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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타격전은 재미있다. 하지만 완벽한 경기는 아니다
12일 경기결과: NC 다이노스 9-6 넥센 히어로즈

미친 타격전이 펼쳐진 넥센 2연전이었다. 11일 경기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양 팀은 17점 29안타를 합작했고 승부도 세 번이나 뒤집혔다. ‘나이테 트리오’는 10안타 3타점 7득점으로 넥센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특히 테임즈는 안타-홈런-3루타-2루타를 연이어 때리며 KBO리그 최초 단일 시즌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 2회를 기록했다. 이는 유서 깊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4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 11일 경기의 경기 주도권은 공룡군단이 쥐고 있었지만 넥센도 박병호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끝까지 추격을 시도했다. 임창민이 깔끔하게 9회를 막아냈음에도 타격전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목동 만난 NC 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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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임즈'의 넥센 2연전 성과물, 사이클링 히트-2경기 연속홈런-9타수 8안타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우리 타자들은 목동야구장만 가면 미친다. 올 시즌 목동에서 펼쳐진 6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고 경기 당 10점을 올렸다. 올 시즌 최다득점 경기(2015년 7월 11일 16점), 역대 팀 최다득점 경기(2014년 5월 7일 24점), 역대 팀 최다득점 이닝(2015년 7월 11일 7회 10점)은 모두 목동 넥센전에서 만든 기록이다.

우리 타자와 목동구장의 궁합은 다른 팀은 몰론 홈팀 넥센조차 범접할 수 없을 정도다. 이번 시즌 NC는 12일 경기 전까지 목동구장에서 타율 0.349 출루율 0.423 장타율 0.586 OPS 1.009을 마크했다. 이는 전 부문 리그 1위며 공격력의 기본적인 지표인 타율은 2위 삼성(0.310)을 멀찌감치 제치고 단독질주 중이다. 이 정도로 목동에서 잘 때리니 넥센과의 천적관계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 한편으론 목동에서 뿜어내는 공격력을 조금만 아껴놨다가 마산에서 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NC 마산구장성적: 타율 0.285 출루율 0.362 장타율 0.423 OPS 0.818 8월 11일 기준).

12일 경기도 ‘목동 만난 NC 방망이’ 모드였다. 경기 시작부터 다득점에 성공했다. 1회 넥센 선발 김택형이 제구에 애를 먹으며 선두타자 최재원을 볼넷으로 보냈다. 모창민은 점차 영점을 잡아가던 김택형의 4구째를 우중월 투런포로 연결하며 다시 멘붕에 빠트렸다. 이후 1사 1,3루에서 나온 손시헌의 희생플라이로 3점차로 앞서나갔다.

넥센도 공격력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팀. 이날 넥센은 장타로만 점수를 뽑았다. 1회 고종욱과 박병호가 때린 솔로포로 추격한 뒤 2회 2사 1,3루에서 나온 스나이더의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3회에도 2루타 4개를 몰아치며 두 점을 추가했다.

우리는 점수를 말로 준 대신 되로 돌려받았다. 넥센이 역전하면 우린 곧바로 승부를 뒤집었다. 3회 2사 1,3루에서 손시헌과 지석훈이 연속 중전적시타로 두 점을 올리며 김택형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4회에는 나이테 트리오가 터졌다. 2사 후 나성범이 좌전안타로 불씨를 살렸다. 테임즈는 치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하는 커다란 타구를 우측 담장 밖으로 날리며 작은 불씨를 큰 불덩이로 키웠다. 이에 질세라 이호준도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4이닝 동안 이어진 짧고 굵은 타격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격이 야구의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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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연이틀 넥센에게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접전 뒤에 거둔 승리는 언제나 꿀맛이다. 하지만 화려한 타격전 뒤엔 숙제가 숨어 있다. 바로 수비다. 이날 공식적인 실책은 0개. 하지만 실책성 플레이가 3개나 나왔다. 그 중 2개는 첫 번째 역전과 직결됐다.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선발 이태양은 보다 오래 마운드에 있을 수 있었다. 불펜 투수들도 어깨를 아낄 수 있었다.

