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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롯데 손용석이 팬을 보고 울컥한 사연
여기 한 명의 프로야구 선수가 있다. 그는 일 년에 채 열 명도 되지 않는 프로야구 1차 지명선수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선수다. 그 기대는 선수 본인도 품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누비던 사직야구장에 주전으로 우뚝 서는 모습, 그 하나만을 그리며 구슬땀을 흘렸다.

기대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데뷔시즌이던 2006년 4경기에 나와 3타수 1안타를 치며 이름을 알린 그는 2007년 본격적으로 1군에 이름을 올렸다. 44경기 타율 0.343(70타수 24안타) 12타점 11득점. 벤치멤버로는 흠잡을 데 없는 최고의 활약이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 뒤 복귀한 2011년에도 기대는 이어졌다. 대타로 주로 출장한 그는 49경기 타율 0.263(57타수 15안타) 12타점을 기록했다. 기록 이면에 보이는 순도는 압도적이었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0.571(14타수 8안타)이었다. 2012년에도 득점권 타율 0.316(19타수 6안타)로 찬스에 강한 모습이었다. 대타로 벤치에 두기엔 아까운 집중력을 가진 그였다.

그러던 2013년부터 그는 1군에서 자취를 감춘다. 부상 탓이었다. 2014년에도 그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칼을 갈았을까? 이번 시즌 1군에 돌아왔고, 지난 2년과 다른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상은 롯데 자이언츠 손용석의 이야기다. 지난 2년과 올해,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까지 담담히 그리는 그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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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귀요미를 자처하는 롯데 손용석


■1군에서 느낀 격세지감

-오랜만에 돌아온 1군, 어떤가?
처음 콜업 소식을 들었을 때 '이번엔 반드시 보여주겠다'며 독하게 마음먹었다. 팬들은 내가 오랜만이겠지만, 나는 야구를 계속 했다. 다만 1군에 나오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1군이 그렇게 오랜만인지 몰랐다.

-복귀 첫 안타를 쳤을 때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안타를 치고 1루에 도착해 장갑 벗으면서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첫 타석이었는데, 내 1군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주 다행인 것 같다.

-간만에 올라온 1군 분위기는 한창 경기에 나섰던 2011~2012년 때와는 다를 것 같다.
맞다. 홍성흔 선배님이 있었기 때문일까? (웃음)팀이 안 좋을 때도 굉장히 밝았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른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기도 뭣하다. 내가 주전이었다면 분위기 바꾸기 위한 노력도 서슴지 않았을 텐데. 막상 시합은 안 뛰니까 그러기엔 조금 눈치 보인다.

-어느덧 막내급에서 벗어났다. 어엿한 중고참인데, 라커룸이나 더그아웃에서 막내 때와 달라진 게 있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항상 재밌는 선수다.

-맞다. 항상 라커룸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다. 원래 타고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원체 말이 많아서(웃음).

-퓨처스팀 얘기를 들어보니, 허일이 라커룸 분위기 메이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허)일이가? 지가 그렇게 말하던가?(웃음)

-아니다. 주위 평가가 그렇다.
금마 그거 절대 나 못 따라온다(웃음). 아~무도 못 따라온다. (정)훈이는 인정한다. 훈이도 워낙 입담이 좋으니까. 나머지는 아무도 못 따라온다. 어서 후배들이 분발해 라커룸이 시끌시끌해졌으면 좋겠다.

■멘탈갑이 된 사나이

-야구 이야기를 해보자. 퓨처스 팀에서 1군에 콜업될 때, 모토니시 아츠히로 퓨처스팀 타격 코치가 모자에 써준 '전진'이라는 문구가 화제였다.
모토니시 코치님은 멘탈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다. 그렇게 내가 1군에 올라간 뒤 잠실 경기, 숙소에 찾아오셨다. 그때 내게 "전진 적어주고 1군 올라갔으니 이제 후퇴를 적어주겠다"고 우스갯소리 해주셨다. 이렇게 격의 없이 선수들을 대해준다.

-구체적으로 어떤 멘탈 개조를 해준 건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셨다. 만약 오늘 못 쳤다? 그렇다면 오늘 건 오늘 반성하고 원인을 찾는 것에서 끝내라고 한다. 내일까지 그 우울함과 자책을 이어가지 말라는 뜻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늘 잘했다면 오늘로 끝내고 내일 다시 새로 시작하라고 하셨다. 그 들뜸이 내일도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올 시즌 다시 1군 멤버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가장 큰 차이는 부상이 없다는 것이다. 부상이 없으니 훈련도, 경기도 내가 가진 걸 모두 쏟을 수 있다.

-부상 이외의 이유는?
사실 지난 2년, 야구에 대한 열정이 예전만 못했다. 내가 아프니까 내가 가진 걸 다 쏟지 못했다. 자연스레 경기엔 못 나서고. 열정이 사라질 뻔했다. 아버지께도 포기할 것만 같다고 했다. 그러던 중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까 결과가 좋아졌다. 흔히 야구를 멘탈게임이라고 하지 않는가? 멘탈이 바뀐 덕에 1군에서 기회를 얻었다.

