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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자오픈] 베어즈베스트에서 만난 사람 - 김재열 해설위원

“7시간 반 동안 중계를 했으니 최장중계 기록이 아닐까 싶네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중계박스 근처 후미진 곳에서 실례를 하기도 했어요.”

21일 오전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7억 원)이 열린 인천 서구 경서동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만난 김재열(55) SBS골프 해설위원은 혀부터 내둘렀다. 전날 3라운드 경기가 기상 악화로 2시간 반 가량 중단됐다가 속개되는 과정에서 생방송 중계진이 보기 드문 ‘고초’를 치렀다는 반응이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잡혀 있던 중계가 2시간 30분이 연장되면서 중계 부스에서 7시간 반이나 속절없이 ‘감금(?)’된 것. 비에 젖고 있는 코스 외에는 현장 화면이 없어, 전날 경기 영상이나 관련 정보로 중계시간을 때우는 것은 직업정신과 노하우로 버텨냈지만 생리현상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김 위원은 “중계경험이 많아 얼추 계산하니 경기를 재개하면 일몰 전에 3라운드를 마치겠다 싶었죠. 방송에서도 그렇게 안내를 했는데 실제로 3라운드 경기를 모두 소화해 정말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오늘(21일) 잔여 경기를 하지 않게 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게 된 것에 만족합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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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7시간 반 동안이나 생중계를 해서 일까? 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은 21일 오전 다소 피곤해 보였다. 물론 이날도 마이크 앞에서 명승부가 펼쳐진 한국여자오픈 마지막라운드를 중계했다. <청라(인천)=원동민 기자>


1997년 한국스포츠TV에서 골프 해설을 시작해 1998년 SBS로 옮겨 지금까지 마이크를 잡고 있는 김재열 위원은 국내 최장수 골프해설가다. 한국여자오픈 등 국내 남녀 주요대회는 물론이고, 미국 PGA와 LPGA, 그리고 유럽과 일본투어까지 정말이지 많은 대회를 현장과 위성으로 중계했다. 이처럼 살아있는 한국 골프중계의 증언자가 힘들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남자들은 그래도 낫죠. 한 여성 아나운서는 중계방송이 길어지면서 참다못해 방송 중 갑자기 뛰쳐나간 적도 있어요.”

김재열 위원은 한국 골프의 성장만큼이나 중계방송도 많이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5년 SBS가 하와이에서 SBS오픈을 개최하면서 미국의 선진 중계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중계 부스만 해도 예전에는 천막을 친 까닭에 바람이 불어 원고가 다 날아가는 바람에 진땀을 흘린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대체 해설자가 없어 새벽에 방송사에서 미국 대회를 중계하고, 오후에 골프장으로 가 국내 대회를 해설하는 초인적인 일정도 소화한 적도 있다. 코스를 촬영하기 위해 경비행기를 띄웠다가 불시착한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문 해설가가 넘쳐나고, 미국의 비행선을 대체하는 헬리캠이 도입되는 등 한국의 골프 중계도 크게 발전했다. 물론 아직도 데이터 관리 등 미국에 비해서는 부족한 게 많지만 선수들의 실력 만큼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다.

▲골프방송에 있어 SBS의 선도적 역할의 의미, ▲어차피 한 방송사가 모든 대회를 중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대 골프 방송사의 우호적 경쟁 필요, ▲미국처럼 여유가 넘치면서도 전문성을 담은 질적 향상, ▲생중계 시간의 축소(5시간→3시간) 등 골프 중계에 대한 김재열 위원의 설명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한국 골프방송의 교과서’가 될 듯싶었다.

“저는 박세리의 미LPGA 제패로 한국에서 막 골프붐이 일기 시작했을 때 해설을 시작했어요. 당시만 해도 골프 해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는 성공적으로 투어생활을 한 선수들이 은퇴 후 방송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코스 생리를 잘 아는 후배들인 만큼 저보다 훌륭한 해설자가 많이 등장할 겁니다. 단, 좋은 해설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좀 해야 합니다. 전달 능력이 중요하거든요. 책도 많이 일고, 조리 있게 말하는 법도 익히면 도움이 될 겁니다.”

2017년이면 골프중계 만 20년이 되는 김 위원은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해서는 “저는 메인 PD만 8명을 겪었어요. 해설과 레슨 뿐 아니라 사업도 하고, KPGA 전무(2000~2003년)까지 맡았으니 골프와 관련돼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한 사람이죠. 이제는 욕심이 없어요. 골프 해설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니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까지 열심히 할 겁니다. 그저 2017년 20주년에 책이라도 한 권 내려고 합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청라(인천)=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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