이태양도 시작이 좋지 못했다. 1회 솔로홈런 2개 포함 장타 3개를 내줬다. 공이 나쁜 건 아니었다. 단지 넥센 타자들이 정말 잘 때렸을 뿐이었다. 1회 38구 중 스트라이크가 27개일 정도로 제구력도 괜찮은 편이었고 공에도 힘이 있어 보였다. 2회 첫 2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운 것이 그 증거.

투구리듬을 찾은 이태양을 뒤흔든 건 우리 야수였다. 심지어 비슷한 장면이 연속으로 나왔다. 2회 2사 후 박동원이 3루측 땅볼을 쳤다. 다소 라인에 붙었지만 3루수가 슬라이딩하지 않고 백핸드 캐치로 처리할 수 있는 타구. 하지만 3루수 모창민이 바운드 계산을 잘못했다. 공은 글러브 밑을 빠져나가며 땅볼에서 안타로 변신했다. 다음타석에서도 마찬가지. 고종욱이 1-2루간을 파고드는 땅볼을 때렸다. 타구는 깊었지만 느렸기에 2루수 지석훈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석훈도 모창민처럼 바운드 계산에 실패하며 공을 흘려보냈다. 두 타구 모두 안타로 기록됐지만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던 공이기에 아쉬움이 컸다. 다음 타자 스나이더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역전 2타점 2루타로 우리의 아쉬움을 배가시켰다.

3회에도 보이지 않는 실책이 역전의 빌미를 제공할 뻔했다. 2루타 3개로 동점을 허용한 뒤 1사 2루가 됐다. 김하성이 퍼 올린 공이 1루 파울라인에 붙어 우익수와 1루수 사이를 향했다. 테임즈가 처음부터 전력으로 쫓아갔다. 그 모습을 본 나성범과 지석훈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테임즈가 공이 떨어지기 직전에 갑자기 공에서 등을 돌렸고 타구는 그 사이에 떨어졌다. 부상을 피하려 한건 오히려 칭찬받을 만 하지만 세 선수 간에 확실한 콜 플레이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약 2사라서 서건창이 타격과 동시에 달렸다면 허무하게 동점을 내줄 뻔했다.

주루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1점차로 쫓기던 2회. 무사 1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친 김태군이 상대 실책으로 2루를 밟았다. 다음 타자 최재원이 유격수 땅볼을 쳤다. 이때 김태군이 미숙한 주루플레이로 런다운에 걸려 객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숙하기 보다는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 정상적인 플레이라면 2루 주자는 타구가 유격수를 향하자마자 스타트를 끊을 것이 아니라 최대한 베이스에 붙어 상황을 보는 게 맞다. 2루 땅볼이었으면 2루수가 주자의 움직임을 볼 수 없지만 3루나 유격수 땅볼을 잡은 수비수는 그렇지 않다. 타자주자는 물론 곁눈질로 2루 주자도 볼 수 있다. 김태군은 김하성의 침착한 플레이에 그대로 당한 셈이다(물론 김태군의 미스가 더 크지만...). 그렇게 득점권 주자는 허무하게 사라졌고, 추가점을 올리지 못한 NC는 이어진 수비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8월 10경기 9승 1패. ‘5월 대반격’이 떠오르는 8월이다. 더위에 주춤했던 방망이가 다시 타오르고, 해커가 홀로 분투하던 선발진에 스튜어트와 이민호가 힘이 보태기 시작했다. 선발이 탄탄해지자 손민한이 가세한 철벽불펜도 더욱 튼튼해졌다. 지난 기사에서 떨었던 기자의 설레발이 현실화돼 몹시 기쁘다. 하지만 당장의 승리에 도취해 있어선 곤란하다. 잘 나갈수록 수비, 주루 등 기본적인 요소에 더욱 신경써야한다. 지난 가을이야기에서 뼈저리게 깨달은 교훈이지 않나. 재미있는 타격전도 좋지만 빈틈없는 야구, 짜임새 있는 야구를 기대한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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