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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자오픈]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를 알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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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 국가대표 4인방. 오른쪽 상단부터 이소영 박현경 최혜진 류현지. 청라(인천)=임동민 기자


‘누가 조국의 가는 길을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어떤 시인이 1970년대 모교 축시로 썼다고 하는데 애교심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영 불쾌한 말이다. 그 학교가 식민지의 유물인 경성제국대학인 데다가 학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고약한 오만함이 잔뜩 묻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을 쓸 곳은 따로 있다. 세계 최강인 한국 여자골프에 가져다 쓰면 딱 어울린다. ‘누가 한국여자골프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내려 태극마크를 보게 하라.’ 흠잡을 데가 없고, 제법 유쾌하기까지 한 문장이 된다.

18일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이 열린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여자골프 국가대표 4인방을 만났다. 이소영(18 안양여고3)-류현지(17 구미 현일고2)-최혜진(16 부산 학산여고1) 박현경(15 함일여중3). 나란히 1년 터울인 이들은 맏언니 이소영과 셋째 최혜진이 프로들도 혀를 내두르는 난코스에서 1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5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하고, 내달 프로로 전향하는 이소영은 “지난 해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국가대표 경력이 골프에 큰 도움이 됐다. 프로에서는 반짝스타가 아니라 줄리 잉스터처럼 오랫동안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국가대표는 후배들이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미 아마 최강으로 유명한 이소영을 비롯해 이들 4인방이 괜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프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는 최혜진은 이날도 이소영과 함께 여고생 돌풍을 일으켰고, 5오버파로 부진한 박현경은 올시즌 아마추어 무대에서 6개 대회에 나가 5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류현지도 내년에 프로턴해 여고생 프로로 활약할 계획이다.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로 손색이 없다.

한국여자오픈처럼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오픈 대회는 아마추어 최강자들이 프로들을 상대로 거침없는 플레이를 선보이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한국여자오픈의 경우 역대 우승자는 사실상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었다. 특히 93년 정일미, 95년 김미현, 97년 장정, 2003년 송보배는 아마추어 신분, 즉 현역 국가대표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12년 만에 5번째 아마추어 우승의 쾌거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 여자골프는 ‘화수분’ 같은 느낌을 준다. 최고의 선수를 미국이나 일본으로 ‘수출’해도 끊임없이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타 유출에도 불구하고 KLPGA투어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화수분 시스템의 핵심에 국가대표가 있는 것이다.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거치며 프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실력파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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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꽃피는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 첫날에도 기염을 토했다. 왼쪽부터 박소영 코치, 류현지, 이소영, 박현경, 박현순 코치. 청라(인천)=임동민 기자


특히 올해 여자 국가대표팀은 3년째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박현순 프로(43)에 박소영 프로(39)가 코치로 가세하면서 한층 팀워크가 좋아졌다. ‘코리언 특급’ 박찬호의 사촌누나로 KLPGA 통산 6승을 기록한 박현순 코치는 한국골프대학 교수를 맡고 있는 공부하는 지도자다. 지난 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조련했다. KLPGA 통산 3승의 박소영도 상비군 코치를 거친 까닭에 주니어 선수 육성에 전문성이 높다. 둘 다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박1’, ‘박2’로 불리는 등 팀 분위기가 더 없이 좋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잘하죠? 실력과 인성 모두 자랑스러운 아이들에요. 한국여자오픈에서 끝까지 선전하도록 기원해 주세요.”

사진 촬영과 인터뷰 내내 6명의 푸른색 태극마크는 마치 소풍이라도 온 듯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박소영 코치의 마지막 멘트처럼 이번 한국여자오픈에서 대이변을 노리는 국가대표팀의 자세는 자못 다부졌다. [청라(인천)=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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