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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자오픈] 베어즈베스트에서 만난 사람-배경은
“삶이 즐거워요. 선수 때도 활력이 넘쳤는데, 지금도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활력이 넘칩니다.”

삶이 즐겁다. 사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 하는 게 쉽지 않다. 그것도 전성기를 구가하는 현역이 아니라 ‘흘러간 선수’라면 말이다. 18일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이 열린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배경은(30)과 짧지만 즐거운 인터뷰를 했다.

지난해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은퇴했으니 일반인 생활이 고작 반년이 지났을 뿐이다. 사람이란 게 환경이 달라지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배경은은 신이 나 있었다. SBS골프의 중계방송 코멘테이터로 현장에 나왔는데 “현역복귀요? 생각도 하지 않아요. 선수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 걸요”라며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선수 때는 골프만 치고, 시합만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방송을 하면서 보니 하나의 골프대회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는지 처음 알았어요. 신기하죠. 그들과 함께 열심히 일을 하니 모든 게 새롭고 즐거워요.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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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활기차게 은퇴후 삶을 살고 있는 배경은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청라(인천)=임동민 기자


1985년생인 배경은은 2000년 서일중 3학년 때 KLPGA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이듬 해인 2001년 KLPGA선수권에서 프로데뷔 첫 우승을 거뒀고 2002년 LG카드여자오픈과 2005년 신세계배 KLPGA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후 2005년 미LPGA투어로 진출했고, 2014년을 끝으로 햇수로 15년의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배경은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지나가는 기자, 후배, 선배, 방송 관계자, 협회 직원 등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에 바빴다. 선수시절부터 워낙 좋은 성격으로 유명했는데, 반년 만에 이 정도면 머잖아 ‘골프계 마당발’이 될 듯 싶다.

방송에 대해서도 배경은은 “선수 때는 인터뷰할 때 말을 풀어서 가능한 길게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간단명료하게 팩트 위주로 짧게 말해 달라는 지적을 받곤 해요”라며 ‘탈(脫)선수의 변화’를 설명했다.

중계방송 코멘테이터와 방송 레슨프로그램 진행 외에 배경은은 오프라인 레슨으로도 바쁘다.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안에 있는 갤럭시아연습장 소속으로 유망주와 아마추어들을 지도하고 있다.

“선수 때보다 골프를 더 많이 치는 것 같아요. 투어를 다닐 때는 월요일은 쉬고, 또 중간중간 대회가 없는 주가 있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못해도 3~4회는 라운드를 나가요. 주로 필드레슨이니 오히려 신경쓸 게 더 많은 라운드죠.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수입도 선수 때보다 적지 않아요(웃음).”

이쯤이면 즐거운 삶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배경은은 끝으로 이런 삶을 혼자만의 즐거움에서 더 나아가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죠. 골프에 열정을 불사르던 그때 말이에요. 하지만 반발 정도만 빼고 보면 세상에는 골프 외에도 열정을 불사를 만한 일이 참 많아요. 저도 공을 치면서 골프가 인생의 전부인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 참 할 일이 많아요. 지금은 방송과 레슨에 전념하고 있지만 향후 모교인 경희대에서 공부를 더 하는 것, 칼럼을 쓰는 것, 그리고 비즈니스까지 하고픈 것이 참 많아요. 후배들에게 은퇴 후 삶을 설계할 때 참고가 될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이 대목에서 인터뷰 장소 앞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후배들을 바라보는 배경은은 진지하기만 했다.

배경은은 원래 2013년 결혼과 함께 은퇴하려고 했는데 남편(이주홍, 성형외과 의사)이 ‘맥주를 먹으면서 라운드도 해보고, 하고 싶은 거 다 한 후에 은퇴하라’고 주문하자 1년을 더 뛰었다. 그리고 정말 하고픈 거 다한 후에 미련없이 필드를 떠났다. 그래서 일까,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청라(인천)=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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