모토니시 코치의 영향으로 지난 2년의 부진을 날릴 수 있었다는 손용석.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그는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그를 만난 날은 상승세가 한풀 꺾인 뒤였다. 그럼에도 그는 "내가 꾸준하다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라며 프로다운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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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 수비 중인 롯데 손용석 (사진=롯데 자이언츠)


-득점권에 유독 강한 모습이다.
사실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싶다. 그런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웃음) 득점권에서는 다른 때보다 유독 집중력이 생기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욕심이 있으니, 그런 것들이 기록으로도 나타나는 것 같다.

-데뷔 후 아직까지 홈런이 없다.
내가 원래 체형과 달리 장타자가 아니다. 이상하게 홈런 욕심이 없다. 대신 타율이나 많은 안타에 유독 욕심이 난다.

-타격폼이 독특하다.
사실 아마추어 때는 이 폼이 아니었다. 그러다 프로 입단 후 김무관 타격코치님을 만나면서 폼이 바뀌었다. 좋은 포인트를 찾기 위해 손을 들었는데, 어느새 방망이를 헬멧 위까지 올리고 있더라. (웃음) 어떻게 해야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내가 다른 선수 타격자세 흉내 내는 데 소질 있는데, 다른 폼 하면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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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스가!' 롯데 손용석의 타격 폼


■팬이 만들어낸 동기부여

-인터뷰마다 항상 방망이는 자신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사실 프로 데뷔 이후 실책이 하나도 없다. 수비에도 자신감을 가질 법 한데?
수비도 자신 있다. 그런데 평가는 박하다. 아무래도 체형 영향이 없진 않을 거다. 둔해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웃음) 물론 그런 시선이 아쉽긴 한데, 나는 수비에도 분명 자신 있다.

-수비가능한 포지션이 다양하다. 1루와 2루, 3루까지 오가는데, 어렵진 않나?
분명히 어렵다. 그런데 그게 내 경쟁력이자 무기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잘해야 한다. 내가 남들처럼 한두 포지션만 소화한다면 나에게 기회 자체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주로 2루수로 나서다 보니 1루가 낯설지는 않나?
내가 1루수는 거의 안 해봤다. 그럼에도 1루를 맡기면 잘해야 한다.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다. 수비하면서 모든 순간 '생각'하면서 움직이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1루가 생각보다 바쁘더라(웃음). 발빠른 주자가 나오면 움직임도 많아져야 하고, 내야수들 송구도 다 받고, 견제도 받아줘야 한다.

-1군 콜업 첫 주에 비해 이번 주 성적이 조금 아쉽다.
괜찮다. 정말 괜찮다. 혹시 레전드 장훈 선배님이 하신 말 알고 있나?

-어떤 이야기인가?
그 분은 네 번 타석에 들어서면, 4타수 4안타를 치려고 노력한다. 만약 한 번이라도 아웃되면 그게 그렇게 분하다더라. 사실 난 어릴 때 2안타 치면 여유를 가졌다. 그런데 그 생각이 지금 돌이키면 틀린 것 같다. 욕심이 생겼다. 3안타를 친 날도 네 번째 타석에서 어느 때보다 집중했다. 반드시 살아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면 유독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실 나는 인터넷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그래서 팬들이 나를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대신 경기장에 찾은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할 때면 흥분된다.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개인 응원가도 생겼다.
아! 맞다. 목동구장에서 처음 들었다. 기분 좋던데? (웃음) 신인 때는 타석에 서면 투수밖에 안 보였다. 아무리 만원 관중이 운집해도 그 함성조차 안 들렸으니까. 이제는 날 욕하는 소리도, 응원하는 소리도 모두 들린다. 유튜브를 통해 찾아 듣겠다.

-손용석 선수를 흥분시키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요즘 메르스다, 팀 성적이다 여러 이유로 사직구장에 팬들이 적다. 앞으로 나도, 롯데도 나아질 테니 그때 경기장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아!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

-무슨 얘기인가?
지난 21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상대 선발 유희관 선수에게 팀 타선 전체가 꽁꽁 묶였다. 그렇게 완패했는데도 팬들이 끝까지 남아서 응원하더라. 경기 직후 팬들에게 인사할 때 솔직히 울컥했다. 너무 미안했기 때문이다. 팬들이 괜찮다고 격려해주는데도 너무 미안했다. 사실 선수들은 성적이 주전 자리, 연봉 등 여러 가지에 직결된다. 잘해야만 하는 이유다. 하지만 팬들은 다르다. 자기 시간과 돈을 써가며 우리를 보러 경기장 찾는 거다. 그런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선수들은 야구 잘해야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분들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할 것이다. 약속한다.

선수들은 흔히 팬들을 향해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 응원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손용석은 조금 특별했다. 무작정 응원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좋은 성적 낼 테니, 그때는 경기장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팀의 성적이 떨어졌을 때도 팬들이 보내준 성원을 보고 울컥했기에,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손용석의 부탁이 현실로 이뤄지려면, 롯데의 반등이 필수다. 과연 손용석은, 그리고 롯데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헤럴드스포츠(사직)=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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