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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악성 훅처럼 툭하면 재발하는 헤르페스
필자가 골프를 시작할 때 초반의 문제는 단연 슬라이스였다. 기세 좋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는데 공이 마치 UFO처럼 우측으로 쭈욱 커브를 트는 것이 아닌가? 동행한 일행들은 킥킥거리고, 캐디는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는 모습을 보노라면 상당히 무안하고 오기가 발동하기도 했다.

피나는 연습을 거쳐서 초보자 시기를 탈출하자 이제 슬라이스로는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단계에까지 왔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닥쳐 왔다. 이번엔 훅이었다. 스윙을 할 때 클럽이 너무 닫혀서 발생하는 악성 훅의 경우는 스윙 자세는 물론이고 그립을 잡는 힘에도 영향을 받는 아주 고약한 장애물이었다. 어찌어찌 해서 훅을 고친다고 해도 컨디션이 조금만 나빠지만 금방 재발하곤 했다. 알아보니 악성 훅의 재발로 고생하는 사람은 필자뿐 아니라 꽤 많았다.

이처럼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혹은 아무 이유도 없는데 재발하는 악성 훅과 비슷한 비뇨기과 질환이 있다. 최근 들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한데 바로 성기 헤르페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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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영화 <터미네이터2>의 'I'll be back' 장면. 하지만 헤르페스는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

'헤르페스' 하면 주로 입술 헤르페스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 피곤할 때마다 입술 주변이 트이고 물집이 생기는 병 말이다. 이런 입술 헤르페스는 주로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 (HSV-1)이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기 헤르페스는 2형 바이러스(HSV-2)가 더 흔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HSV-1에 의한 성기 헤르페스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헤르페스에 감염되면 주로 성기와 음모 주변으로 물집이 발생하게 된다. 처음에는 따가운 발적으로 시작하다가 이내 물집이 잡히고 결국엔 딱지가 앉으면서 수 주에 걸쳐 호전이 된다. 매독 같은 경우, 치료 없이 방치하면 심장이나 신경까지 퍼져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성인의 성기 헤르페스는 큰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드물다.

문제는 헤르페스는 악성 훅처럼 툭하면 재발하는 질환이라는 점이다. 매독의 경우 항생제로 완치를 시킬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헤르페스는 바이러스 질환이므로 한 번 감염될 경우 몸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물집이 사라져서 안심을 했다 해도, 나중에 피곤하면 또다시 성기에 물집을 일으키게 된다. 주로 골반내 신경에 숨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배우자나 성 파트너에게 전염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여성이 성기 헤르페스에 감염될 경우, 분만 과정에서 태아에 전염될 수도 있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 헤르페스 감염은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헤르페스 감염이 의심될 경우에는 즉각 병원을 내원하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비록 완치를 시키기는 힘들지만,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복용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물집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또한 물집이 재발했을 때는 성관계를 피하고, 물집이 없을 때에도 가급적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 임신 후에 산부인과에서 관리를 받을 때 본인이나 배우자가 헤르페스 감염이 의심될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적절한 분만 계획을 하는 것이 좋다. 이준석(비뇨기과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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