계타이틀매치 연속 KO승의 기록 역시 6연속 KO승의 전주도가 지니고 있다. 2위는 두 체급을 제패한 ‘돌주먹’ 문성길로 WBC 슈퍼플라이급 타이틀을 4연속 KO방어(총 9회 방어)했다. 세계타이틀 4연속 KO승 역시 국내에서는 2위다.

골로프킨의 다음 행보는?

그동안 네임밸류에 비해 상당히 박한 대우를 받았던 골로프킨은 이번 방어전에서 150만 달러를 받아 처음으로 100만 달러가 넘는 대전료를 손에 쥐었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빅매치가 싱겁게 마감된 뒤 이제 골로프킨은 복싱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이번 방어전을 앞두고는 체중을 낮춰서 메이웨더와 경기를 가지고 싶다는 의향도 밝히기도 했다. 다음 상대는 누가 될 것인가?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한 방어전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의 인지도도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충분한 개런티가 보장되는 흥행이 가능한 상대로 매치 업이 될 확률이 높다.

오는 6월 다니엘 길과의 방어전을 앞두고 있는 WBC 정규챔피언 미겔 코토(푸에르토리코), WBO 동급 챔피언 앤디 리(아일랜드), 무패의 전 WBO 챔피언 피터 퀼린(미국), WBA 정규챔피언 다니엘 제이콥스(미국) 등을 대상으로 미들급의 통일에 나설 것인지, 부상에서 복귀한 안드레 워드(미국)나 칼 프로치(영국), 플로이드 메이웨더 등과의 빅매치에 콜업이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빈 해글러가 미들급을 더욱 빛낼 수 있었던 것은 슈거 레이 레너드, 토마스 헌즈, 로베르토 두란 같은 슈퍼스타들의 도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 아무리 강해도 필적할 라이벌이 없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슈퍼웰터급의 한계체중을 조금 넘긴 70Kg 정도에서 메이웨더와의 매치가 성사되는 흥분된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황현철 헤럴드스포츠 복싱전문위원]

이미지중앙

라이트급 시절의 로베르토 두란. 사진출처=www.myboxingfans.com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