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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6연승을 이끈 베테랑의 위엄 그리고 스튜어트의 ‘2승보다 빛난 2무(無)’
7일 경기결과: 롯데 자이언츠 0-13 NC 다이노스

7월 마지막 주는 악몽이었다. 7월 26일 두산전을 시작으로 내리 5연패를 당했다. 내용도 아쉬웠다. 두산에겐 역전패였고, 삼성에겐 힘도 못쓰고 스윕패를 당했다. 천적관계를 유지하던 넥센에게도 시즌 첫 패를 당했다. 1위를 넘보던 순위는 4위까지 떨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5연패 직후 칼을 빼들었다. 31일 밤 이례적으로 베테랑들을 호텔방에 불러 모아 쓴소리를 했다. 고참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베테랑 막내(?) 지석훈을 비롯한 고참들은 마음을 잡았다. 다음 날 경기에서 지석훈이 선취점을, 이종욱이 결승점을 만들어내며 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베테랑의 집중력, 레일리를 침몰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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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자 '주장' 이종욱은 적재적소에서 숨은 활약을 펼쳐줬다.


7일 경기는 투수전이 예상됐다. NC선발 스튜어트는 8경기 1승, 롯데선발 레일리는 22경기 6승에 불과하지만 둘 다 에이스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승운 없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취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중요한 선취점은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에 의해 나왔다. 하지만 그 과정엔 베테랑들의 집중력과 전력질주가 숨어있었다. 1회말, 우리는 다섯 타자가 나왔지만 레일리가 던진 공은 단 13구였다. 제구가 좋은 상대이기에 공을 기다릴 필요는 없었지만 배트가 너무 빨리 나왔다. 끈질긴 승부를 통해 레일리를 좀 더 괴롭힐 필요가 있었다. 그 역할은 베테랑이 맡았다.

선봉에 선건 주장 이종욱이었다. 2회말 선두타자였던 이종욱은 볼카운트 1-2에서 볼을 3개 연속으로 골라냈다. 루상에서도 끊임없이 레일리를 자극했다. 레일리는 지석훈과의 승부에 집중하지 못한 채 3연속 견제를 했다. 지석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오승택이 호수비를 펼쳤지만 지석훈은 전력질주를 통해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손시헌은 투수와 포수 사이에 떨어지는 절묘한 희생번트를 댔다. 이때 2루수 정훈이 늦은 1루 베이스 커버를 했고 송구 타이밍을 놓친 박종윤이 악송구를 범했다. 그 사이 이종욱이 편안하게 선취점을 올렸다. 이후 박민우의 희생플라이와 테임즈의 투런 홈런으로 4점차로 앞서나갔다.

안심할 수 없었다. 롯데 방망이도 NC만큼 불붙으면 멈출 줄 모르는 팀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스튜어트는 4~6회가 되면 심하게 흔들린다. 8경기에서 허용한 23실점 중 19실점이 4~6회에 나왔고, 피안타율도 0.351로 심하게 높아진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번에도 베테랑이 나섰다. ‘호부지’ 이호준이 스타트를 끊었다. 5회말 무사 1,2루에서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이후 이종욱-지석훈-손시헌이 3연속 안타로 두 점을 더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베테랑들의 집중력이 상대 에이스를 침몰시키고, 우리 에이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스튜어트의 ‘2승보다 빛난 2무(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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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스튜어트에겐 '2013년 에릭'이 아닌 '2015년 해커'의 향기가 났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승운 없는 투수’ 타이틀은 에릭이 가지고 있었다. 에릭은 해커라는 등록명과 함께 타이틀도 '에이스'로 바꿨다.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를 이 타이틀은 한동안 주인이 없었다.

‘승운 없는 투수’ 타이틀은 스튜어트가 물려받았다. 스튜어트는 모든 경기에서 선발투수 승리 조건인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하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잘 던진 날은 득점지원이 부족하거나 불펜이 난조를 보였다. 8경기에서 4QS(6이닝이상 3실점 이하)를 올렸지만 그에게 돌아온 ‘승리’는 단 하나였다. 물론 스튜어트의 책임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타순이 한 바퀴 돈 4~6회가 되면 이상하리만큼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이날도 1~3회는 쾌조의 피칭을 보였다. 3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빼앗았다. 특히 1회와 3회는 세 타자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선보였다. 결정구가 다양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었다(직구 2개, 커브 2개, 커터 3개).

위기의 4회 이후엔 맞혀 잡는 피칭을 하며 든든한 야수진과 함께 버텼다. 4회초 선두타자 정훈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황재균을 3루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다소 잘 맞은 타구였지만 지석훈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잘 잡아냈다. 아두치도 1-2루간 안타성 타구를 쳤지만 박민우가 이를 끝까지 쫓아가 땅볼로 막아냈다. 이에 탄력 받은 스튜어트는 5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히 처리했다.

7회엔 손시헌이 수비에서 힘을 썼다. 7회초 롯데 선두타자 아두치가 우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다음 타자 최준석은 스튜어트의 100구째를 받아쳐 2루수와 유격수 간을 꿰뚫을 법한 강한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그곳엔 ‘수비마스터’가 있었다. 빠른 스타트를 끊은 손시헌은 강한 타구를 정확히 잡아냈고, 곧바로 박민우에게 전달해 빠른발의 아두치를 잡았다. 박민우도 안정적인 1루 송구로 편안하게 병살타를 완성했다. 스튜어트는 박종윤을 투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감했다.

이날 스튜어트는 KBO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7이닝 5피안타 무실점 무사사구 8탈삼진’으로 시즌 2승을 수확했다. 2승보다 더욱 값진 것은 2무(無)였다. 좋은 제구와 과감한 승부를 통해 단 하나의 사사구를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든든한 수비진의 도움으로 단 1실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는 스튜어트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결과다.

8월에 접어들면서 지옥의 2연전이 시작됐다. 폭염 속에 경기를 펼치고, 평소보다 짧은 간격으로 숙소를 옮겨야하는 힘든 일정이다. 시간과 비례해 피로가 쌓이며 한 경기 한 경기가 버거워진다. 하지만 우리 공룡군단은 힘든 8월을 쾌조의 6연승으로 장식했다. 주말 2연전을 마산에서 보낸 뒤 주중 4연전을 목동-잠실에서 보내는 일정도 좋은 편이다. 떨어지기보다 올라가기를 기대 해봐도 좋은 대진이다. 설레발은 금물이지만 팬심을 듬뿍 넣어 5월에 보여준 ‘미친 질주’를 살짝 기대해본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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