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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신수의 사이클링 히트에 담긴 의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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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첫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추신수 (사진=OSEN)


끝없는 부진. 현지 팬들과 언론의 비난. 그리고 플래툰 시스템이라는 낯선 족쇄까지. 데뷔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추신수(33, 텍사스 레인저스)가 자신의 메이저리그 인생에서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추신수는 22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7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4안타는 단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이 포함된 사이클링 히트였다.

추신수는 세 경기 만에 선발 출전 했다. 팀이 지난 두 경기에서 좌완 선발을 상대하면서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 시켰다. 이날 선발은 우완 카일 켄드릭.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은 11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나름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상대였다.

추신수의 방망이는 첫 타석부터 매섭게 돌았다. 추신수는 0-0으로 맞선 2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켄드릭의 초구 86마일 커터를 받아쳐 우중간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추신수의 후반기 첫 장타였다.

1사 후 드쉴즈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은 추신수는 다음 타석에서 후반기 첫 홈런까지 때려냈다. 팀이 3-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켄드릭의 88마일 싱커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는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몸 쪽 낮게 제구 된 공을 걷어 올린 인상적인 타격이었다.

5회 다시 한 번 적시타를 때려내며 3안타 경기를 펼친 추신수는 마지막 타석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시켰다. 9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좌완 렉스 브라더스의 92마일 패스트볼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3루타를 터뜨린 것.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물론 아시아 선수로서 기록한 첫 번째 사이클링 히트가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추신수의 4안타 포함 장단 17안타를 퍼부은 텍사스는 콜로라도에 9-0 완승을 거뒀다.

메이저리그에서 사이클링 히트가 기록된 것은 이번이 역대 307번째. 올 시즌엔 지난달 보스턴의 브룩 홀트에 이은 두 번째 나온 기록이다. 텍사스 선수로는 통산 9번째며, 추신수 이전 마지막 텍사스 소속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친 선수는 2013년 9월에 기록한 알렉스 리오스였다.

아울러 이날 경기는 추신수의 시즌 첫 4안타 경기였다. 추신수는 후반기 8타수 6안타를 통해 타율을 .221에서 .235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689까지 떨어졌던 OPS 역시 .726까지 회복했다.

사이클링 히트만큼이나 반가웠던 것은 좌완 상대 2안타였다. 이날 전까지 추신수의 올 시즌 좌완 상대 타율은 .153. 장타율은 웬만한 타율보다도 낮은 .243에 그친 바 있다. 이에 배니스터 감독은 좌완 선발을 상대한 지난 두 경기에서 추신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면서, 그에게 플래툰 시스템이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던 터였다. 하지만 이날 좌완 상대 1타점 적시타와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시킨 3루타는 좌완 상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소중한 안타들이었다.

이날 추신수의 4안타 과정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추신수는 빼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상대 투수와의 볼 카운트 싸움을 즐기는 유형이었다. 2013시즌 112개의 볼넷과 300출루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추신수의 그 같은 성향이 빛을 본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스트라이크 존, 특히 좌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존이 넓어지면서 볼 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해지는 빈도가 잦아졌다. 물론 이는 비단 추신수 만이 아닌 메이저리그 전체 좌타자들의 고민이었다.

위기에 빠진 좌타자들이 도출해낸 해결책은 바로 이른 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타격에 임하는 것. 최근 다소 침체에 빠졌으나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가 시즌 초반 이 같은 접근법으로 효과를 봤으며, 근래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는 콜 칼훈(LA 에인절스)역시 같은 케이스다.

반면 올 시즌 추신수의 접근법에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이에 볼 카운트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인의 스윙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추신수는 이날 5번의 타석 중 네 번의 타석에서 3구 이내에 승부를 봤으며, 다섯 타석 모두 투 스트라이크 이전에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첫 타석과 세 번째 타석의 적시타는 초구 타격으로, 이날 포함 추신수의 초구 타율은 .406이 됐다.

적극적인 타격은 볼넷의 감소를 불러오고, 이는 출루율의 하락을 야기한다. 하지만 올 시즌 추신수의 컨디션과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종합하면 2013시즌의 그를 다시 재현하기는 결코 녹록치 않아 보인다. 그렇기에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4안타를 때려낸 이날 활약은, 추신수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나침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경기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날 경기로 추신수가 접근법 자체를 달리 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또한 추신수가 반등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성공적이었던 적극 적인 타격, 좌완 상대 2안타 그리고 사이클링 히트라는 상징성은 그간 꼬여있던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한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69경기가 남은 잔여 시즌, 그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해 본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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